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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39 매봉옥
작성
04.03.12 14:37
조회
413

마지막 승부 - 구질서의 마지막 발버둥 (확대)      

등록 : 미둥(Guest)  조회 : 1,339   점수 : 740   날짜 : 2004년 03월 12일 (01시 23분)    

  

마지막 승부 - 구질서의 마지막 발버둥

  

  

결국 노무현 대통령은 정면승부를 택했다. 피해갈 수 있었는데,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피해가라고 권유했는데도, 정면승부를 택했다. 그건 참으로 어리석은 결정이다.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모두 아는 사실을 노무현이 몰랐을까?

비록 모든 사람이 말렸고, 노무현도 그 사실을 알았지만, 그래야만 했다. 진정 구시대의 썩은 질서와 결별하자면 말이다. 그럴 생각이 있었다면 말이다. 그는 모든 것을 걸고, 이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구시대의 검은 질서의 막강한 위협에 맞서.......

우리는 수없이 들어왔다. “화해와 타협” 그것이 진정 아름다운 가치라고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끝없는 악순환을 불러왔고, 결국 구질서의 생명을 유지시켰다. 그런 화해와 타협으로 구시대의 악의 무리가 정화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많은 재야, 개혁 등 양심세력이 죽어갔고, 변질되어 갔다. 그리고 그 구시대의 힘은 여전히 막강했다.

그래서 해방 50년이 넘어도 “친일규정법”이 겨우 겨우 정말 힘겹게 통과할 수 있었다. 마침 불어 닥친 이승연 누드파동 덕분에, 또 코앞에 닥친 선거 덕분에....... 그것도 만신창이가 되어서 말이다. 그게 바로 언론이 그렇게 떠드는 ‘화해와 타협’이다. 지겹게 들어 왔던 좋은게 좋다는 논리.

때로는 대화와 타협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원칙을 훼손하는 타협은 이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놓았는가? 제주도 교육감 선거에서 모든 후보가 돈으로 선거했다고 한다. 과연 이것이 제주도만의 문제일까? 아니면 교육계만의 문제일까? 우리사회는 그렇게 전국 방방곡곡이 썩어왔다. 그게 바로 아직도 살아있는 구질서의 힘이며, 삐뚤어진 화해와 타협의 결과였다.

뒤가 구린 언론일수록 대화와 타협을 이야기한다. 그렇게 양비론으로 모든 걸 뒤덮어 버린다. 그러면 결국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해야 한다. 원칙이고 나발이고....... 그렇게 전두환은 풀려났고, 떵떵거리고 살 수 있었다. 쿠데타를 했어도 그는 전임대통령이라고 대우 받았다.

그렇게 우리나라에서는 조약돌처럼 둥글게 둥글게 살아가라고 가르쳤다. 출세하려면....... 의녀 장금이도 자기의 뜻을 지키려고 목숨을 내놓는데, 그런 우리 전통의 선비정신은 책속에나 전해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출세 앞에서 변절하는 모습은 너무도 ‘똑똑한 행동’으로 또 누구나 이해하는 행동으로 여겨왔다. 사회야 썩어 문드러지든 말든.......

대통령의 대국민사과와 높아가는 야당의 행동을 보며 대부분 국민은 걱정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알을 깨는 고통을 겪는 있을 뿐이다. 그렇게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한국을 만들어가기 위해 어쩔 수없이 겪어야만 하는 고통을 겪고 있는 것뿐이다.

오늘 여의도에서 분신이 있었다.  바로 내 앞 4-5m 앞에서 분신이 있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집회에 몰두하고 있었기에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내 두 눈동자에는 불타는 불기둥이 가득차버렸다. 순간 나는 80년대 그 혹독한 순간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마침 불어온 바람에 살과 옷이 타는 냄새는 코를 찔렀다. 최루탄 가스와도 같았다. 그 불기둥 앞에서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겁 많았던 80년대의 나는 지금도 그렇게 나약했다.

대선 직후 노사모를 탈퇴한 이후, 미련 없이 뒤도 안돌아봤던 나는 어제와 오늘 일반 시민의 신분으로 조용히 집회에서 참여했다. 나는 그렇게 뒤에 서있고 싶었고, 그게 좋았다. 그런데 오늘 그만 분신을 목격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불기둥을.......

그런 상황에서 경험 없는 어린 전경들은 멍하니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옷을 들고 달려든 용기 있는 사람들과 경비아저씨의 소화기 진화로 불은 꺼졌다. 그 때까지도 경찰은 멍하니 서 있었고, 사람이 몰려들었다.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터졌고, 고함이 터졌다. 119를 부르라는 함성도 있었다.

귓가에 들리는 ‘님의 행진곡’에서 그렇게 많이 변하였으면서도, 하나도 변하지 않은 우리사회의 단면을 발견하였다. 변한 것 무엇이며, 변하지 않은 건 무엇인지. 대통령을 마음대로 욕하는 세상. 그렇게 세상을 변했으나 아직도 떵떵거리는 전두환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그 변하지 않은 힘, 구질서의 힘은 누가 만들었으며, 유지시켜 왔는가? 썩은 집단을 지지하는 일부 무지몽매한 민중 때문에........아니면 변절한 그들 때문에....... 그런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바로 우리의 힘에 눌린 화해가 만들어 놓은 결과였을 뿐이다.

그 때 DJ가 떠올랐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할까? 과연 지금 그는 무슨 존재인가? 어쩌면 그에게도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 모르는데.......내가 존경하는 그가 침묵으로 지켜보고만 있을 것인가? 그렇게 또 타협을 할 것인가? 그렇다면 그는 안위를 얻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그를 위인으로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나 그를 존경한다는 이야기를 하진 못할 것이다. 누구보다 야당에 발목 잡혀 고생했던 그였기에 지금의 경제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그이기에, 친인척비리로 고생했던 그이기에 말이다. 이 상황에도 침묵하는 DJ이는 내가 기억하는 아니 기억하고 싶은 DJ가 아니기에.......

찹찹한 마음은 쉽게 가시지 않았고, 신경도 날카로워졌다. 마치 80년대로 공간이동을 한 것처럼 느껴지는 현실과 나약한 나, 그리고 또 나를 짓누르는 생후 1년 6개월짜리 아들과 임신한 아내....... 그 혼란함은 계속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따뜻한 캔 커피를 뽑아 정말 신속하게 소화기로 불을 꺼주신 청원경찰이라는 경비아저씨에게 드리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는 것으로 사죄의 마음을 대신해야 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반응이나 걱정하던 나의 비열한 모습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불어오는 찬바람은 가슴마저 시리게 했다. 더 이상 그 자리를 지킬 수 없었다.

그렇게 조용히 집회를 빠져나와 전철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승객들의 모습은 평온하다. 물론 평소보다 신문을 들여다보며 고민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인다. 그 평온한 모습에 내 마음은 더 산란하다.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아내는 뉴스에서 분신한 사람이 죽었다고 소식을 전한다. 순간 눈에는 불기둥이 보이고, 날카롭게 반응한다. 재차 묻자, 아내는 잘못 들었다며, 위독한 상황이란다. 휴우.......

아직 말도 못하는 아들은 칭얼거리며 나에게 안긴다. 나는 그를 꼬옥 안아준다. 그리고 아내에게 분신에 대해 이야기 해준다. 말을 안해도 아내는 내가 여의도 집회에 갔을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나를 위로해주는 아내를 본다.

임신한 아내와 아들....... 나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겨우 사이트를 뒤져 투표나 하는 내 모습이 측은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면승부, 어차피 역사가 제대로 설려면 한번을 겪어야 할 승부, 그 용기에 존경을 보내는 내 모습을 본다. 나약한 내 모습이 너무 싫어서....... 장금이만도 못한 내 모습이.......

적당히 하지. 그래 적당히 했으면 그렇게 개혁 하는 ‘척’만 했어도 탄핵의 ‘탄’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누구나 읽은 이 수를 노무현이 못 읽었을리 만무하다. 그러나 그랬다면, 그렇게 적당히 넘어갔다면, 진정한 구시대와의 결별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친일파는 여전히 기득권에 앉아 떵떵거렸을 것이고, 그렇게 군부독재의 수혜자들은 목에 힘주며 활개치고 다녔을 것이다.

노무현은 스스로 구시대의 막차라고 이야기한다. 그것은 혼자 면피할 생각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을 던져 구시대의 삐뚤어진 질서를 종식시킬 수만 있다면 적당히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것이다. 사실 난 그 굳센 의지가 무서웠을 뿐이다. 그 진검승부가 말이다. 그렇게 나는 또 다른 삐뚤어진 화해를 모색해왔는지도 모른다. 나약한 티 팍팍 내면서........

이제 18시간정도 남았나? 대통령직에 대한 탄핵여부는 그 안에 결정 날 것이다. 최악의 상황은 가결이다. 그렇다고 과연 한민당이 승리한 것일까? 그들은 환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의 구질서와의 결별을 위한 마지막 승부는 지금 시작된 것일 뿐이란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 마지막 승부의 시작은 노무현이 했으되, 국민이 마무리 지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노무현만 쓰러뜨리면 다가 아니다. 그 뒤에는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승부의 결과는 모른다. 낙관하기엔 아직도 구질서의 힘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는 기록할 것이며, 결국 정의는 승리할 것이다. 비록 그 시련이 너무 아픈 현실로 다가오더라도 결국 이겨낼 것이다. 그렇게 내 자식에게 이런 구질서를 물려줄 수는 없기에.......이 사실을 국민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미둥 올림


Comment ' 3

  • 작성자
    Lv.55 게쉬타포
    작성일
    04.03.12 15:15
    No. 1

    대통령이 대화와 타협을 거절하고 구시대를 청산하기 위해 모든걸 걸고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그승부에 걸려있는게 먼가를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대통령자리..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정작 중요한건 국민들입니다
    민심이 승부를 원한다면 대통령은 해야합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지금 혼란을 두려워하고 있읍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한번 고개 숙여주길 바랬을겁니다
    (그랬더라면 여당은 총선에서 국민의 더큰 지지를 얻었을 겁니다
    국민들도 바보는 아닙니다)

    승부의 결과가 대통령이 또는 노사모가 생각하는것 이상으로
    엄청나져 버리면 그래서 국민들이 도탄에 빠진다면 그때가서 또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대통령은 잘못없다 할겁니까?

    국민의 대다수가 원하는건 안정속에서 개혁과 변화입니다
    설혹 그시기가 더디더라도 말입니다

    백번을 생각하더라도 신중해야 합니다
    감정으로 대응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매봉옥
    작성일
    04.03.12 15:22
    No. 2

    당신의 논지와 저의 논지가 다른걸 인정합니다.
    그리고 자게에 오른 글들을 통해서 고무림 동도들은
    바른 정보와 선택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일일이 리플을 다시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겁니다.
    내가 님을 인정하듯이 님도 다른이를 존중하면 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0 카힌
    작성일
    04.03.12 16:11
    No. 3

    매봉옥님 말씀에 올인!!

    저희 사무실에서도 각기 다른 의견을 보입니다.

    탄핵이유와 그외 조건들에 대해 동의하지 않지만 탄핵자체는 지지 한다고 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투쟁할 부분은 투쟁하고 알건 알립시다.

    그건 자기 몫이지, 남의 의견을 헐뜯으면서 되는건 아닙니다.

    솔직히 눈물이 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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