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피를 마시는 새 18-1
보낸이:이영도(jin46) 2004-05-24 02:28 조회:1100 5/49
사라말은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사라말은 오두막 벽에 등을 기댄 채 잠시 호흡을 골랐다.
그들이 있는 오두막은 순록을 방목하는 이들이나 연어 낚시꾼, 혹은
사냥꾼을 위해 만들어진 오두막인 듯하다. 그리고 순록은 이 주위의
풀을 다 뜯어먹었고 연어는 회귀성을 잃어버리고 사냥꾼은 대자연에
게 사냥당한 듯하다. 황폐한 풍경이라고까지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사
라말은 주변의 풍경에서 어떤 생산성도 느낄 수 없었다. 오두막 주위
엔 얼어붙은 바위들이 비죽비죽 솟아있는 구릉이 시야를 답답하게 하
고 과거 십년 동안은 꽃이나 잎을 피웠을 것 같지 않은 나무들이 반
쯤 석화되어 풍경 이곳저곳에 매달려 있다. 거센 바람에 뿌리째 쓰러
진 나무들의 모습은 사토 속에 드러난 동물의 유골처럼 보인다. 그
모든 것 위로 유령 같은 낮이 펼쳐져 있다. 낮은 궤도에서 전전반측
하는 짙은 구름은 햇빛을 옹골차게 막아내며 사라말이 선 땅 위에 밤
과 낮의 근친교배로 태어난 듯한 박명을 뿌리고 있다. 먼 곳에서 들
려오는 폭풍 소리…… 혹은 과거에서 들려오는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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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록은 이 주위의 풀을 다 뜯어먹었고 연어는 회귀성을 잃어버리고 사냥꾼은 대자연에게 사냥당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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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한화가 정말 감탄......
매일 이글 기다리는 재미에 삽니다.
무협도 저렇게 쓰는것이 가능할텐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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