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집안은 상당히 화목하고 돈도 있었으며(용돈을 십만원씩 가지고 다니던 녀석이라 많이 사이 좋게 지내던 기억이...) 아버지가 회사를 몇개 가지고 있었지요.
남부럽지 않을 것 같던 녀석이 어느 날 부모가 이혼을 하고 위자료와 여타 문제로 집안이 흔들렸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집으로 들어온 새 어머니에게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느 날 작은 삼촌의 일 때문에 화물차 타고 지방에 일주일 정도 있다가(사실 잘 부려먹을 쫄따구가 필요했었던 것이겠지만) 집으로 돌아오니 녀석이 보이더군요.
사실 학교 빼먹을 때 가장 많이 신세지던 게 녀석의 집이라(녀석의 어머니 만담가 하셔도 될 정도로 입담이 좋으셨지요. 먹을 것도 많이 사주시고 잘못하면 회초리로 때려주시던 분) 별 부담감은 없었지만 고민하는 녀석을 보니 상담병이 돌아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랑: 여기는 어쩐 일이니?
녀석: 그냥 울적해서...
그 때 어머니가 등장하셨습니다.
어머니: 부모님이 여행가셨다고 일주일 전부터 너 기다리고 있더라, 무심한 녀석.
경악스럽더군요. 부모님 여행은 왠 말 입니까. 핑계도 좀 엘레강트하게 댔으면 모를까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어머니도 다 알고 계시는 듯 했지만 모른 척 녀석을 데리고 제 방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녀석, 현재 환경에 적응을 하지 못하더군요. 전혀 생각도 못하던 일이 한꺼번에 터지니 사실 이해가 갔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어디로 가겠습니까.
저희 집에 오기 전에도 몇 군데 들렸다 온듯 했지만 그 친구들은 전부 집으로 돌아가라...부모님 걱정하신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자 반골기질이 있는 저로서는 집으로 돌아가라...라는 말을 할 수가 없더군요. 결국 녀석, 한달 동안 저희 집에서 지냈습니다.
위의 경우와 같이 나만은...이라는 생각이 가장 위험합니다.
나만은...이라 생각하다 전혀 다른 환경에 떨어져 버린다면 누가 살아남겠습니까. 나 자신의 환경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누가 예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하물며 부모님의 슬하에서 생활하는 학생분들이야 오죽하겠습니까?
그런데 생각처럼 되지 않는 것이 사람 마음이라고 나만은 아니겠지라는 납득을 하고 행동을 해 타인의 입장에서는 수지가 맞지 않는 상황이 벌어져 싸움 날 때가 있지요. 사실 내 세계에서 나 자신은 지존이며 황제이고 지배자이며 모든 여자, 심지어는 남자는 내 노예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초라하기 그지 없지요.
통신을 돌아다니다 판타지 소설가가 꿈이라고 고3 수험생이 학업을 관두는 경우를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실상 소설계에서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한데 너무 무모한 선택이 아니었나 생각했지만 의외로 생각이 완고하더군요.
사실 저도 고교 시절에 자퇴를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워낙에 집안이 어려워 정말 빚으로 살아가는 형편이었는지라 사채업자들한테 많이 맞아봤지요. 어른들 사회가 그렇습니다. 어제까지 형님, 언니 하던 사람들이 돈 문제 하나 때문에 야차처럼 몰아붙이는 소위 '배신'이라는 것이 당연시 되는 사회지요.
그깟 돈 몇푼 정도 가지고...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당하고 나면 피눈물을 쏟습니다.
이렇듯 나 자신은 전혀 대단한 존재가 아닙니다.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 도박을 거는 것, 로또 복권에 미쳐 전 재산을 말아먹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자신의 꿈을 향해 모든 것을 건다, 올인~!
정말 멋집니다.
그런데 멋지게 산다고 남는 것은 무엇입니까.
'네 인생은 그것으로 된거야~!' 내지는 '하얗게 전부 태워버렸어...'라는 말 한마디 정도일까요?
내일의 죠라는 만화가 있습니다.
주인공 야부키 죠의 인생을 멋지다...라고 하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이겠지요.
그런데 죠, 마지막에 죽습니다.
목표를 이루지도 못하고 죽지요.
이것이 왜 멋있느냐?
대리만족이기 때문입니다.
즉, 나 자신과는 관계없지만 스스로 링크되어 느낄 수 있는 픽션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실에서 내가 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죠는 현실이 아닌 픽션의 인물이고 나는 현실에 존재하는 사람이니까요.
만일 내가 돈 주고 오락을 하는 입장에서 레벨 99까지 키운 캐릭이 목표로 하던 다른 캐릭과 싸우다 살해당해 캐릭 자체가 지워진다면 '아, 멋지다. 그걸로 된거야.'라고 넘어갈 수 있을까요?
죠는 그저 나의 소망이자 희망이기 때문에 죽어도 나 자신은 크게 상처받지 않습니다. 죠는 그저 멋진 남자로 기억되지만 게임, 그것도 돈주고 하는 게임은 나 자신의 살을 발라내 투자한 것 입니다. 현실도 그렇지요. 현실은 미리 겪어볼 수가 없는 것이기에 실수하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여러분, 현실은 가혹합니다. 죽고싶다라고 말하는 순간을 현실이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사실 사회에 나오면서 사람은 한번 과거의 자신을 죽이니까요.
*추신*
무슨 말을 하는지 횡설수설 그 자체지만 읽고서 무언가를 느끼신 점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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