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재미있는 게임이 없을까 앱스토어를 뒤지다가 ‘설사 어플’이라는 앱을 깔았다.
내 주소록에 등록된 사람의 이름을 어플에 옮기면 그 사람을 삼일밤낮으로 설사에 시달리게 해준다는 허무맹랑한 어플이었다.
큭큭. 이게 뭐야.
장난 삼아 주소록 가장 위에 있던 아버지의 이름을 적어보았다.
헉,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계시던 아버지가 배를 움켜쥐시며 화장실로 들어가셨다.
어머니, 동생, 심지어는 키우던 개까지.....
이거 진짜다!
내가 사실로 받아들임과 동시에 내 눈에만 보이고 내 귀에만 들리는 고블린이 나타났다.
자신을 크류라고 소개한 녀석이 내게 말한다.
“힉힉, 인간은 역시 흥미로워. 자기 아버지마저도 적으로 돌리다니, 힉힉.”
녀석은 귤을 무척 좋아해서 귤 하나만 쥐어주면 나에게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나는 크류와 함께 범죄자나 썩은 정치인 등, 사회의 암적 존재들의 전화번호를 따기 위해 노력했고 그들을 설사의 신 ‘싸라’의 이름으로 심판했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을 한국 최고의 탐정 ‘R’이라 소개한 한 남자가 대국민 인터뷰를 했다.
누군가가 설사를 임의적으로 조작하고 있다며, 자신이 그 존재를 잡겠다는 것이다.
이름이 적히면 반드시 싸버리게 만드는 어플을 사이에 둔 숨막히는 두뇌싸움!
싸게 할 것인가, 멈추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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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으로 문제가 있든 없든 그게 중요한 걸까요?
누군가는 장르작가라고 무시하지만! 그래도 작가는 작가인데!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최소한의 무게와 양심!
창작자로서의 자존심과 긍지!
내 밥그릇 깨지는 건 당연한 거고, 다른 동료들의 밥줄까지 끊게 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지고, 자각하고 성찰해야 합니다.
작가레기라고 싸잡혀서 조롱 받기 전에 말이죠.
오마주와 표절의 경계가 애매호모해지는 이 시대에, 유혹받기 쉬운 이 시대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즙을 쥐어짜내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모두에게 존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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