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런 사람이 바로 선생님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진 때가
바로 초등학교 5학년 때였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담임교사와는 너무도 달랐기 때문입니다.
(당시는 유신 정권 말기였습니다.)
자신의 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었습니다.
담임선생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 놀이 이야기, 기타 등등...
수업의 절반은 진도 내용이 아니라, 그런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 때는 정말 학교 갈 맛이 났습니다.
학교에 가서 아이들과 선생님이 한 이야기를 따라 해 보고, 또 다른 재미있는 놀이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그런데 수업이 그렇게 노는 것 같건만, 정말 신기한 것은....
항상 저희 반 반 평균이 다른 반보다 대략 10점 정도가 항상 높았다는 것입니다.
특별히 시험 문제를 가르치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그 때, 저희 담임 선생님은 시험 출제는 아예 안 하셨습니다.
출제까지 하면, 안된다는 게 선생님의 말씀이고, 다른 교사들도 모두 동의하는 내용이었지요.
그 때, 선생님이 "저는 글 쓰는 재주가 있으니, 네 소원대로 작가가 되는 것도 좋겠다." 하셨습니다. ^^;;;;;
하지만, 아직도 전 작가까지는 못 되고 있군요.
고등학교 1학년 때 또 좋은 선생님을 담임으로 모실 수 있었습니다.
애들을 불러내서는 고딩인 애들한테 소주를 쏘는 선생님.
"내가 내 애들한테 술 사는데 누가 뭐라고 그래!" 하시던 그 모습이 너무도 그립습니다.
졸업하고 십여 년이 흘렀건만,
지금도 그 때 친구들과는 연락을 해서 해 마다 한 번 쯤은 고1 담임 선생님을 찾아 뵙니다.
밖에서 술 마시면서,
이제는 저희가 쏘지요. ㅍㅎㅎㅎ.....
이제는 흰 머리가 가득하시더군요.
고2 때 담임 선생님도 정말 좋은 분이셨습니다.
공자님 같으신 분이셨습니다.
한창 성장기에, 그리고 정서적으로는 육체의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는 그 때,
아이들에게 가치관과 철학과 삶의 방향에 대한 고민을 스스로 하도록 지도를 해 주시던 분이셨습니다.
때가 되면, 한복을 입으시고 나오셔서 학생들에게 정신과 의식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시던 분이셨습니다.
물리 선생님이신데, 사자성어와 한자어는 어찌나 그리 많이 아시던지....
박학다식이란 게 저런 거구나 하는 것을 그 때 알 수 있었지요.
제대 후에 다시 학교를 찾았을 때, 이제는 다른 곳에 계시다는 말을 듣고 선생님을 찾아뵙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쉽습니다.
대학에 가서, 또는 사회에 만난 친구들와 이야기 하면서
존경하는 선생님이 셋이나 있다는 저 자신이 정말 복 많은 놈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매 맞아요?
고 1때 선생님으로부터는 매도 꽤 맞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게.... 정말 감정이 실린 매였다고는 생각되지 않는군요.
놀라운 것은 말이지요....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학창생활 십이 년... 담임 교사만도 열 세 명.(중간에 한 번 바뀌어서), 그리고 담임은 아닐지라도 각 과목 담당 교사도 수십여 명. 어쩌면 백여 명.
그 중에 교사라 칭하지 않고 선생님이라 칭하는 사람이 셋입니다.
그런데, 전....
다른 사람과 이야기 하면서
"난 기억나는 선생님이 세 분이나 있다!"고 자랑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오월이 오면, 고1 때 담임선생님과 또 소주 한 잔 빨아야겠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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