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사건은 그냥 우발적인 사건이라기보다
그동안 있어왔던 사건들이 쌓여서 터진사건 같군요.
기획] 농활의 발견(2)-농활의 문제점
2002-08-06
2004년 07월 05일 선민
누구나 알고 있는, 그러나 아무도 말하지 않는...
농활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는 사람도 많지만, 실제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많은 문제들을 느낀다. '연대'의 구체적인 의미가 불명확하다는 고전적인 문제에서부터, 농활대 내부의 문제, 농민과의 관계설정 문제 등은 농활을 둘러싼 새로운 논쟁지형을 구성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농활대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총 참여자 수는 예년보다 그렇게 적지 않지만, 2002년 농활은 전일 참가자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몇몇 과들은 5-6명이서 힘겹게 농활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더욱 큰 문제 더 이상 학생들은 농활을 학생 공동체의 가장 큰 행사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대'라는 기치가 마음에 와 닿지 않기도 하거니와, 자치공동체가 상당부분 붕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장기적으로 농활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
"솔직히 의미가 잘 납득이 가지 않아요. 사람들이 싫은 건 아니지만 전공선택 관계로 계절학기도 수강해야하고 그러니까...가는 친구들도 있지만 딱히 남아있어도 아쉽지는 않네요." (사회대 02학번)
많은 새내기들은 더 이상 농활을 끌리는 활동으로 느끼지 않는다. 대신에 계절학기나 어학연수, 자신의 취미활동에 더욱 많은 시간을 투자하기를 원한다. 자치공동체가 약화되면서 모여서 얻을 수 있는 재미가 점점 사라지고, 대신에 그 자리를 학점, 영어 등의 현실적인 필요들이 메꾸고 있다. 이렇게 나가다 보면 농활 자체가 몇 년 후에는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순히 대학의 시장화, 공동체의 붕괴와 같은 틀로 농활의 모든 문제들을 설명할 수는 없다. 새로운 관점에서 농활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활 시기 성폭력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러한 관점을 대표한다. 농활대 내부에서, 그리고 농민과의 관계에서 성폭력은 과거에도 빈번하게 발생했지만 공개적으로 문제화되지 못했다. 일단 '연대'라는 당위가 가장 우선시 되었기 때문이며, '양성평등한 농활'이라는 문제의식 자체가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의 '홍성군 농활 성폭력 사건' 등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제 성폭력은 농활에 있어서 핵심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농민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은 결코 새로운 것은 아니다. 사실 농촌 사회의 가부장성은 학생 사회보다 훨씬 더 심각하며, 이는 농민회를 통해 소통을 한다거나 학생들이 직접적으로 몇 가지 문제제기를 한다고 해서 단시일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힘세고 일 잘하는 남학생을 선호하는 것에서부터 '아가씨'라는 성별화된 호칭의 사용, 마을잔치에서 술을 따르라거나 손을 잡아끌면서 같이 춤을 추자는 아저씨들까지, 농활은 많은 성폭력적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농활대 내부에서도 성폭력은 빈번히 발생한다. 많은 수의 사람들이 공동생활을 하면서 밀도 있는 접촉이 이루어지다 보니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마을회관의 여건상 공간분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거나 성별화된 작업 배당 등의 문제가 표면적이라면, 농활대의 성비불균형은 보다 심층적인 문제이다. 여자 선배가 없을 경우 많은 여성들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의할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며 불안감을 느낀다. 생리 중의 여성들을 위한 생리대와 진통제의 배치문제, 샤워를 가능하게 해주는 위생 문제, 그리고 당당히 생리통 때문에 작업을 쉬어야 하겠다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의 문제까지, 남성들이라면 모르고 지나쳤을 문제들이 여성들에게는 핵심적으로 다가간다. '그 정도를 가지고 무슨 성폭력이냐?'라도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자신에게 적대적인 환경을 온몸으로 견뎌야 한다는 것은 여성들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양성평등한 농활'에 대한 문제제기와 고민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농활대 내부에서의 철저한 준비와 교양을 통해 위에서 열거된 문제점들을 해결하려는 노력들이 있어왔으며, 또 상당부분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농활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작년의 홍성군 농활 성폭력 사건이 일방적인 테이블 해소로 마무리가 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자신의 가부장적 성향을 고수하는 농민회를 연대의 파트너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농활 중에 이루어지는 문제제기가 농활대 내부에서 충분히 공유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똑같이 힘든데, 어리광을 부리는 것이 아니냐. 농활에 일단 왔으면 그 정도는 참아야 한다."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여성주의자들은 "농활 자체는 불가능까지는 아니더라도 양성평등해지기 힘든 활동이며, 현재의 수준을 뛰어넘는 근본적인 고민이 있지 않다면 여성들에게 농활을 가자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출처 - http://www.snuno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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