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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동계훈련의 시즌이 코앞..

작성자
Lv.22 영아의별
작성
09.12.23 01:39
조회
343

저는 26개월 복무후 2000년 개천절에 제대했지요.당연히 군대 꿈은 마지막으로 꾼지 6,7년도 더 된거 같습니다.

그냥 민간인 복장에 야구모자 차림인데 제가 디스플러스 달라 하셨나요? 예.그렇습니다..를 절로 말해버리고 앗차 부끄러워하는 손님이 제게 옛기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하더군요.

( 캐물어보니 역시나..일병휴가중이라더군요. 키득키득 )

술자리 군대 이야기중 이 계절이면 아마도 제일 많이 언급되는 게 동계훈련이 아닐까 합니다.

뭐 모든 부대마다 같은 모습은 아니겠지만 전 이병 5호봉..그리고 상병 7호봉때 한번. 총 두번을 뛴 동계훈련이 북한산유격장에서 운좋게 한차례만 뛴 5월말의 유격보다 훨씬 더 기억에 남더군요.

..이하..평어로 씁니다.

1. 추위 -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운 군복이라지만 깔깔이랑 군용조끼까지 다 갖춰입어도 역시 지독하게 춥다. 강원도 추위만 하겠냐 하고 위로했지만 강변 좀 못미처 북한의 대남방송 울리는 곳에서 친 텐트안에서 자다 짬 밀려서 딱 3시쯤에 바로 윗고참이랑 같이 걸린 불침번서러 나오는데 전투화는 이미 석화마법에 희생된..

텐트마다 왜 달아놓았는지 모를 - 아마 군단장의 명령하에 동절기피해방지시행지침인지 뭔지때문이었을 듯 - 온도계는 영하 19도 -_ -;;

아무튼 추위 하나만으로도 동계훈련은 엄청 고생스럽다.

2. 비트 - 난 9사단 29연대 수색중대 소속이었다. 옆에 도로와 논밭난 봉우리에 분대단위로 여기저 파놓은 비트에서 하루 묵게 되었는데..알다시피 가을진지공사중에 웃으며 제대해버린 불량말년들의 대충주의가 그대로 남은 2평의 좁디좁은 공간에 분대 군장 8개와 분대원 + 군장1개 포함한 부소대장 전부를 끼어넣자니 서로의 접힌 팔다리가 베개.

짬없던 이등병때으로선 당연히 베게도 아니고 깔개 신세. 다리 저려도 못 편다는 게 그렇게 큰 고통인지 처음 알았다. 잠 한숨 못자고 날이 밝음. 바깥의 영하 19도나 비트안의 영하 5도나..

나중 일병휴가때에야 같은 사단이었음을 알게된 대학동기는 같은 동계훈련기간에 냉방은 안되어도 장갑차안이라서 좀이라도 덜 추웠다는데..그놈이라고 내무반이 안 그리웠을리 없다.

난 차라리 새벽 세시까지 병장밑에 전원이 얼차례받고 바로 새벽외곽근무 나갔다가 돌아와 딱 한시간 반을 따뜻한 내무반에서 잘 수 있었던 어떤 날이 더 그리웠다.

아마 전쟁이 나도 우린 그 비트에 안들어갈 거라 확신했다. 거기 짱박혀 있다간 저린 팔다리로 수류탄 하나에 올킬당할테니까.  

3. 밥 - 전투식량 2형 동결비빔밥 동일 식단을 지급된 고체연료에 나뭇가지 주어다 반합에다 물넣고 끓여 5일중 아마 최소 8끼니를 해결했던 거로 기억한다.

이게 생각보다 먹을만한 맛이지만 이틀째부턴 그냥 배고프니 먹게 되더라는...

그러나 군인들의 AM적응방식이 여기서 빛을 발해 어둠을 틈타 논밭을 가로질러 구멍가게 및 운좋으면 간혹 발견되는 소형마트를 후다닥 방문 소주, 과자. 캔 참치등을 신속히 사서 돌아오는 작전을 수행한다.

( 주로 제법 노련한 일병말호와 상병초봉을 시킴 )

옆 대대 어떤 분대장은 직접 수퍼에 침투했다가 작전소령에게 딱 걸려서 영창갔다던데...동계훈련때마다 반복되는 일상이라 한다.

더러 분대규모의 개별작전땐 한적한 농가에 들어가 스스럼없이 물이나 김치를 구걸하는 게 우리 대한민국 군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행히 대부분 에구 고생한다고 나눠주지 웬 거지새끼들이냐 대놓고 눈쌀찌푸리는 이는 없었다.

( 그때 따뜻한 밥 10인분을 아낌없이 주신 할머님 정말 고맙습니다. 지급받은 사발면이랑 같이 끓여먹고 그 환상적인 맛에 눈물이 날뻔 했음)

4. 훈련기간 위생상태는 당연히 엉망이다. 첫날 잔뜩 바른 위장크림을 지우고 세수나 양치질따윌 하기 원하는 건 동계훈련에선 사치다.

내무반안에라면 사제 샴푸쓰며 흥얼대는 분대장이나 그와 정반대에 놓인 꼬질꼬질한 막내나 야전에선 표정외엔 더러움에 아무 차이가 없다. 아마 군복과 하이바의 계급장은 매번 훈련때마다 청테이프로 가렸던거로 기억한다.

식사때마다 두개씩 필요한 반합은 분대구성원들의 것을 두개씩 빼서 쓰고 한번 쓴것은 설겆이없이 군장에 쑤셔넣었다.

나중엔 반합이 다 오염(?)된고로 언제 내렸는지 몰라도 응달에 남아있는 눈으로 대충 닦아서 썼다.

짬없어서 안그래도 가장 FM대로 싼 군장속의 속옷 5벌은 너희는 왜 따라왔니 라는 후회속에서 얌전히 겨울잠자고 있었다.

5일 내내 속옷 위아래모두 안갈아입었다. 양말은 그럭저럭 갈아신었다는 나의 증언을 들은 우리 아가씨는 힘든 것보다 그 블결함이 더 싫어서 군대는 절대 가고 싶지 않다 했다.

( 남자도 의외로 꽤 자주 씻고 싶어하거든? 그 상황에 처하면 여자도 청결함보단 단 한줌의 편함을 택할거라 확신한다 )

그냥 새록새록 소주 한잔 걸치면 튀어나오는 민방위 1년차인 저의 동계훈련에 관한 추억이었답니다... 크큭.

개똥위를 굴러도 민간인이 나아..그래 반팔이라도 괜찮아.


Comment ' 3

  • 작성자
    Lv.1 환유희
    작성일
    09.12.23 01:48
    No. 1

    동계는 아니지만 제대로 된 훈련은 상말때 딱 한번 끌려가봤는데(이마저도 간부 시다바리로 간거라서 배식+근무 외엔 한것도 없음;) 4월인데도 강원도의 추위는 장난이 아니더군요; 점호때 편하게 있으라기에 침낭 안에서 꼬물꼬물 있다가 나도 모르게 잠들어서 인원체크할때마다 개처럼 갈굼당하고;ㅁ;

    잘땐 모르겠는데 근무서려도 새벽에 기상해서 침낭 밖으로 나오면 무시무시한 추위가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7 아자씨
    작성일
    09.12.23 02:11
    No. 2

    흠..4월은 따뜻하죠...1월에 혹한기 하면...자다가 침낭안에서 눈을 볼 수있습니다. 침낭에 닿은 입김이 조금씩 얼어서 한번에 우수수 떨어지거든요.
    손씻고 물이 묻어서 털었더니 얼어있더라~ 라는건 겨울철 자주보는 그저그런 광경..그런날에 혹한기....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4 애시든
    작성일
    09.12.23 02:28
    No. 3

    전 작전병 출신이라서 훈련 전후가 힘들지(회사 철야작업..)훈련때는 오히려 상황병 하면서 편하더군요.
    멋모르고 편하다 해서 행정병 했다가...
    전역하면서 전역증하고, 하루종일 않자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체중대 비해 볼록 나온 배. 햇빛을 못봐서 파리해진 얼굴등..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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