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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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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7 퀘스트
작성
04.12.02 22:25
조회
607

요미우리 기자, '욘사마'에 분개하다!

이틀 전 퇴근해 막 저녁밥을 한술 뜰려는 찰나에 제 핸드폰에 낯선 번호가 찍히며 울려댔습니다. 번호의 주인공은 일본 요미우리 신문의 서울 특파원이었지요. 지난해 '겨울연가'가 일본에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했을 때 한국 아줌마이며 여성 담당인 저의 코멘트가 필요하다며 회사 근처로 찾아왔던 남자기자였습니다. 직관적으로 "또 배용준 때문이구나"싶고. 이야기를 하자면 길어질 게 뻔하여 본 통화는 다음 날로 하자며 미뤘습니다.

다음날 오후 어김없이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런데 그의 목소리와 질문은 지난해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작년에 만났을 땐 주로 한국의 여성과 드라마의 관계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었지요. '왜 한국 여성들은 드라마를 좋아하냐'는 무지무지 어려운(?) 질문을 비롯해서요.

아무튼 어딘가 그는 흥분돼 있었습니다. 질문 내용도 다분히 의도적이었지요. "일본 여성들이 욘사마에 저렇게 열광하고 숭배하는 모습이 한국 여성으로서 이해가 되십니까?" "일본 언론이 욘사마를 취재하려고 헬기까지 띄운 거 아시지요?" "한국에서는 대체 어느 정도 수준의 스타가 와야 헬기까지 동원된 취재가 가능할 것 같습니까?" "한국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까?"

그러면서 그는 자신도 모르게 아주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욘사마가 다녀간 뒤 지금 일본 남성들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여 있습니다. 전세계 외신을 통해 보도까지 되었으니 국가 망신이라고 여기며 수치스러워 하고 있지요." 그리곤 저로서는 참으로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도대체 일본 여성들이 왜 그런다고 생각하십니까?" (그걸 일본 여자도 아닌 제가 워떻게 아냐구요.ㅠㅠ)

순간 머리를 쥐어뜯다가 정색을 하고 대답했지요. "그거야 일본 남성인 기자님이 더 잘 아시지 않을까요? 그렇게 심각하게 느껴지시면 심층취재해서 한번 써보시지 그러세요." 그래도 이 아저씨 끈질깁니다. 굳이 저의 생각을 듣고 싶다는 거에요.

마침 2주 전쯤 만나 인터뷰했던 우에노 치즈꼬 동경대 사회학과 교수의 말이 떠올라 그대로 들려줬습니다. "비극이지요. 욘사마는 꿈속의 남자이고 환상일 뿐인데. 그것은 일본 여성들이 현재 자신의 남자친구와 남편에 얼마나 실망하고 있는지 방증해주고 있습니다." 때마침 한국의 젊은 여성학자가 들려준 말도 떠올라 보너스로 들려줬습니다. "가부장제에 적극적으로 공모해왔던 일본의 40~50대 중년 여성들이 그 판타지에 드디어 신물이 난 거지요. 겨울연가속 배용준처럼 여성인 자신을 존중해주는 부드럽고 자상한 남성상에 끌린 것이라고 할까요. 10대, 20대 여자들이 아닌 40대, 50대 여자들이 어떤 남성 캐릭터를 강하게 소비하기 시작할 때는 분명 그 사회의 가부장제에 균열을 가져오는 지점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저는 일본의 가부장제가 한국보다 더 심하다는 걸, 한국 여성들의 시대 의식이 일본 여성들보다 훨씬 앞서간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았답니다.*!*)

하여간에 분명한 건 저의 어떤 답변도 요미우리 기자를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겁니다. 아니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기색이 전혀 안보이더군요. 그 역시 일본의 기성세대 남성이라서 그랬을까요?

20여분간의 통화 끝에 그가 맥없이 묻습니다. "김기자가 해준 말들을 제 기사에 코멘트로 따도 될까요?" 그래서 대답했지요. "그건 자유입니다만, 일본 여성들의 욘사마 신드롬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는 점을 기자분도 아셔야 할 것 같네요."

  조선일보 김윤덕 기자 블로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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