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별짓도 다 하는 별도입니다.
여기에서 별짓이란 스타(별)리그 구경(짓)하는 것을 말합니다.
제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맨 처음 시작했던 사업이
스타리그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누구보다 스타리그에 관심이 많고,
지금도 열심히 보고 있지요.
그러다 보니, 어느 커뮤니티에 스타리그에 대한 칼럼을 쓰기도 합니다.
(에구. 안 쓴 지 세 달이 다 되어가는구나. 그거 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뒷이야기도 잘 압니다.
당시 제 별명이 술취한 테란입니다.
같은 공동 작업실을 운영하던 작가들과 게임방 가서 팀플을 하는데....
가장 경력이 오래 되었을 제가 주문하죠.
"7시로 모이...."
그리고는 저는 못 갑니다. 제가 보낸 병력들이 지뢰 밟고 다 녹아버렸거든요.
그래서 생긴 별명이 술취한 테란입니다.
잠깐 한 가지 일화를 소개시켜 드리지요.
임요환 선수가 한창 전성기에 명성을 날리고 있을때....
아마....
장진남 선수를 물리치고 온게임넷 스타리그 이연패를 했을 때지요, 아마.
그 당시 임요환 선수를 따라올 사람이 없었습니다.
프토의 김동수, 저그의 홍진호가 임요환을 위협했고,
프토의 박정석이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오고 있었지요.
당시 게임 성적을 보면, 누가 임요환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1위와 2위의 점수 차이가 너무나 월등하게 벌어져 있었거든요.
함께 게임 중계를 보던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한동안 임요환 전성기는 오래 갈 것이다... 장담했었습니다.
그 때 임요환 선수 인터뷰 중에 이런 질문이 오갔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은?"
"SES의 성유리 씨(가 맞나??)"
"우와? 그렇습니까? 그럼 다음 질문입니다... 성유리씨가 연습시간에 데이트 하자고 졸라대면 데이트 하시겠습니까, 연습하시겠습니까?"
(고민하다가)"연습할 것 같습니다."
이 대화는 한동안 많은 사람들의 입을 오르내렸습니다.
프로게이머는 그렇게 열심이구나 하고 말입니다....
그렇게 절정을 자랑하던 임요환 선수가 갑자기 추락하기 시작했습니다.
김동수 선수에게 자리를 내주고,
홍진호 선수가 (비공식)통합 챔프에 오르고,
한솥밥 먹던 후배 이윤열 선수가 치고 올라오는가 싶더니,
우승과는 멀어졌습니다.
그러는데 딱 6개월이 걸렸습니다.
그 누구도 넘볼 수 없을 것 같던 테란 황제, 임요환의 자리가 뒷전으로 밀린 것입니다.
그 때 임요환 선수가 다른 인터뷰에서 말 했지요.
"그동안 좀 게을러졌다. 여자친구도 생기고, 방송도 자주 나가고 하면서 게임에 몰두하지 못했다. 다시 정신 차리고 제 자리로 돌아가야겠다...."
합니다.
하지만 한 번 잃어버린 카리스마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전....
임요환 선수가 연습을 적게 했기 때문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대신에 임요환 선수가 다시 앞으로 한 발 갈 동안 다른 절정의 선수들도 앞으로 한 걸음 나가기 때문에 그 간격이 좁혀지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리고는 패러다임이 바뀌었죠.
머쉰 이윤열의 시대가 되면서 물량의 시대가 되었습니다.
특히 2003 프리미어 리그 결승에서 임요환 대 이윤열의 경기를 통해서,
시청자들은 전투에서는 승리하지만, 전쟁에서는 패배하는 임요환을
보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 임요환도 갔구나." 했습니다.
그런 시대의 흐름을 추종하던 임요환이....
스타리그에도 떨어지고, MML에서도 떨어지면서
"요즘 왜 이렇게 꼬이는 지 모르겠어요...."하지요.
그 충격이 크기는 컸나 봅니다.
요즘의 임요환의 플레이를 보면, 그가 돌아왔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이제 다시 예전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화려한 드랍쉽, 절묘한 컨트롤, 상극의 전략....
얼마 전 변길섭을 이연승으로 이길 때나,
지난 주의 프리미어. 임요환 대 이윤열의 경기를 보면....
"역시 임요환!" 하고 감탄하게 됩니다.
프로 게이머가 남기는 명언들이 참 많습니다.
"죽을 각오로 게임을 한다."는 박용욱.
배수진을 쳤던 한신이 그랬습니다. "죽을 각오로 싸우는 자는 살 것이요, 살고자 도망치는 자는 죽을 것이다.". 결국 한신이 이겼져!
(어머니에게)"남은 경기는 이기겠다고 약속했다."는 김성제나....
김성제 어머니가 백혈병 투병중이신 것은 다 아시죠?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왜 와신상담이 생각났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게임을 잊고 매 순간을 즐기고 있다."는 조용호.
나무를 보다가 숲을 보지 못한다고 말이지요....
그러니까, 요즘 조용호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 큰 판을 보는 눈이 뜬 것 같더군요.
프로게이머는....
프로입니다.
프로페셔널. 돈을 받고 자신의 흥행을 보여 주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만큼 어느 누구보다
지지 않고 이겨서 팬들과 시청자들에게 명승부를 보여주려고 노력합니다.
그게 바로 스타 플레이어 입니다.
열국지에 나오는 일화 중 하나 입니다.
춘추전국시대에....
적이 강을 건너오고 있습니다.
참모가 어린 국왕에게 "적이 양분되어 있으니, 지금 치면 이길 수 있을 것입니다."
국왕 왈, "아서라. 부족한 적을 수로 이기는 것은 군자가 할 짓이 못 된다."
잠시 후, 적병이 강을 건너와 진열을 정비할 때,
참모 왈, "지금 적들은 강을 건너느라 피로한 상태입니다. 전열을 정비하기 전에 친다면 승리할 수 있습니다."
국왕 왈, "아서라. 지친 적을 치는 것은 정당한 승부가 못 된다."
그리고 기다렸다가 맞짱 떴습니다.
결과, 국왕은 패하고 나라 빼앗기고, 갓 결혼한 새색시는 노예로 팔려가고.....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해진 룰 속에서는 어떻게 이기든, 이기는 것이 패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입니다.
단 맵팩을 쓰거나 하는 등의 룰을 파괴하는 행위를 하면 안됩니다.
룰 속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합니다.
스탑 럴커는 되지만, 얼라이 마인은 안 됩니다. 그것은 게임 화면 뒤에서 벌이는 조작이니까 말입니다.
매너 파일런도 되고, 몰래 건물도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비열하다고 비난하지 않습니다.
간혹 비난하는 초딩이 들이 있지만,
그들이야말로 초딩이밖에 안 됩니다.
전....
이기기 위해 플레이를 하는 모습은....
결코 비난 받을 짓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정해진 규칙 속에서 자신의 최선을 다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패한 선수 마저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그의 노력이 승자보다 맵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이지,
일부러 지기 위해서 나오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 모두....
즐겁게 스타 하고, 즐겁게 프로게이머의 스타 플레이를 구경하십시다.
이상 뻘쭘한 소리 늘어놓은 별도였습니다.
이 사진은 전용준 캐스터와 찍은 한 컷입니다.
당시 사진 찍으신 분이 손이 떨렸나 봅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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