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저는 큰 맘 먹고 책상에 앉아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간의 시간이 흘러 저는 방안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는 것을 느끼고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 그곳에는 30여분 전에 왔던 신문구독 판촉원이 우뚝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두둥!
저는 워낙에 판촉을 싫어하기 때문에 판촉원이 두드리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고, 사람이 없는 척 위장했는데, 글쎄 그 판촉원은 내가 술수를 쓴다는 것을 깨닫고 요지부동 그 자리에서 30여분간 좌정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30여분간의 시간을 돌려받기라도 하려는 듯이 일장연설을 쏟아붓는데 순간 정신이 아찔해지며 분열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신문판촉원=자전거도 준다우. 신문 보는게 어떻수?
하지만 저는 지지 않았습니다. 이제 나이 16세 아줌마들과의 격전에서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는 저였습니다.
나=훗, 자전거 하루 타면 무너지는 데 어쩌죠?
저는 저의 '살'을 강조하며 답변했고, 신문판촉원(아줌마)은 약간 움찔한듯 했습니다. 하지만 그에 밀리지 않고 온갖 선물공세를 퍼 부었습니다.
그리고 그 막강한 입담과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대한민국 아줌마의 위력은 아직 16세인 초보 사회 경험생에게 무리가 가는 존재였습니다. 저는 천천히 허물어져 가며
연신 '네, 네'를 중얼 거리고 있었죠. 그리고 그때였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띵띵띵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엘리베이터 문이 갈리며 한명의 인영이 등장하는 것이었습니다. 반짝이는 햇살을 받아 더욱 번쩍이는 그 인영은 바로 저의
아버지 였습니다. 그때 저는 소리 높여 부르고 싶었습니다.
'아버지! 도와주세요!'
하지만 그런 것은 필요없었죠. 아버지께서는 상황을 대충 파악하고는 한마디로 신문판촉원을 쫓아 버렸으니까요.
아버지왈= 사실 저희 가게가 정수기를 파는데, 정수기를 사주시면 신문을 보아.. 어쩌구 저쩌구....
신문과 정수기는 가격부터가 천차만별이었기 때문에 아줌씨는 닭똥같은 눈물을 속으로 흘리며(아마도 흘리고 있었겠죠)꼬리를 말고 말았습니다.
크컄컄!!
앞으로도 사회지식과 안면철면피공을 더욱 발전시켜 아줌마에게도 절대 밀리지 않겠다고 다짐한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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