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겨울 찬바람을 좋아한다고 했다가 거의 따대접을 당하고 의아하던 차..
그러나 굴하지 않고 겨울찬미가를 부릅니다.
자전거가 있답니다.
요즘같이 접이식 자전거(접을 수 있는 자전거임다.)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아주 구닥다리입니다만, 벌써 저와 한지 5년이 넘어가는 넘이라 이름도 붙여주고 귀여워해줍니다.
1시간 이상 달리면 패달에서 삐걱이는 소리가 나는 중년이 되었지만, 이름은 푸르디 푸른 청륜이죠. ^-^ 몸체가 파랗거든요.
안장을 최고로 올려놓고 탑니다. 그 높이가 아니면 오르막을 오를 수 없거든요.
안장에서 엉덩이를 들고 좌우로 몸을 틀며 오르막을 타는 기술을 Dancing이라고도 합니다만, 계속 이럴 수는 없지요. 금방 지치니까요.
어제부터 바람이 매서워졌더군요.
도로를 달리는 맛이 새롭습니다.
몸안에서는 열기가 무럭무럭 치솟더라도 노출된 얼굴은 칼바람이 때리지요.
오르막이 많은 동네는 당연히 내리막도 많습니다.
엉덩이를 들고 브레이크를 놓은 채로 질주하는 내리막길은 묘미 중 묘미지요.
바람이 무작스럽게 얼굴을 때립니다.
볼따구니를 한올한올 저며대는 듯한 바람이 벽처럼 덮쳐오릅니다.
그 바람을 가르며 내리막을 질주합니다.
말을 타본 적은 없지만, 임준욱님의 농풍답정록에서 말을 달리며 바람과 하나가 된다라는 구절에 고개를 끄덕인 적이 있습니다.
비슷한 감흥이거든요.
자전거를 좋아하는 분들은 소다마사히토의 "스피드 도둑"이라는 만화도 꼭 보시길..
걸작입니다. ^-^
주인공처럼 오르막길에 목숨거는 언덕광은 아니지만, 오르막 내리막을 좋아합니다.
더구나 겨울엔 바람이 있어 더 신이나죠.
시원하게 뚫린 내리막 도로를 자전거로 질주하며 크게 함성 한 번 지르고 나면,
스트레스 웬만한 거 훌훌 날아갑니다.
겨울바람을 가르는 맛이 남다르지요.
그래서 저는 겨울이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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