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경험을 우선 말하자면,
초등학교 시절 싸움하는 친구들은 소수였다.
괴롭힘 당하는 애도 소수였다.
기억에 남는 아이는 덩치는 초등학교때 이미 180이 넘었는데, 성격이 워낙 온순해서 머리 한두개 더 작은 애들이 짖궂은 장난을 하고, 심지어 때려도 가만히 있었다.
싸움 하는 애들이 적어서 그 소수에 대한 소문이 들리게 되면 쟤는 조심하자 주의였지 대부분은 문제 없이 다들 원만하게 지냈다.
그런데 언제 문제가 가장 많이 발생하냐면 초5부터 중3때까지였다.
초5 이전엔 학기초에 기싸움이 좀 있다가 쟤는 누굴 이겼다더라 하는 정도의 말, 한두번의 싸움 정도로 분위기가 금새 잡히고 1년내내 별다른 문제없이 보냈다.
그런데 초5부터 중학생이 되는 시점엔 실질적인 싸움이 자주 붙었다.
특히 중학교에 들어가자 마자 책상 걸상 뒤로 밀어두고 방과후가 되면 일대일로 붙기 일쑤였고, 옆반에선 망을 봐주기도 했으며, 어디 싸움낫다더라 하면 이상하게 선생은 바로 오질 않고 딱 10분정도 지난 후에 왔다.
또래 학교 친구와의 싸움을 난 많이 겪진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여러 곳에 멍이 드는 정도 이상의 싸움을 초중고 중에 열번 이상은 경험했다. 물론 부모님한테 말하는 경운 없었다.
이런 경험은 오늘날과 다르다는건 안다. 그런데 왠지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요즘 세대에 그대로 적용해서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에 다시 생각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예를 들어 난 집단폭력 특히 일진이라 불리는 무리에 의한 악의적인 괴롭힘과 폭력이 상습적으로 이뤄지는 점에 대해선 수배는 더 처벌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애들끼리의 싸움에 대해선 크게 걱정하지 않는 편이다. 입술 찢어지고 하는 정도야 자주 있던 일로 비쳐진다.
그러나 이제 이런 생각은 내 머리속에서만 남겨두어야 하는것 같다.
포털 사이트에 관련 뉴스가 뜨면 경중에 관계 없이 거의 무조건적으로 절대불가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대차를 인정해야겠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는 집단 폭력이 심각하지는 않았다. 배경이 좀 다르다는 말이다.
일진이라 칭할만한 무리가 많지도 않았거니와 학교생활 내내 그게 억압이 되고 짐이 되진 않았었다. 오히려 일반적인 상황에서 별 중요하지 않은 문제로 부딪히며 즉흥적인 싸움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았다. 아마 이런 싸움은 오늘날보다 최소 몇배는 더 많았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생각하니 애들끼리 싸움 도 좀 하고 그러는거지 라고 쉽게 생각앴던 것 같다. 그러나 오늘날의 세태는 나의 경험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와 다른 경험을 한 이들이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남에 의해 강제로 당한 상처는 작든 크든 강제성이 있었기에 부당하며, 사소한 싸움이라고 말하는 것도 가해자나 구경꾼이 하는 말이지 당하는 입장에선 견디기 힘든 괴로움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한가지 당부를 한다면, 인류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어린 남자애들의 기싸움은 절대 없을 수가 없다. 따라서 당연하다시피 발생하는 이런 문제에 대해 부모가 잘 살펴야 한다.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있기 마련인 이런 일에 대한 정신적 무장을 자녀에게 시켜주어야 한다.
내 경험에 의하면 초등학생 때는 싸움 잘하면 친구들이 높이 쳐주었다. 그러나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생이 되면 싸움 잘하느건 자랑 거리가 아니고, 오히려 꺼리는 이유가 되었다.
요즘은 어떨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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