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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77 ak******
작성
03.12.29 20:12
조회
376

찿은 한기사입니다. 한때 엄청나게 화재가 되었던 그 사건의 진실...

얼마 전 어머니와 단 둘이 살던 중학생이 어머니의 시신과 함께 6개월 동안 지낸 사실이 밝혀지면서 한동안 한국 사회가 충격에 휩싸인 적이 있다. 이 사건은 정쟁으로 날을 새는 정치권, 이웃 사랑의 사명에 소홀했던 사회종교기관을 비롯해 이 사회의 대다수 집단에게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경고의 종소리를 울렸다.

<오마이뉴스> 또한 예외일 수 없음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고백한다. 헤아릴 수 없는 숱한 사건과 충돌의 정국에서 취재에 쫓기느라 그랬다는 말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자책감이 들었다. 그 누구도 면책특권을 누릴 수 없는 공동정범(共同正犯)일 수밖에 없다.

한해가 저무는 세밑, 그 '공범'들은 모두 언제 그런일이 있었냐는 듯 껄끄러운 그 사건을 서서히 잊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생생히 그 비극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송군과 그 곁을 지키고 있는 두명의 교사다.

충격에 빠진 사회, 희생양 찾던 언론... 그리고 두 선생님  

▲ 송군 작은 방에 있던 김, 김치 등 반찬.  

ⓒ2003 오마이뉴스 조호진

송사현(16·가명·이천 모 중학교 3학년)군이 숨진 어머니의 시신을 옆방에 두고 6개월 동안 살았던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지자 언론은 특유의 돌팔매질을 시작했다. 사건의 희생양을 찾기 위해 씩씩거리던 언론은 '소년이 이 지경이 되도록 무엇을 했는가'라며 여기저기 돌을 던졌다.

한 신문은 "어머니와 단둘이 살던 중학교 3년생이 어머니가 시신과 함께 6개월이나 생활했으나 학교, 동사무소, 친구나 이웃 등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아 모르고 지낸 것으로 드러났다"며 "6월 9일부터는 아예 결석했으나 학교에선 고교 입학원서를 써야하는 11월까지 송군을 찾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다른 언론들은 송군이 어머니의 시신과 함께 산 것처럼 보도하면서 엽기적인 학생으로 각색했다. 그리고 송군의 담임교사와 3학년 부장교사를 '비정한 교사'로 낙인찍었고, 분노한 수많은 네티즌들은 교사들의 징계·파면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사건 이후 송군의 담임인 오성만 교사와 3학년 부장 정정숙 교사는 송군 사건에 대한 충격과 언론과 여론에 시달리다 몸져누웠다. 오 교사는 식사를 거른 채 혼미한 상태였으며, 정 교사는 링겔을 맞고 누워 3일동안 학교에 출근하지 못했다.

두 교사는 억울했다. 오 교사는 송군을 찾기 위해 이천 시내 병원을 뒤지고 학교가 끝난 뒤엔 예전에 살던 동네에 찾아가 수소문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언론은 그를 비인간적인 교사로 몰아갔다. 이로 인해 오 교사는 교직을 그만두고 싶어할 정도로 고통스러워 했다고 한다.

오 교사는 지난 6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마음이 너무 아프다,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힘겨워하면서 "부끄러움 없는 교사로 살기 위해 애를 썼는데 근거 없는 말과 글로 함부로 매도당해 너무 견디기가 힘들다"고 괴로워했다.

냉정한 세상을 피해 잠적한 송군을 찾아낸 것은 오 교사였다. 지난 11월 어렵게 송군을 찾아낸 오 교사는 아이의 머리를 깎이고 목욕을 시킨 뒤 다시 등교케 했으며 겨울 잠바와 이불을 장만해 준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오 교사는 "어머니가 가출했다"는 송군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

어렵게 송군을 찾아낸 오 교사, 일곱번이나 찾아가 도와준 정 교사  

▲ 정정숙 교사가 이천 시장에게 보내려고 쓴 편지.  

ⓒ2003 오마이뉴스 조호진

부패한 송군 어머니의 시신을 발견한 사람은 3학년 부장인 정정숙 교사였다. 보일러를 고쳐주기 위해 집을 찾았다가 시신을 발견한 것이다.

그 이전 정 교사는 남편과 두 아들까지 동원해 송군 돕기에 나섰다. 그가 송군의 집을 찾은 횟수만 무려 일곱 번이다. "어머니가 가출했다"는 송군의 말을 믿은 정 교사는 지난 4일 아이의 어머니를 찾아달라는 부탁의 편지를 이천시장에게 쓴다. 하지만 편지를 쓴 당일 송군 어머니가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부치지 못한 편지가 되고 만다. 다음은 정 교사가 이천시장에게 쓴 편지를 요약한 것이다.

"사현이는 6개월 동안 혼자서 전기·가스·전화시설이 끊긴 곰팡이로 썩은 월세방에서 처절한 외로움 속에서 식은 라면으로 배를 달래며 원시인처럼 살았습니다. 사현이는 올 늦봄까지 엄마 병(7년 동안 당뇨병) 간호를 극진히 하면서 결석 없이 밝고 착한 모범생으로 학교를 다녔습니다.

6월부터 학교를 오지 않아 걱정은 했지만 엄마 옆을 지키느라 못 오는 상황으로 (알고) 기타 결석으로 처리하였습니다. 그래야만 고등학교 진학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담임 선생님께서 가정방문을 가셨는데 이사를 해서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혼자 살다가 목숨을 끊었나, 아니면 엄마가 돌아가셔서 집을 나갔나….'시장님, 사현이 어머님을 찾아주세요. 어머님 성함은 신영원(46·가명), 어머님을 찾아서 사현이랑 함께 살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그저 내 새끼만 옥이야 금이야 위했지, 주변을 제대로 못살 핀 세속적인 제 자신을 욕하겠습니다."남편과 상의해 송군을 집으로 데리고 오기로 하고 작은 방까지 비워두었다는 정 교사. 하지만 송군은 혼자 지내고 싶다고 했다. 아이의 뜻을 받아들인 그는 수시로 찾아가 함께 밥을 해먹고 집안정리를 해주는 등 어머니의 역할을 하고 있다.

폭풍이 휩쓸고 간 자리...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간 자리. 송군은 빠른 속도로 정상을 회복하고 있다. 그는 현재 독지가들의 후원금으로 학교 근방에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0만원짜리 원룸을 얻어 살고 있다.

송군이 다니던 중학교의 한 학부모는 3년짜리 정기예금 800만원을 예치해 대학 진학하면 등록금에 사용하도록 도와주었다. 이 밖의 후원금은 이천경실련, 예광교회 목사, 담임교사, 운영위원장이 함께 관리하는 등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도록 보살펴주고 있다.

정정숙 교사는 27일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늘이 사현이 아버지 기일이어서 어머니 유골을 모신 보림사 스님이 아이를 데리고 가 아버지 제사를 지내주었다"면서 "저녁에는 예광교회 학생회 예배에 참석하고 크리스마스 이브 때는 반 친구들과 함께 노는 등 아이가 빨리 회복하고 있다"고 소식을 전해주었다.

두 아들의 엄마이기도 정 교사는 "사현이는 엄마에게 정을 받지 못하고 자란 탓에 자신을 가둔 채 폐쇄적인 생활을 했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면서 "어제는(26일) 학교에 늦게 왔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친구 여섯 명과 함께 자느라고 밤을 새워 늦었다고 해서 아들처럼 나무랐다"고 말했다. 그는 "사현이는 우리 자식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정 교사 "송군을 아들로 삼아 잘 돌보겠다"사건 약 한달이 지난 지금, 주위에서는 '비정한 교사'로 낙인찍혔던 정 교사에 대해 오히려 '대단한 교사'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교직생활 20년째인 정 교사는 "내가 전원일기에 나오는 복길이 할머니처럼 오지랖이 넓어 아이들에게 간섭을 많이 한다"면서 송군을 아들로 삼아 잘 돌보겠다고 말했다.

'언론에 시달렸는데 원망스럽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언론을 비난하고 싶지 않다, 언론도 그렇게 보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이해하고 있다"면서 "학교가 좀더 애를 썼어야 했는데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이번 일로 교사들이 불우한 아이들의 가정을 자주 살펴보는 등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담임인 오성만 교사는 지난 8일 <오마이뉴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방송과 언론인들이 무시무시한 칼날을 휘두르는 것 같았다, 다만 칼날을 감싸주는 칼집처럼 사실에 바탕을 두고 접근하는 언론이 있어 다행이었다"면서 "이번 일을 당을 당한 뒤 사람이 싫어지고 대인 기피증이 생기는 현상을 느끼면서 사현이를 더 이해하게 되었다"고 언론에 의한 고통을 털어놨다.

미술전공인 오 교사는 28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정신적 충격에서) 많이 좋아졌다. 사현이도 애들하고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는 등 건강한 모습을 되찾고 있다"면서 "내년 12월 4일경(송군 어머니 시신 발견 1주년)에 송군을 위한 미술 전시회와 진혼굿 등을 통해 송군 어머니의 영혼을 위로하는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해가 저물 채비를 하면서 냉정한 세태가 빚은 충격적인 이 사건도 서서히 잊혀지고 있다. 두 교사와 송군 또한 세상이 자신들을 잊어주기를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두 교사가 소년의 상처를 다독이고 있다는 것은 모든 것을 쉽게 떠벌이고 망각하는 우리시대에 시사하는 바 크다.

..

모두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Comment ' 3

  • 작성자
    Lv.55 하얀조약돌
    작성일
    03.12.29 20:42
    No. 1

    mbc의 미디어비평의 후속 프로에서 이 문제가 다뤄졌습니다.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기자는 사실을 보도하는 것이지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아무런 확인절차도 없이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데 어이가 없습니다. 당시 다뤄졌던 내용을 보면 그 학교 선생님들이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그 학생을 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방학 동안에 그동안 뒤쳐졌던 수업을 위해 그 학생만을 위한 시간표를 짜고 수업을 계획하고 계시던군요. 휴가도 반납하고 말입니다. 그런 선생님들을 그렇게 매도 하다니....
    제발 언론이고 정치권이고 권력 있는 사람들이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습니다. 많이도 바라지 않습니다. 애꿎은 사람들 괴롭히지만 않았으면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9 파천러브
    작성일
    03.12.29 23:48
    No. 2

    뒷북일듯...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용마
    작성일
    03.12.30 16:33
    No. 3

    뒷북아냐..형......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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