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물 왜 볼까? 무서운 현실 잊으려!
납량특집 넘어 사계절 문화상품으로 올 여름 최고의 문화트렌드로 떠오른 것이 ‘ 공포’다.
영화계는 10여편의 공포영화가 쏟아져나와 흥행에 성 공하는 ‘공포영화 특수’를 누렸고, 한밤에 흉가나 공동묘지를 찾아가는 ‘공포체험’이 신종 관광·놀이상품으로 선보였다.
여자의 비명소리가 나오는 휴대전화 벨소리, 피눈물을 흘리는 음 산한 귀신인형 등 일상속 문화소비의 대상으로 재빠르게 변신한 공포.
이제 예전같으면 비위좋은 마니아들에게 국한됐거나 무더 위를 식히는 ‘납량용’이던 공포물이 사시사철 대중영화로 인기 폭을 넓히고 있으며, 가급적 피하고 싶은 불쾌한 감정인 공포가 일부러 찾아가는 신종 오락의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
! 올 여름 개봉한 공포영화 10여편중 한국영화는 4편(‘장화홍련’ ‘4인용식탁’ ‘거울속으로’ ‘여우계단’).
이어 ‘아카시아 ’ ‘페이스’가 개봉을 기다리는 등 충무로가 이처럼 집중적으 로 공포영화를 선보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장화홍련’은 관객 300만명을 넘기며 역대 국산 공포영화중 최 고흥행기록을 세웠고 ‘거울속으로’‘4인용식탁’은 사지가 뚝 뚝 잘리고 유혈이 낭자한 슬래셔(slasher)무비와는 달리 일상과 제도속에 파고든 섬뜩한 공포에 착안, 공포영화의 폭을 넓혔다는 평을 받았다.
반면 외화들은 ‘엑스텐션’ ‘데드 캠프’‘데스 티네이션’‘주온2’등 잔혹하고 무자비한 공포로 강도를 극대화 한 쪽에 집중됐다.
공포를 이용한 ‘공포마케팅’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한밤에 흉 가를 실제 찾아가는 ‘흉가체험’프로그램, 음산한 인형 ‘리빙 데드돌’이 인기를 끌고 인터넷에는 각종 ‘귀신놀이’‘공포’ 카페들이 성황을 이뤘다.
휴대전화벨소리,통화연결음으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등장했고 모바일 콘텐츠로도 공포물이 각광받았다.
이같은 공포물 확산의 이유는 무엇일까.
롤러 코스터를 탈 때나 공포영화를 볼 때 육체적 긴장감이 체온을 떨어뜨려 오싹한 한기 를 느끼게 한다는 과학적인 해석이 있지만, 최근의 공포트렌드는 영화못잖게 공포스러운 사회현실에 대한 불안감의 반영이라는 지적이 많다.
즉 현실의 진짜 공포가 심할수록 사람들은 그것을 순간적으로 잊 거나 공포 자체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인위적인 가짜공포에 탐닉한다는 것.
영화나 놀이 속의 공포란 어차피 만 들어진 것이고,언젠가는 종료돼 정상을 되찾을 것이 분명한, 극 복가능하고 통제가능한 공포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런 인위적 공포에 탐닉하고 몰입함으로써 현실공포를 잊고 공포 자체를 심리 적으로 경량화한다는 것이다.
이런 인위적 공포물들은 또 그것을 이겨낸 사람에게 공포를 극복 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사회적 약자, 하위 집단의 경우 공포영화를 통해 억눌린 분노와 공격성을 해소할 뿐 아니라, 공포물과 대결해 다른 사회적 장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승부감,자기과시를 체험하기도 한다(다른 사람은 못보는 공포영 화를 나는 볼 수 있다!).
하위문화에서 번지점프나 레이싱 등 위 험한 도전을 하고 그것을 이겨낸 자만이 승자나 그들의 동료로 받아들여지는 ‘통과의례’로 기능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동시에 공포영화들은 인위적으로 극대화된 공포상황을 통해 차라 리 현실공포는 견딜만 하고, 빨리 영화가 끝나 현실로 돌아가고 싶다는, 현실수용의 심리적 기제로 작용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 한다.
결국 최근 1~2년간 공포영화가 강세를 보이고 공포를 엽기 취미화·오락화하는 경향은 청년실업, 자본주의모순 심화 등 눈 앞에 놓인 폭압적 사회현실에 대한 심리적 반작용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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