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100% 본인의 사견임을 밝히며, 문제가 될 시에는 정담규칙에 의거한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습니다.
***
나는 99% 서울사람이다. 고향은 충청이다.
즉, 태어나기는 충청도에서 태어났지만, 100 일때부터 서울에서 살았다. 이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경상도, 전라도 어느 지역에도 편중되지 않고 총선 상황을 보겠다고 전제하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내가 본 것은 지역주의도, 친노-반노 구도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희망' 이다.
나 역시 심정적으로 열린우리당을 지지했고, 또한 그렇게 투표했다.
그렇지만, 열린우리당을 맹목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다. 차선적, 비판적 지지였다.
차선적 지지란,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 보다 그나마 덜 부패했고, 더 민주적이고, 더 진보적이라 생각해 지지했다는 뜻이다.
비판적 지지란, 만약 이번 총선 이후 정권을 획득한 열린우리당이 실정을 했을 때는 과감히 돌아서겠다는 말이다.
이는 열린우리당을 지지했던 대다수의 사람들과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한다.
인물론을 내세워 정권 재탈환을 노린 한나라 당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인물을 보고 뽑자는 말은 100%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을 본다면 80% 는 틀린 말이라 생각했다.
과거, 수없이 많은 개혁의원들이 한나라 당 내의 수구, 기득권 세력에 밀려 뜻을 꺾었던 일들을 비일비재하게 봐왔기 때문이다. 뜻을 채 펴보지도 못하고 불출마한 오세훈 의원이나, 소신으로는 탄핵에 반대하면서도 당론이라는 미명하에 탄핵찬성 한 소장파 의원들을 보고서 더욱 뼈저리게 느꼈다.
한나라 당이 박근혜 대표 이후 새롭게 변화했다고 하지만, 믿을 수 없었다. 서울에서 이번에 5선에 성공한 H모 의원, 부산에서 4선에 성공한 공안검사 J모 의원, 낙선했지만 절대 출마하지 말았어야할 인물 1위 H모 의원 등을 보면서 기가 막혔다.
저런 후보자들을 공천하는 당이, 어찌 변화했다고 할까. 그저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젊은 사람들 내보내면 다인가. 젊은이들로 겉치장은 화려히 하고, 알맹이(당을 이끌어가는 세력)는 그대로인데 어찌 믿을 수가 있겠는가. 또 젊은 의원들이 수구, 기득권 세력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17 대 국회에서도 봐야만 하는가.
저런 인물들을 모조리 척결하지 않는 한, 한나라 당은 지지할 수 없을 것이다.
각설하고, 이번 대선에서 나는 희망을 봤다.
한나라 당이 경상도 지역에서 싹쓸이했다고 다들 욕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비록 결과는 한나라 당의 경상도 지역 완승이지만, 투표 결과만 본다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옛날, 새천년국민회의(민주당의 전신) 후보자들이 경상도에서 출마했을 때를 생각해보라. 그때는 지지도 10% 나오지 않았다. 반면, 지금은 어떠한가. 열린우리당의 후보자들은 패배했어도, 최소 20% 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많게는 당선자보다 조금 뒤진, 30-40% 의 지지를 받았다.
더욱이, 정당 투표에서도 열린우리당은 30% 정도를 얻지 않았나.
아직도 지역주의에서 헤메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지만, 그들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한표를 한 것이라 인정한다. 또한 민주주의를 위해 과감히 한표를 기부한 나머지 경상도민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전라도의 상황을 보면 더욱 희망적이다.
열린우리당이 민주당에서 파생되었다고 하고, 둘이 똑같은 전라도 당이라 하는데 이는 어불성설이다.
물론 열린우리당 사람은 과거, 민주당 출신이다. 하지만, 정당의 개념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리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정당 - 이념과 정책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모임.
열린우리당이 민주당과 같은 전라도 당이라면, 굳이 분당할 필요가 있었을까. 한나라 당과 기타 정당에서 뜻을 같이하는 자들을 모을 필요가 있었을까. 전라도가 아닌, 다른 지역 출신들도 함께 융합할 수 있었을까. 당원은 아니지만, 당의 정신적인 수반으로 여겨지는 노무현 대통령을 따를 필요가 있었을까. 노 대통령은 과거, 민주당과 전라도 주민들이 그토록 싫어해 마지 않던 경상도 출신인데.
이는 과거 기존의 지역적 기반을 두고 탄생한 정당과는 차별성을 둔다는 뜻이다. 즉 열린우리당은 더 이상 전라도의 정당이 아닌, 정책적, 이념적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지역적, 신분적 차이를 초월하고 모인 당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이유는, 이번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성적이 전라도 지역주의에 기반한 것이 아님을 반증하기 위해서이다.
만약 전라도의 지역주의가 살아났다면, 이번 총선은 전라도 내 민주당의 압승이어야 마땅하다. 그것이 전라도 지역주의에 가장 부합하는 일이다. 민주당은 전라도 출신 DJ의 이념을 계승한 당이며(실제 그의 장남 김홍일 의원도 민주당 비례대표로 출마한 상태이다.) 전라도 출신 의원들이 대다수를 차지 당이다.
즉, 열린우리당의 전라도 지역 압승은 전라도민들의 민주적 사고에 기인한 바라고 나는 규정한다.
기타 다른 지역에서도 역시 열린우리당은 대부분 승리를 거두었다. 이는 우리나라 정치의 역사가 새로 시작됨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앞으로 열린우리당이 실정을 한다면 다음 총선, 혹은 대선 때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역주의 구도가 많이 완화된 이번 17대 총선, 자랑스럽다.
다함께,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고 싶다.
경상도, 전라도 사람이기 이전에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 아니던가.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