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제 체중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가뜩이나 많이 나가는 데다가, 방송을 보신 분이라면 어림짐작하실 수 있겠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가 운동하는데에 재미가 들렸다거나 죽기 살기로 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하루에 런닝머신 한 시간씩 꾸준히, 발목 인대가 늘어난 상태로 만성이 되어버려 힘든 날에는 쉬고.
식사도 부모님이 주는 만큼만 먹고.
저보다 두 배 많이 먹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별 다른 운동을 하느냐라고 물어보니 그렇지 않다라고 답하였고, 무엇을 하고 노느냐라고 물으니 학원에 가기 때문에 운동을 할 시간이 없다 답하였습니다.
저도 답답합니다. 천식 때문에 밖에 나가 뛴다거나 줄넘기 했다가는 숨이 턱턱 막혀오고.
살 때문에 운동 하는 것도 마른 사람에 비해 힘겹고.
한 달 동안 한 시간씩 쉬지 않고 운동을 해보았지만 빠지는 기미가 보이는 건지 알 수도 없고.
오히려 찐 거 같고.
학교에서도 초등학생 때부터 꾸준히 놀림 받아온 터라 스트레스도 잔뜩 쌓여 있는데, 오늘 조아라 작가 커뮤니티에서 아는 형 분들이 웃으시면서 말씀하셨고, 살을 빼는 방법에 대해 물으니 밥을 굶어라, 빡세게 운동하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말씀드렸습니다. 밥을 굶는 방법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고, 빡세게 운동하라는 말에는 천식 때문에 그러기가 힘들다라고 말하니 천식이 갑자기 왜 나오냐고 말씀하시더군요.
그리고 세상에 이런 일이 마지막에 제가 운동하지 않으면 되겠죠. 헤헤. 라는 대사가 있습니다. PD가 시켜서 한 겁니다. 그리고 밟을까봐 걱정된다고 하는 대사를 보고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을 때는 고양이 핑계를 댄다고 말하시더군요.
그리고 제 모습을 보시고 저보다 다섯 살에서 아홉 살까지 많으신 분들이 형이라고 부른다고 하더군요. 장난이시겠지만 제 가슴에 대못이 박히는 줄 알았습니다.
저도 제 생긴 게 중학교 3학년 올라가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것 알고요. 하지만 어릴 때 아이들이 운동하는 거라고는 낮에 친구들하고 신나게 노는 건데, 저는 아이들이 놀리기만 하지 같이 놀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있던 사교성도 없어져서 학교에서 소심하게 그냥 앉아 있다가 누가 말 걸어주면 고맙게 말하는 편이지요. 말을 하다가도 사람 눈치를 보게 되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소심한 성격이 됐는데 학교에서 아이들은 저에게 가끔씩 싸움을 거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기들이 잘못을 했으면서도, 어떤 경우에는 싸움 잘 하는 아이가 싸워보라고 시켰다고 저한테 와서 싸우자고 하더군요.
저는 싸움을 잘 하지도 못합니다. 통 틀어서 세 번 정도 싸워본 적은 있지만요. 사람 때리는 것이 싫고 맞는 것도 싫습니다. 그런데도 싸워야 하고, 만약에 제가 진다면 덩치만 산만해서 저게 뭐냐고 놀릴 것이 뻔하니 죽어도 이겨야했죠.
물론 이기긴 이겼습니다. 진 적은 없지요. 하지만 저는 이 빌어먹을 덩치와 체질 때문에 학교에서 무거운 것을 드는 역할을 담당해야 했고, 제 팔은 살이지 근육이 아니기 때문에 말랐으나 운동하여 근육이 있는 아이들보다 팔 힘이 약합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제가 잘 못 들고 힘들어하고 있으면 엄살 부린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저는 사람들 앞에 나가는 것이 싫습니다. 그래서 천식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인기피증 같은 것인지 사람들이 저를 본다는 것이 무척이나 부끄럽죠. 누군가가 쳐다보면 고개를 돌리게 되고, 괜히 옷을 쭉쭉 늘개서 드러나는 살도 가리고요.
그런데 제가 뭐 잘못한 게 있나요? 일 학년 통통한 아이랑 체육 선생님 한 분과 하교하는 길에 마주쳤었는데, 그분이 지나가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너도 운동 안 하면 나중에 저 형처럼 된다.
제가 뭐 잘못했습니까.
왜 갑자기 저를 늘고 지는 건가요. 저는 그저 천식 때문에 죽어라 운동 하면 진짜 죽을 가능성이 농후하고, 생각 안 하고 말하는 선생님 같은 사람 때문에 대인기피증에 가까운 정신병까지 생겼는데요.
그저 밖에 나가는 것도 두려워졌고요.
줄넘기도 해봤습니다. 삼백 개 넘어가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가 후들거리고 무릎이 아려옵니다. 성장판 다칠 거라고 하지 말라고, 다리에 무리 가지만 하지 말라고 해도 해봤지만 거의 오백 개가 최대더군요.
그렇게 힘겹게 하고 돌아오면 다리에 알 배겨서 다음 날 뭐하기도 힘들더군요. 하지만 해봤어요. 근데 물집만 생겨서 아예 걷지도 못할 수준에 이르렀고, 인대까지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다리 꺾여서요. 힘 풀린 상태에서 뛰어서.
제가 그렇게 했는데 왜 대체 뚱뚱하다고 놀림을 받고 노력 안한다는 소리를 듣고 살아야 하고, 대인기피증에 걸려야 하는 겁니까. 왜 저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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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하다보니 신세 한탄이 된 것 같습니다.
제목과 어울리는 글일지도 모르겠고요.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책방에 빌린 책을 갖다주고 돌아오는데 눈물이 나고, 집에 도착하기 전 옥상을 쳐다보고 저기서 떨어지면 죽을 수 있으려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이렇게라도 하소연을 해서 기분을 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였습니다.
이렇게 하소연한 글이 보기 싫으시면 조용히 쪽지나 덧글 남겨주세요. 삭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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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방송 나가면 안 될 것 같다고. 그리고 내보내지 말아줬으면 하는 대사도 있었고요. 하지만 피디는 그대로 내보내주었고, 저는 학교 갈 때마다 더 움츠리게 되더군요. 중학교 일 년 고등학교 일 년. 대학교는 모르겠군요. 갈 지 안 갈 지. 등록금도 그렇지만 썩 공부를 잘 하지 못합니다. 학원도 대인기피증 그거 때문인지 몰라도 아는 사람이 있는 경우 도저히 다닐 엄두가 나지 않아 상담만 하러 갔다가 곧장 돌아오게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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