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조직이 있다.
회귀자를 비롯한 이레귤러들을 전문적으로 죽이는 킬러 집단.
회귀자를 비롯한 이레귤러들을 세상에 퍼트리는 라이더 집단.
그들은 서로를 죄악시한다.
* * *
오늘은 붙는다.
반드시.
크게 숨을 토해내며 결의를 다졌다.
부끄럽지만 필기에만 두 번 떨어졌다. 반년을 더 공부하고 나서 가까스로 붙었다. 하지만 실기인 운전에서 계속 탈락했다. 무려 네 번이나 말이다.
라이더가 되기 위한 다른 교육과정들은 쉬웠다. 검술이라든지, 마나 하트를 어떻게 생성해야 하는지 따위는 그냥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익혔다.
문제는 운전이다. 필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어떻게 실기에서 네 번이나 떨어지나? 나 스스로가 너무도 한심하다.
난 서울태생이다. 하지만 대학은 지잡대를 나왔다.
스펙이 비루하니 할 수 있는 것은 몸은 고되고 돈은 적은 좆소기업의 훌륭한 일꾼이 되었다.
늪에 빠진 기분이었다. 혹시나 하는 희망에 여기저기 이력서를 올리고 닥치는 대로 입사지원서를 보냈다.
그러던 중 전화가 왔다. 잡조선에서 이력서를 보고 연락했단다. 트럭 기사를 구한단다.
김빠지지만 이젠 나도 현실을 인정할 때다. 그래, 1종 보통 면허는 있으니 이거라도 한번 해보자. 힘들지만 돈이 제법 된다는 말을 주워들은 적이 있다.
뭐, 공돌이보다는 낫겠지.
이런 가벼운 마음으로 면접 장소로 갔는데.
허, 참. 당연히 택배 운송 일인 줄 알았는데. 듣고 보니 회귀 트럭 운전사를 구한단다.
뭐래? 저, 븅신이.
처음에는 미친 놈들에게 잘못 걸렸는지 알았다.
“한지수 씨. 이 일은 말이죠. 인생 좆망러들을 갱생시켜주는 매우 멋지고, 보람찬 일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돈이 되죠. 으하하하. 한마디로 블루오션이다, 이 말이죠. 여기 아주- 잘 오신 겁니다. 딱 보니, 마… 아니, 기가 엄청 좋으신데. 우리 지수 씨. 이 일이 딱 천직이네, 응, 그래. 이 업계에서 성공할 상입니다그려. 하하하.”
생글생글 웃으면서 이 사업이 앞으로 대박 날 거라며 침 튀기는 녀석의 면상을 스마트 폰으로 후리고 싶은 충동을 애써 참았다.
시간과 차비만 날렸다고 생각한 찰나, 임원 면접을 봐야 한단다. 거절할 타이밍을 놓쳐 어어, 하다 따라갔는데. 난 졸도 할 뻔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럴듯한 책상 너머에 송곳니가 멋진 녹색 피부의 오크가 검은 뿔테 안경을 고쳐 쓰면서 날 훑어보는 게 아닌가.
이런 미친.
오크라니! 진짜로?
애니나, 게임 같은 데서만 보던 그 오크다. 하지만. 현실에, 왜? 그것도 내 눈앞에 말이다.
심지어는 머리카락도 있다. 헤어 제품으로 8대2 가르마를 반듯하게 뒤로 넘긴 머리라니. 오크가 풍성충이라니!
저거 가발 아냐?
“한지수 님? 허허, 이런. 마나 하트도 없는데 마나의 흐름이 이리 자연스럽다니. 훌륭한 인재가 오셨군. 반갑습니다. 아, 거기 의자에 앉으세요. 자, 그럼 우리 인터뷰 시작할까요?”
어머나 친절하기도 하시지. 교양질 보소.
“…저 그냥 나갈게요.”
* * *
-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
오디오에 흘러나온 노래가 그리 넓지 않은 차 내부를 가득 채웠다.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 한번은 건졌잖소-!”
넓지 않은 트럭 내부를 꽉 채운 노랫가락이 빵빵한 오디오를 통해 흘러나왔다.
보조석 의자를 한껏 뒤로 젖혀 다리를 뻗어 올린 방만한 자세로 노래를 따라 부르던 여자는 노래가 끝나자 아메리카노를 한모금 마셨다.
“아, 지루하다. 수습아. 지금 몇 시지?”
“9시 20분이니, 13분가량 남았습니다.”
“오, 묻지도 않았는데 원하는 대답을 정확히 말했네. 여어~ 일 잘하는데. 똘똘해. 응, 짜식. 앞으로 그렇게만 해. 누나가 팍팍 키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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