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학교 가는 길에 전철에서 한 아가씨에게 싸다구를 맞는 젊은 총각을 보았습니다...
(저랑 나이가 비슷할 꺼 같은...참고로 전 20대 후반 입니다...^^;)
아가씨가 소리를 지르며 남자를 욕하는데 내용인 즉슨...
바짝 붙어서 남의 귀에다가 콧바람을 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남자는 얼굴 벌게서 듣고 있다가 여자가 말을 멈추자 한마디 하고 그 자리에 떳떳히 서있더군요...
'일부러 그런 거 아니거든요...사람들 많아서 붙은거 거든요...'
왠지 모르게 그 사람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남자를 이해하는 모습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슬쩍 여자 얼굴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정말 남자가 이해되면서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만도 하다고 느꼈습니다...
(외모 지상주의는 지양되어야 하나 여자 얼굴이 정말...ㅡ_ㅡ;;)
다음은 제가 이 일을 계기로 생각난 저의 경험담이며 약 80% 진실과 20%의 과장이 섞여 있음을 미리 밝혀드립니다...
--------------------------------------------------------------------------------
2002년 봄...
아침 7시 40분을 넘긴 5호선은 여지 없이 붐빈다...
화곡을 지나 까지산, 신정, 목동을 향하면서 사람들은 빽빽히 들어서게 되고...
신길에서 최대 정점에 이른 지하철 안 사람들은 여의도에 이르기 전까지 정말 발디딜 틈도 없게 된다...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한 정현이는 언제나 이 순간을 즐기며
당시 활성화되고 있던 길거리 신문을 보는 재미에 빠져 있었다...
봄기운도 완연했던 어느 날...
얼마나 사람이 많은지 정현이는 신문을 펼쳐볼 공간을 확보할 수 없었다...
간신히 중심을 잡고 서 있는데 또다시 밀려드는 사람들...
그날따라 밀착에 밀착을 하게 되고 벽에 간신히 한손을 대고 서 있는 정현이 앞에는 키크고 조신하게 생긴 여성 한 명이 밀착해 오게 되었다...
'오오...~ 이건 무슨 향기지...?'
화장품이라면 크림조차 바르고 다니지 않는 정현이가 여성 화장품 냄새를 맡고 어찌 무슨 향인줄 알겠는가...ㅡ.ㅡ;;
달콤한 꿀 같기도 하고 꽃 냄새 같기도 한 향기에 취해 정현이의 정신은 몽롱해졌다...
잠시 후, 열차가 정거장에서 출발하고 여성의 몸은 정현이에게 기대어 왔다...
잡을 곳도 없는 상황...
힘없는 여성의 몸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강건한(?) 육체의 정현이에게 기대어 올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정현이도 어쩔 수 없는 상황...
정현이는 그 여성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그 순간을 이겨 나가고 있었다...
당시 정현이는 건조한 봄 날씨로 인해 코감기에 걸려 있었다...
한쪽 코가 막혀 호흡을 하면 안막힌 나머지 한쪽 코로 숨이 길게 나갔는데...
그 숨이 여성의 귀밑머리와 뒷목쪽을 간질이고 있었다...
느낌이 이상하다...
왠지 죄 짓는 기분이 든다...
그렇지만 사람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게 될 여의도까지는 어쩔 수 없는 상황...
정현이는 왠지 모를 야릇한 생각히 들어 최대한 숨을 가만히 쉬려고 노력하였다...
그러나...
가만히 쉬니까 더 길게 나가는 콧바람...
그녀도 뭔가 뒤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지는 듯 움찔움찔거리고...
그것은 정말 정현에게 있어 진땀나는 순간이었다...
코가 막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한쪽 코로 숨을 쉬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정말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가끔씩 입으로도 숨을 쉬어줘야 하는데...
정현이는 가만히 숨을 쉬는데 온 힘을 기울였으므로 그의 호흡 곤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ㅡ.ㅡ;;
"흐읍...하아...~ 흐읍...하아...~'
야동에서나 나올 듯한 야릇한 숨소리와 그녀의 귀와 목덜미를 간지럽히는 미묘한 바람...
여인은 뭔가를 느꼈는지 몸을 비틀어보지만 정말 정현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그녀가 몸을 비튼 것 때문에 불편해진 주변 사람들이 그제서야 이상한 낌새를 느끼며 정현을 쳐다보게 되고...
정현이는 마음은 당당했으나 몸은 그렇지를 못해 벌게진 얼굴로 이 순간이 어서 지나가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얼마 뒤, 전철은 여의도에 서게 되고 그녀는 지금까지 자신을 괴롭히던(?)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할 용기도 내지 못한 채 황급히 전철에서 내렸다...
썰물처럼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그제서야 정현이는 신문을 볼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녀는 뒤에서 밀착해 있던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설마 나를 지하철에서의 변X로 생각하면서 불쾌해 했을까...?
아직도 옷자락에 배어 있는 듯한 그녀의 향기를 느끼며...
정현이는 신문으로 눈을 돌렸다...
이것이 정현이의 변태의 추억이다...
-썰렁 이야기 끝...~(ㅡ_ㅡ;;)-
Commen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