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한테 무엇을 선물해야 할까?
언제나 돌아오는 봄처럼, 오월의 왁자지껄한 어린이날이 지나가고 어버이날이 다가
오면 난 항상 이런 고민아닌 고민으로 머리를 굴려야 했다.
제 땀흘려 십원한개 번적이 없었던 철없던 십대의 그 시절, 힘겹게 모은 용돈 한 두
푼으로 자랑스레 엄마께 클렌징 크림이나 커피한병을 사다드렸던 나. 어떤때는 제
형편이 빈궁해서, 또는 그날의 감정의 비틀림으로 인해 어찌어지 공으로 넘어가기도
수차례... 결국 근본적으론 제돈 들어가는게 한푼도 없으면서도 언제부턴가 내겐 날
짜가 주는 부담과 의무감에 치우처 그져 약소한 선물을 건네어 드리는게 다인 날로
서 어버이날은 전락하게 되었다. 그것은 비단 군을 전역하여 스스로 소득을 올리는
사회인으로 거듭난 지금의 나에게도 그리 벗어나는 경우는 아니다.
누구처럼 악착같이 살아가는것도 아닌데,
스스로도 소득을 담당하는 어른이라고 자부한지도 벌써 옛날이 되어버린 지금에도
친구를 만나고 몇가지 잘도 고상하신 취미를 위해선 아낌없이 금전을 쓰면서 정작
내 모든것을 가능하게 하신 엄마께는 푼돈하나가 아까운 실정이라니... 이거야말로
교활한 머리가 감정을 기만하고, 제 어미의 고기로 배를 채우는 지각없는 곤충들이
나 보여줄 작태다.
한평생 그 품이 따사로와 기대고 비벼대기만 했던 동산이 모진 세파에 겨우 시들어
버린 풀줄기나 남은 지금에 와서도 일찌감치 고삐풀린 무식한 소는 땅을 뒤집고 개
중에 성한풀만 골라나 처먹고 있구나......
겉 산 인생인 주제에 무슨 한이 맺혔다고 오밤에 취해들어와 변기에 머릴박고 구역
질을 할 때에도, 투박한 걱정소리와 함께 등을 두들겨주시던 엄마의 첫손길에 얹친
것이 쑤욱 내려갔었고...
이미 제 몸의 힘이 월등함을 알면서도 악몽을 꾸고 소스라치게 일어났을땐 살며시
안방으로 통하는 문을 열어두면 다시 단잠을 자곤했다.
내 투정을 받아주는 것도 엄마고, 누구보다도 내 마음을 먼저 알아주시는게 엄마다.
지나온 내 삶의 장점들만을 백가지라도 증언해줄수 있는 사람이 엄마고, 그래서 하
나라도 내가 잘못되는 꼴을 볼 수 없는 내 인생 최고의 후원자가 또 우리엄마다.
그래서 난 이제 홍수에 무너진 제방을 쌓는 심정으로 시작할테다.
지난날 어디로 흘러가버린지 모를 잘못 돌려진 물줄기를 바로잡아 물꼬를 트듯, 내
하염없는 감정을 담아 엄마께 선물을 드리련다.
좋은 옷도 사드리고, 맛있는 외식도 대접하고 싶은, 비록 서툴고 곰살맞은 행위일망
정 이제와 못할것은 또 무언가? 어느 효자의 얘기처럼 제 몸을 희생할 비장스런 각
오로 임하는 것도 아닐진데...
필요한 건 사랑하는 마음,
시간의 여유와 조금은 두툼한 지갑......
부모님 살아생전에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대접해 드릴수 있는 사람이야 말로 진정으
로 행복한 사람이겠지, 그것을 뒤늦게나마 깨달은 그 순간부터......
난 모레야 그것을 실천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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