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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3 크로츠쿠
작성
20.07.05 23:19
조회
87

연재할 건 아니라서 그냥 글이 어떤지만 듣고싶습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모르는 천장이다. 병원같지는 않았다. 내가 가봤던 병원 중에 여기처럼 천장을 대리석으로 장식한 곳은 본 적이 없다.


"내 말 알아 듣겠나?"


왠 노인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검은 망토를 두른 노인이 있었다. 딱봐도 의사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저승사자에 가까운 복장이었다. 생각해보면 오토바이 타고 가다가 맞은편 트럭에 부딪혀 하늘을 날았는데 저승사자가 아니라 의사가 있는 게 더 비현실적일 것이다.


"내 말 알아듣냐고."

"예, 예, 알아듣습니다."

"좋아, 그럼 날 따라와라."


노인은 대뜸 방을 나서며 내게 말했고, 나도 바닥에 누워있다가 일어나며 그를 따라 방에서 나왔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죠?"


제일 중요한 잘뮨이다. 병원이든 지옥이든 둘 중 어디인지 알아야 내가 뭘 해야할지 생각할 수 있다. 솔직히 난 천국행이여 마땅하다 생각한다. 직장도 착한짓 한 번 해보겠다고 요란떨다가 짤려서 치킨 배달하고 있으니 솔직히 천국 보내줘야 한다.


"여긴 볼테리아 왕성 지하다. 내가 널 죽기 전에 네가 있던 세계에서 너를 소환했다.


죽은 것보다 비현실적이네. 그래도 병원에서 눈 뜨는 것보다 용이 날아다니고 새끈한 엘프들이 있는 세계에 불려가는 게 더 현실적이긴 해.


"내 말을 못믿는 모양이군."


영감님끼서 내 웃음이 맘에 들지 않았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돌아봤다. 그리고 주먹을 쥐고 옆으로 한번 털어내자 꽉 쥔 손에서 광선검이 뿜어져 나왔다. 이게 마법인가 싶지만 이것만 가지고 크게 놀랄만한...


"으아악!"


미친 영감은 그깟 좀 맘에 안들게 웃었다고 광선검을 내게 휘둘렀다. 그러자 빛의 격류가 나에게로 쏟아졌고, 나는 반사적으로 뒤로 주저앉았다. 엉덩이가 아픈 것 빼고는 크게 다친 것이 없었다. 방금 쏟아져 나온 빛의 목적이 고작 내 엉덩이를 아프게 하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머리에 뭔가 바스라져 떨어지는 느낌에 고개를 들어보니 그을리고 갈라진 천장에서 돌가루가 떨어지고 있었다.


"이세계인들은 단 한 번 마법의 영향을 받은 이후로는 마법에 내성이 생긴다. 즉, 너는 내가 공간이동 마법으로 이곳으로 데려왔으니 앞으로 마법 때문에 죽을 일은 없다."


와! 마법 내성!


"잠깐만요! 마법으로 나를 데려왔는데 이제 저에게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럼 저는 어떻게 돌아가죠?"

"못돌아간다."


뭐, X발?


"물러서."


언제부터 서있었는지 모를 소년이 나에게 칼을 겨누고 서있었다. 나도 모르게 어르신의 멱살을 잡으려 했던 모양이다. 마법은 막아도 칼은 못막기에 나는 바로 물러섰다.


"표정을 보아하니 돌아갈 수 없다는 말에 굉장히 충격을 받은 모양인데 어차피 죽을 목숨 내가 한 번 살려줬으니 감사해야하는 거 아닌가?"


딱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창칼이 휘둘러지고 마법이 날아다니는 세계에 별다른 능력도 없이 이렇게 뚝 떨어뜨려놓는 건 죽으라는 것과 별 다르지 않았다. 저 노친네의 말 몇마디보다 오히려 내가 특전사에서 배웠던 기술이 조금 더 도움이 될 거 같았다.


"아무튼 내가 널 살려고, 네가 나를 위해 해줘야 할 일이 있다."


노인은 다시 복도를 따라 걷기 시작했고, 나는 그를 뒤따라갔다. 그리고 칼을 든 소년은 내 등 뒤에 서서 따라왔다. 아마도 내가 돌발행동을 하는 것을 경계한듯 했다. 복도 끝에는 작은 방이 있었고, 그 방에는 또 작은 배낭이 하나 있었다. 꼭 볼링공을 넣어둔 가방 같았다.


"저걸 들어라."


노인의 요구에 나는 배낭을 들었고, 노인은 소년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너도 갑옷을 벗어라."


노인의 말에 소년은 갑옷을 벗었고...여자애인가? 볼륨감은 없었으나 갑옷을 착용하고 돌아다니느라 맺힌 땀에 옷이 몸에 달라붙어 슬랜더한 몸매가 드러났다.


"오."


나는 그 탄탄한 몸에 감탄했다. 밤낮으로 운동한 여성분들이나 만들법한 그런 몸매였다. 나는 존경의 의미로 감탄했지만 소년, 아니, 소녀는 내 감탄사가 영 기분 나쁜듯 나를 쏘아봤다. 그런데 뭐 어쩔건가? 내가 보겠다는데.


"시간이 없다."


노인의 재촉에 소녀는 갑옷을 마저 벗었고, 안에 받쳐있는 품이 넓은 옷 한벌만 남겼다.


"이제 출발해라. 왕성 지하통로를 통해 성을 빠져나가도록."


갑옷을 벗은 소녀에게 말한 노인은 나를 보며 말했다.


"너는 그 배낭을 매고 따라가라. 저 기사가 든 배낭에 여행에 필요한 장비는 충분히 준비해뒀다."

"잠깐만요, 무슨 일인지 설명은 좀 해주셔야죠."


내가 급히 질문하자 망할 노친네의 답변이 아닌 싸가지 없는 년의 칼끝이 돌아왔다.


"네가 알 필요는 없고, 너는 나를 따라오기만 하면 돼."


그래, 니가 이겼다. 젠장. 설명이 뭐가 필요하냐 칼든 놈이 최고지.


나는 소녀를 따라 한참이나 걸어갔고, 지하도를 따라 성을 빠져나왔다. 성 밖의 평원을 보자 이제야 숨이 트이는 것 같았다.


"어차피 같이 여행해야 하는 상황인데 서로 소개나 하자."


나는 이 뻘쭘한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먼저 제안했다. 그러나 이 싸가지 없는 년은 말이 없었다.


"내 이름은 박진수고, 28살이야. 전직 군인이었고, 여기 오기 전까지는 치킨 배달을 했어."


내가 먼저 소개를 했고, 그제서야 소녀는 나를 돌아봤다. 뭐 여자인 건 알겠는데 목소리도 여자치곤 굵고 머리도 나와 비슷하거나 조금긴 수준의 숏컷이라 잘생긴 남자 애새끼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내 이름은 리리안, 왕립 마법 기사단 소속이다."


왕립 마법 기사단? 왕립하고 마법은 어차피 나랑 관계없고 기사 출신? '사'자 들어가는 직업이네?


"나이는?"

"18살."

"......"


이런 미쳐버린 애새끼를 봤나. 10살이나 어린 놈이 말이야. 저 독한 표정을 보니 나이따윈 관심없어 보이긴 하다만.


"좋아, 자기소개는 끝났고. 우리 여행 일정은 어떻게 되는데?"

"3개월은 걸릴 거야."

"3개월? 그만한 배낭에 3개월치 여행 준비를 끝냈다고? 아무리 애새끼라지만 너무 안일한 거 아냐?"


나의 애새끼라는 말에 리리안은 도끼눈을 뜨고 나를 노려봤다. 칼만 있었어도 여기서 더 몰아붙였을 건데 칼이 없어서 참는다 진짜.


"애새끼처럼 징징거릴 시간이 없어."


애새끼? 참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따라와."


리리안은 더 이상 언쟁을 하고 싶지 않은듯 바로 돌아섰다. 이 여행에서 최우선 목표는 일단 칼을 장만하는 거다. 나도 칼을 장만하든지 해야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를 하든 하지. 이대로 여행을 한달만 했다가는 내가 먼저 고혈압으로 쓰러질 것이다. 내가 진짜 조금만 더 군복무 했어도 박중사처럼 젓가락 던져서 저놈을 참교육 했을 것이다. 리리안과 나는 말 없이 평원을 걸었고 슬슬 멀리 보이던 산이 가까워져 산길 초입까지 왔다. 나는 리리안보다 조금 앞서나가며 앞에 있던 바위에 걸터앉았다.


"오늘은 여기서 쉬자. 좀 있으면 어두워져. 산에 들어가봤자 방향도 못찾을 거야."

"나약한 소리하지 말고 따라와."


환장하겠네 진짜. 얘는 무슨 자신감이야?


식량을 가진 자의 권한은 절대적이다. 배낭 하나에 무슨 볼링공 같은 것 하나 들고있는 나는 그저 저놈을 따라다니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거기에 여기의 자연환경을 모를 때는 더더욱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좋아, 따라갈테니까 나도 단검 같은 거 하나만 주면 안될까?"


내 요청에 리리안은 나를 돌아봤다.


"넌 칼 쓸 일 없을 거니까 따라오기나 해."


이런 망할...리리안은 나에게 무기를 줄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았다. 뭐가 걱정인건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단검 한자루 정도는 줄만한데...차라리 없다고 하든가 쓸 일이 없을 거라는게 무슨 말인가? 자기가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알아? 쓸 일이 생길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이제 야영지 정하자. 달빛도 그렇고 지금 우리가 어디로 가는 건지 알기나 해?"


내가 또 징징거리자 이제서야 망할 꼬맹이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마도 야영할만한 장소를 찾는 거겠지만 이렇게 어두워서야 뭐가 잘 보이지도 않을 거다.


"취이익! 취익!"


아니네, 맷돼지네. X됐다.


"물러서."


리리안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무슨 송곳같은 칼을 뽑아들고 내 앞을 가로막았다. 정말이지 X도 안심이 되질 않았다. 얼마나 자기 능력을 과신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맷돼지 상대로 저딴 칼은 도움이 안될거라 확신한다.


"걱정마, 나는 마법기사니까."


리리안은 비장하게 말했으나 나는 그딴 허세 따윈 안중에도 없고 주변을 둘러보며 올라갈만한 나무를 찾았다. 적어도 큰 나무에 올라가면 맷돼지로부터는 안전할테니까.


"와라!"

"꾸이익!"


리리안은 괜히 소리지르며 맷돼지를 도발했고, 맷돼지는 리리안이 가만 있었으면 그냥 지나갔을 것을 요란하게 칼을 뽑고 쇼를 하자 달려들었다. 리리안은 손바닥을 펼쳐 푸른 방어막을 만들었다. 오!라고 놀랄 줄 알았나? 나는 곧바로 나무 위로 올라갔다.


"쾅!"


놀랍게도 리리안의 마법 방패는 맷돼지의 돌진을 정통으로 막아냈음에도 깨지지 않았다! 대신 리리안이 그 충격으로 날아가 나무에 부딪쳐 기절했다. 내 저럴 줄 알았다, X신같은 년. 어째 자기과신이 과하다 했지. 아마 쟤보다 내가 맷돼지를 더 많이 봤을지도 모른다.


"야! 나무 위로 도망쳐!"


내가 외쳤으나 날아가 나무에 쳐박힌 리리안은 반응이 없었다. 이거 불안한데


"꾸이이익!"


맷돼지는 다시 쓰러진 리리안에게 돌진하려는듯 했다. 이번에는 마법 방패고 뭐고 없이 무방비로 쓰러져 있었다. 차라리 죽으면 다행인데 하반신 마비나 그딴 사유로 장애니 되서 내 발목 잡는 게 제일 문제였기에 나는 많은 고민을 했고 짧은 시간이지만 어쨌든 나름 긴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야!"


나는 나무에서 내려와 발을 구르며 소리쳤다. 싸가지도 없고 몸매나 얼굴이 내 취향도 아니지만 어쨌든 어린 여자애를 죽으라고 내버려 두는 건 내 성격상 맞지 않다. 무엇보다 내가 뭐 때문에 군에서 짤렸는데 여기서 쟤를 도와주지 않았다가는 천국 가지 못할 것이다. 맷돼지는 내가 어그로를 끌자 바로 내 쪽으로 돌아섰고, 나도 바로 나무 뒤로 숨을 준비를 했다.


"젠장, 미치겠네..."


단검이라도 있었으면 맷돼지가 잠깐 멈칫한 사이 눈이나 다리라도 한번 찍어보겠지만 이건 뭐 리리안이 일어나 쇠꼬챙이라도 던져줄 때까지 버티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나는 계속 주변을 살피며 날카로운 돌이라도 찾아봤지만 날도 어둡고 낙엽에 바닥도 가려 뭘 찾을 수가 없었다.


"쿵!"


나는 몸을 비틀어 내빼 맷돼지의 돌진을 피하고 나무 주위를 빙빙 돌며 맷돼지와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술래잡기를 반복했다.


"아, 제기랄 이거 겁나 거슬리네..."


나는 등에 맨 배낭의 볼링공이 좌우로 거칠게 움직일 때마다 내 양 옆구리를 사정없이 갈겼고, 이대로면 맷돼지가 아닌 볼링공에 내장파열 당해 죽을 거 같았다. 나는 잠깐의 틈이 생기자마자 바로 배낭을 벗었다. 진짜 어깨끈이라도 조여서 흔들리지 않게 할 걸...이라는 생각이 든 순간 이 미묘하게 무거운 무게감! 은근히 긴 어깨끈! 적당한 크기! 느낌이 왔다. 돌은 없지만 이거면 어떻게든 해볼 수 있다는 용기가 들었다. 사실 용기고 나발이고 이제 온몸비틀기 하면서 맷돼지 피하기는 지치는데다가 자기 혼자 온몸 말고 잠자는데 정신 없는 리리안이 일어날 때까지 버티기는 슬슬 한계였다.


"흡!"


나는 철퇴 휘두르듯 어깨끈을 잡고 배낭을 크게 휘두르다가 나무 뒷쪽으로 피했고, 맷돼지가 잠시 감속한 순간 배낭을 휘둘러 머리를 후려쳤다.


"꾸에에에..."


그러나 맷돼지가 보인 반응은 머리에 뭔가를 맞아 치명상을 입은 반응이 아니었다. 구멍 뚫린 풍선처럼 맷돼지의 몸에서 뭔가가 빠져나간듯 미라처럼 바짝 말라붙었다. 뭔지는 몰라도 망할 너친네가 나한테 위험한 물건을 맡긴 것이 틀림없었다.


"야, 일어나봐."


나는 우선 쓰러진 리리안의 어깨를 잡아 흔들어 깨웠다. 그러나 리리안은 반응이 없었고 나는 목을 짚어봤다. 맥박도 괜찮고 숨도 쉬고 있었다.


"야, 그만자고 일어나!"


몸을 잡아 흔들지는 않고 몇 번을 불러서야 리리안은 천천히 눈을 떴다. 눈을 뜬 리리안은 곧바로 튀어나갈듯한 자세를 잡고 자신의 칼을 찾았다.


"아, 네 칼은 여기."

"고마워."


나는 바닥에서 주운 칼을 리리안에게 건내주고 말을 이었다.


"맷돼지는 내가 죽였어."


나는 말라비틀어진 맷돼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쟤가 이거에 맞으니까 저렇게 되던데 이 배낭 정체가 뭐야?"


나는 리리안의 코앞까지 배낭을 들이밀며 물어봤으나 리리안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뒤로 물러서며 거리를 별렸다. 뭔지는 몰라도 위험한 게 확실한데다가 얘는 그걸 알면서도 나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다. 맷돼지 보고도 방패 하나 세우고 기세등등하던 놈이 배낭 보고 바로 물러선 것을 보면 이 배낭이 그 염병할 맷돼지보다 더 위험한 건 확실했다.


"이게 뭔지 말 안하면 나도 출발 안한다. 죽일려면 죽이고 니가 이거 들고가던가."


내가 강하게 나가자 리리안은 나를 잠시 노려봤다. 네가 노려보면 뭐 어쩔건데.


"후우..."


리안은 길게 한숨을 쉬며 칼집에 칼을 집어넣었다.


"나도 그게 무슨 물건인지는 모르겠지만 마법적으로 굉장히 위험한 물건인 것만 알아. 어차피 너는 마법의 영향을 받지 않잖아. 내 임무는 너를 지켜서 목적지까지 가는 거였어."

"그런 목적이면 말이나 마차를 주던지 기껏해야 너 하나 붙여준다고?"


'기껏'이라는 말에 리리안은 나를 쏘아봤다. 내가 틀린 말 했나?


"네가 들고있는 물건은 아무튼 굉장히 위험한 물건이라 노리고 있는 국가가 많아. 나라간 국경도 넘어야 하는데 엄청난 규모의 호위병력이 국경을 넘거나 하긴 쉽지 않고 마차 든 말이든 전략자원이 국경을 넘기는 쉽지 않아."

"그래서 이 물건을 멀리 가져가서 어쩔건데?"

"버릴 거야. 누구의 손도 닿지 않는 곳에 이 물건을 버린다. 이게 이번 여행의 목적이야."


이제야 알겠군. 내가 들고있는게 핵 폐기물 같은 거고 내가 그 방사능 내성 같은게 있단 말이지?


"그런데 왜 하필 너야? 너 보다 실력 좋은 사람은 분명 있었을 것 아냐?"

"나도 그렇게 실력이 나쁘진 않거든!"

"너 맷돼지한테 졌잖아."

"그건...!"


아무 말도 못하죠? 반박할 수 없죠? 부들부들 떨리죠? 어, 뭐야? 우나?


"내가 왕립 기사단에 들어간지 얼마 안되서 내가 사라져도 알 사람이 거의 없어서 내가 너를 호위하기로 한 거야."


리리안은 울진 않았지만 입이 비쭉 튀어나온채 변명했다.


"버려진 거야?

"아니거든!"


내 말에 리리안은 나를 죽일듯이 노려봤다. 에베베베배 죽여보시지.


"그나자나 뭐 먹을 건 없냐. 하루종일 걷기만 하고 먹은 게 없는데."


리리안에게 묻자 리리안은 내 팔뚝만한 빵을 꺼냈다. 장난하냐? 보존식으로 빵을 들고다니는 미친놈이 어딨어.


"됐다. 단검이나 줘봐."


리리안은 마지못해 날이 한뼘 정도 되는 단검을 내게 줬고 나는 단검으로 말라비틀어진 맷돼지의 배를 갈랐다.


"우욱!"


리리안은 그 모습을 보며 헛구역질을 했다. 영락없는 여자애였다. 아니, 뭐 생각해보니 나도 처음에는 이랬었네.


'너는 뭐 식량 떨어지면 굶어죽을래?!'


죽이고 싶은 박교관님이 떠올랐다. 나는 계속해서 해체했고, 맷돼지의 배를 가른 나는 깜짝 놀랐다. 건조한 것처럼 피가 전부 말라붙어있었다.


"오, 육포."


그게 안좋다는 의미는 아니고 바로 보존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건조된 상태였다. 나는 기분 좋게 부드러운 살점을 단검으로 떼어먹었고 충분히 먹고나서 리리안을 돌아보며 물었다.


"너도 먹을래?


그러나 리리안은 몸서리치며 거절했다. 나는 완전 해체해서 먹을 수 있는 부분은 죄다 가져가고 싶었지만 이게 완전 건조가 된건지 아니면 뭐 어떻게 된 건지 몰랐기에 일단 나머지는 놔뒀다. 내가 담배만 안끊었어도 주머니에 라이터가 있어서 불을 피워 훈제라도 했을텐데 아쉽다.


"야, 잘썼다."


나는 피 묻은 단검을 리리안에게 건내줬으나 리리안은 몸서리치며 오히려 단검집을 나에게 건내줬다.


"너 가져."


이거 기사 맞나? 반응이 왜 이래?


"아무튼 오늘은 여기서 자는 거지?"


내가 묻자 리리안은 배낭에서 모포같은 것을 꺼냈다.


"여기 망토 받아."


리리안은 내게 망토를 건내줬고 자신도 망토를 두르더니 나무에 기대었다.


"잘자."


이런 건 또 군인 같긴한데 여자애라 그런가?


"그래, 너도 잘자라."


오랜만의 야영이었다. 그것도 산에서. 게다가 텐트도 없이.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단편같은 건 가끔 보는데 장편은 시간도 없고 한참 지났다가 보면 흐름도 끊기고 그러네요


Comment ' 1

  • 작성자
    Lv.38 다큐인생
    작성일
    20.07.06 12:36
    No. 1

    일단 글이 술술 읽힌다는 건 큰 장점입니다. 사실 이러면 된 거죠. 앞으로 스토리를 얼마나 재미있게 풀어나가느냐가 관건이겠군요.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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