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모 작가님의 소설을 읽으면서 항상 느낍니다.
스토리는 매번 비슷하고 주인공 성격도 달라지는 게 없고 주인공과 라이벌외에는 모두가 무뇌충. 하지만 시원시원하고 팡팡 터뜨려 주는 필력이 있어 모든 단점을 커버해준다. 이를테면 잘 키운 딸 하나, 열 자식 안 부럽다, 랄까?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인간이란 곧 같은 것이 반복되면 흥미를 잃고 만다. 그것은 누구나가 그럴 것이다. 결국 저는 손을 놓아 버립니다. 결국 저는 옆에서 제가 손 놓아버린 책을 붙잡고 킥킥 웃는 친구를 보며 한 마디.
'재밌냐? 어후, 이제 질린다. 재미없는건 아닌데 아무리 재미있는 거라도 계속하면 질리잖아? 넌 안 그래?'
'엉? 왜 질리는데? 뭐가 질려?'
'뭐야? 너 정말 안 질려? 계속 반복되잖아!'
친구는 고개를 갸웃하며 '뭐가 반복되는데?'
'수뇌부는 무개념! 주인공은 성격이 이상하게 비비 꼬인데다가 혼자 시작해서 혼자 끝내고! 혼자 시작해서 혼자 끝내고! 그나마 볼 만한게 필력있데 이것도 두 작품, 세 작품 보니까 질린다. 질려!'
'글쎄? 난 모르겠다? 난 재밌기만 한데? 킥킥킥. 너무 과민반응하지마. 임마!'
'어휴. 난 도저히 못 보겠다. 그거 다 읽으면 이거나 한 번 봐봐!'
그러면서 내미는 친구가 들고있는 책에 비하면 상당히 큰 책.
윤 모 작가의 '하X XXX'
'뭐야? 구간 이잖아? 자신있는 추천작이냐?'
'그래! 한 번 읽어나 봐라. 그거 4권에서 책 읽으면서 팔뚝에 소름이 촤르륵 돋아나더라. 아 소름돋네.'
'그래? 좋아. 이거 다 읽고 읽어줄께.'
그렇게 친구는 선심쓰듯이 말하고는 일고 있던 책을 다 읽고 추천작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한 시간이 지나고 그 녀석은 인상을 찌푸리며 책을 탁! 덮고 저에게 건네주며 짜증이 잔득 섞인 말을 했습니다.
'아, 졸라 재미없다. 지루하고 주인공도 병X 같은데? 싸울 줄도 모르고 있는 건 말빨?'
'우와. 너 좀 미친듯. 진짜 재미없냐?'
'엉. 레알 재미없음.'
'너.. 혹시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 1권은 다 읽어 봤냐?'
'아니. 지루해 죽겠던데?'
'그럼 쥬X 작가님의 앙XX XX은?'
'초반에 무~지 지겨워서 덮으려다가 중간에 야시시한 장면들이 나와서 그 부분만 읽고 덮었지!'
'후유. 넌 아무래도 지금은 구제가 불가능할 것 같다. 한 2년 쯤 뒤에 X신의 XX이랑 X얀 X대X. 다시 읽어봐 그리고. 지금 네가 다음 권을 집으려는 책이랑 같이.'
'아, 몰라. 귀찮아. 나 이거나 마저 읽을래. 넌 어떻게 그 지루한 것들을 다 읽냐?'
혹시나 싶어 나중에 그 친구에게 임 모 작가님의 '소속이 없는 자'를 읽게 해봤더니 책을 곱게 덮으며 '너나 읽으세요'라는 핀잔이 돌아왔습니다.
'재미'라는 게 상대적이라지만 이건 너무 단호하게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습니다. 그 친구는 장르소설이 그냥 시간 때우기. 할 게 없으니까. 사실 이거 돈내고 빌려보는게 아깝다. 이런 거 사는 놈들은 이해가 안돼 라며 투덜거립니다.
뭐랄까... 사람의 의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커지는 거라지만 같은 나이인데도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게 참 놀랍습니다. 제가 가끔식 보면 이 출판사는 용케도 이 작품을 출판 했구나 싶을 때도 있고 어떻게 이 딴 책이 십 몇권 까지 나올 수 있지? 싶은 책들도 많습니다.
다른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더니 그 녀석이 말했습니다.
'요즘 출판시장이 어려운건 알지? 왜 그런것 같아? 바로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야. 질! 많이 찍어내면 뭐해? 재미가 없는데? 쓰는 놈들도 제정신이 아니지만 애초에 그 따위 글을 돈을 주고 출판해 주는 출판사에도 문제가 있어. 현 장르소설 출판시장을 살리는 건 장르소설들의 질적 향상! 그것 밖에 답이 없다.'라고.
확실히 요즘은 빛나는 작품을 구하는 것이 어려워 졌습니다. 짚어보면 뻔한 내용. 짚어 보면 황당한 이야기. 이런 황당한 책들만을 접하며 살아온 아이가 책 다운 책을 읽어봐야 제대로 된 감상평이 나오겠습니까? 얕은 물에서 놀던 물고기를 바다에 풀어놓으면 당황하고 바다에서 놀던 물고기를 얕은 물에 데려다 놓으면 답답해 질식하는 것과 매한가지로 '모조품'만을 보아온 사람이 '진품'을 보며 내던지고 '진품'만을 보아온 사람이 '모조품'을 보면 으깨버리는 것 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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