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상징..
흰색의 전령사.
대홍수 속에서도 살아남은 억세게 운 좋은 노씨 할아버지가 망망대해에 이르러 '어
찌 살아가누.' 하고 탄식만 뱉을때 홀연히 잎사귀를 물고 날아와 길조로 추앙받기도
했으며, 모 액션영화 감독의 뽀대장면연출소재로 고정출연 중이기도 한 새(鳥).
비둘기.
근데 요즘 이녀석 옛날의 참새만큼이나 쪽수가 많이 늘어나 가히 보기싫은 작태를
자주 자아내 눈쌀을 찌푸리게 한답니다.
근처의 한적한 공원어림이면 마치 저글링 한부대처럼 옹기종기 모여있는 이 녀석들
은 이제 완벽히 거대도시의 생리에 적응해서 굳이 날지도 않고 하루종일 주변을 뒤
뚱거리며 돌아다니고 먹을거리를 찾는것에 소일하고 있는게 전부입니다. 사람이 다
가와도, 자전거가 달려와도 절대 날지 않으며 귀찮은듯 몇번의 폴짝거림 만으로 아
슬아슬 피해내곤 해 다칠까봐 노심초사하던 사람의 귓구멍에 연기가 나게 만들기도
하지요.
그야말로 '닭둘기' 란 별명이 딱 어울립니다.
녀석들의 하루 일과는 공원 모래사장 같은 곳에서 주제에 단장이랍시고 흙모래를 제
몸에 끼얹거나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잠을 못이겨 이른 오전의 낮은 햇살에 병든 닭
처럼 고개를 꾸벅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러다 슬슬 사람들이 모여들고 비어있던 벤치에 물주(?)들이 자리를 채우는 시간이
돌아오면 본격적으로 녀석들의 앵벌이도 시작되는 것입니다.
갈색바바리에 중절모를 쓴 중후한 인상의 노신사가 품 속을 뒤적이기라도 할 참이
면 이 작은 소악마들은 벌써 눈빛부터 달라져 어택명령을 받은 저글링부대처럼 뚱뚱
한 몸을 이끌고 뒤뚱뒤뚱 잘도 뛰어옵니다. 바로 여기에서 닭둘기란 별명이 창조된
것이지요. 개중에는 열량의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목숨의 위기에도 보이지 않았
던 새 본연의 모습으로 날아올라 선점을 잡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순박한 노신사는 흐뭇한 모습을 지으시며 아낌없이 곡물을 쏟아내시지만 어느새 아
귀처럼 모여든 녀석들의 식탐으로 봉지는 그만 거덜이 나고, 마치 자신마저도 쪼아
댈듯한 놈들의 '구구~' 압박(정말 조여들듯 쫒아옵니다.)에 비로서야 깨닫습니다.
순백의 날개위로 도시의 검은 먼지가 물들었듯이, 생존을 위해 번식한 이놈들은 더
이상 과거의 그 이미지가 아닌 닭둘기의 삶을 선택했음을 말입니다...
하지만 저를 가장 경악케했던 비둘기의 모습은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전날의 어느 생각없는 취객이 전봇대에 그려놓은 오..오토바이~~의
흔적과 그것을 또 옹기종기 모여서 쪼아먹고 있는 녀석들의 추악한 작태를 본 일입
니다. 실로 뒤통수를 망치로 맞은듯한 추..충격이었지요.
이제 도시의 주인은 바뀌였습니다. 빠른 기동력의 참새도, 패악한 기질의 까치도 도
시에 적응치 못하고 각자 시골과 산속으로 돌아간 지금, 맘먹고 세어보면 겁나는 쪽
수와 갈고닦은 생존력으로 도시의 숨통인 공원을 모두 장악한 조폭, 닭둘기.
언젠간 황소개구리 처럼 사람과 한바탕 전쟁을 치뤄야 될 듯 싶군요.
사람이 만들어낸 비틀린 현상의 창조물에 지나지 않지만 그것을 해결해야 하는것도
또 사람의 몫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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