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공모전에서 <계의 서 : 영웅왕 이야기> 를 잠시간 연재했던 사람입니다.
이번 공모전에서 작품 연재를 진행하며 느낀 것들을 나누어 보고자 글을 씁니다.
근 일주일을 연재하지 못하고 끙끙 앓다가 그만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정통 판타지를 써보려고 했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세계관을 구상하고 인물과 이야기를 만들어 왔습니다.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죠. 그러다가 문피아 공모전을 알게 되었고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정통 판타지를 쓰려는 분들 중 열에 아홉은 마주한다는 문제에 봉착했죠.
그건 ‘나만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점이었습니다.
새로운 세상의 기원을 마련하고, 독창적인 법칙을 만들어 내고, 그 곳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그 역사 안의 인물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러나 이는 마치 다큐멘터리 혹은 역사교과서 같은 것이었습니다. 어떠한 사건이나 인물도 살아 숨쉬고 있지 않더군요.
저는 어릴 적 게임을 하기 보다는 형님이 게임을 하던 것을 구경할 때가 많았습니다. 대개 형제의 권력관계라는 것이 그렇죠. 물론 구경하는 것도 재미는 있었습니다만, 제가 하는 것 만큼은 못했죠. 저는 누군가의 모험을 관광하기보다는 모험의 주체가 되고 싶었으니까요.
제 글을 다시금 읽어보니, 물론 수 많은 문제가 도처에 널려있습니다만은, 위의 문제가 고스란히 놓여있더군요.
제 글은 머릿속의 방대한 이미지를 텍스트로 치환시켜 놓은 것에 불과했습니다. 어떠한 이야기가 아니라 정보 그 자체였지요. 사건은 어떠한 갈등의 시작과 해결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역사적으로 나열되어 있을 뿐이었고, 인물들은 그에 맞추어 영혼 없는 로봇처럼 기계적으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마치 형편없는 세트에 초보 연기자를 세워 둔 느낌이었습니다. 당연히 독자는 작품에 이입할 수가 없겠죠. 어설픈 인형극을 보면서 어느 누가 자신이 모험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까요.
이것은 단순한 필력이나 소재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이야기를 구성하는 능력자체가 모자랐던 것 같았죠. 나름대로 재료를 공들여 준비했으나 어떻게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니, 갈 길 잃은 요소들이 럭비공처럼 튈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나오지 않는 조회수와 선작수, 뛰어난 작품과의 비교, 좋지 못한 평이나 애초에 평 자체가 없다는 것 따위의 문제들이 만들어 낸 자조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작가라면 꼭 넘어가야 하는 벽이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제 작품에 대한 자평은 객관적이든 주관적이든간에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갔고, 더 이상 써내려갈 생각을 잃게 되었습니다. 저의 소중한 세계를 더이상 이런 식으로 대우하기가 싫었습니다.
공모전에서 완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그것이 소중한 경험이 되기 때문이겠죠. 저는 완주하지는 못했습니다만 나름의 성과를 얻긴 한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다시 글을 쓸 겁니다. 이번 공모전에서 교훈을 얻었으니 다시 시도해야 겠지요.
많은 작가분들이, 특히 신인 작가분들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완주를 하든 그렇지 못하든 얻는 것은 분명히 있을테니 최선을 다 해보시길 독려하고 싶습니다.
언제나 즐거운 글쓰기를 하시길 희망합니다.
p.s.
물론 저는 더 이상 제 작품에 글을 올리진 않을 것입니다만, 조금이나마 있는 글을 읽어보시고 평을 해주십사하고 바랍니다. 하소연 글을 읽는 것도 모자라 그것까지 해야하나 싶으시겠지만, 어린 작가에게 한 마디 도움을 주셨으면 하는 제 욕심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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