슐트와 존스가 절대자로 명성을 드높인 배경에는 기술, 체력, 경기운영 등 다양한 요소들이 깔려 있지만, 우월한 사이즈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슐트와 존스는 자신의 사이즈를 십분 활용했다. 실력자들끼리의 대결에서는 약간의 리치 차이도 큰 변수다. 신장 212cm의 슐트는 사이즈에서 압도적이었고, 어린 시절부터 가라데를 익힌 선수답게 킥을 자유자재로 썼다. 거인 파이터 중 슐트만큼 킥을 하는 선수는 K-1 역사를 통틀어 찾기 어렵다.
슐트 같은 거인이 킥을 하면 상대 입장에서는 파고드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거리를 두고 펀치를 시도해도 어려운데 킥을 하면 간격은 크게 벌어진다. 니킥 등의 위험을 감수하고 슐트에게 파고들려면 상당히 긴 거리를 통과해야 한다. 그때 슐트는 움직임을 간파하고 정확하게 짧은 펀치를 가한다.
슐트 같은 거대한 선수가 카운터에 가까운 잽을 날리면 달려들던 상대는 가속까지 더해 큰 충격을 받는다. 웬만한 파이터의 스트레이트 못지않다. 팬들 사이에서 ‘벽돌잽’이란 말이 나온 것도 과장이 아니다.
모든 선수들이 슐트에게 어려움을 겪었지만 '플라잉 젠틀맨' 레미 본야스키(40·네덜란드)는 슐트에게 극도의 절망을 느낀 케이스다. 본야스키는 전형적인 키커다. 공격 시 킥에 대한 비중이 어떤 선수보다도 크다. 회피형 아웃파이팅보다는 가드를 탄탄히 한 채 상대의 공격을 받으면서 킥으로 돌려주고 흐름을 잡는다.
하지만 슐트는 본야스키가 킥으로 응수할 수 없는 거리에서 킥을 가한다. 묵직함도 남다르다. 무작정 가드로 받아내도 반격이 어려워 본야스키가 특유의 리듬을 살리면서 풀어갈 수 없다.
바다 하리(33·모로코)처럼 펀치에 일가견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본야스키 펀치는 말 그대로 킥을 보조하는 수준이다. 때문에 K-1 모든 파이터들에게 까다롭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본야스키도 슐트만 만나면 힘을 쓰지 못했다.
마우리시오 쇼군(35·브라질)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존스를 때리려면 파고들어 펀치를 휘둘러야 하는데 동작이 커 디펜스가 뛰어난 존스를 공략하기 어려웠다. 힘겹게 압박하며 펀치 타이밍을 잡아가려고 하면 치려는 순간 먼저 킥으로 하체 등을 때려 리듬을 깨버렸다. 그 사이 존스는 무수한 정타를 맞췄다.
난타전 거리나 상황이 만들어지면 영리한 존스는 클린치 싸움을 하거나 쇼군의 몸을 잡고 돌린 후 빠져나갔다. 틈틈이 테이크다운까지 시도해 쇼군으로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타격전은 거리싸움에서 안 되고 그래플링 싸움을 벌여도 레슬링이 강한 존스에게 밀리기 일쑤였다.
에밀리아넨코 표도르(40·러시아)는 과거 자신의 전성기가 끝나가던 무렵 “향후 종합 판도는 사이즈에 의해서 갈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기슬과 파워가 센 선수들이 사이즈 우위까지 점하면 시작 전부터 얻게 되는 것은 많다. 거기에 슐트나 존스가 지키는 절대 거리는 경쟁자들에게 ‘통곡의 벽’이 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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