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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녹슨
작성
03.04.22 04:46
조회
341

- 진락가 -

소년의 표정은 불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분이라도 바른 듯이 희디 흰 얼굴. 반면 소년의 눈동자는 검디 검었고, 깔끔하게 다듬어진 짙은 눈썹은 붓으로 그어낸 듯이 확연하다. 연지를 바른 마냥 붉은 입술은 적당히 두꺼워 마치 붉은 물감으로 그려낸 것 같았다.

체구에 비해 얼굴에 조금 과한 면적이 할당되었다는 것이 그 아름다움 일말의 흠이었으나, 의사가 빚어낸 것처럼 말끔한 소년의 용모에 가려 그것은 결코 흉하게 보일 수 없었다.

하여튼 소년은 불만으로 가득차서 억지로 악기를 끌어안고 가부좌를 하였다. 둥그스름한 공명통에 머리부분이 흰 곡경(曲頸)을 지닌 4현의 악기, 비파다.

"어험, 준비되었느냐?"

"예, 할아버님."

표정과 달리 소년의 목소리는 제법 공손하였다. 표정만으로도 뿌루퉁한 손자의 내심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노인은 좋다는 듯 내색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휘준아.. 오늘로 너는 드디어 진락공(眞樂功)의 초입에 들어서게 되느니. 연공에 추호의 흐트러진 마음도 가져서는 아니될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봐도 명심하는 표정은 아니다. 노인은 난감한 마음에 탐스러운 흰수염을 잠시 쓰다듬다 문득 말을 이었다.

"추호의 방심도 가져서는 아니될 것이야."

"각골난망하겠습니다."

"추호의..."

"예, 할아버님."

"......"

'쯧쯔...'

한숨이 나왔다. 그러나 어쩌랴, 소년의 부모와 일가붙이는 모두 그 진락공이라는 비공(秘功)을 연공하느라 소년을 돌볼 여유가 없었던 것을. 가문에서 오직 유일하게 노인만이 진락공의 입문에 실패하여 이렇게 버릇없는 손자의 뒷감당이나 하고 앉아있는 것을.

그리고 100년에 한번 나온다는 진락아퇴수투진체(眞樂牙腿手鬪眞體)를 타고난 그의 손자는 이처럼 악기에 티끌만큼의 관심조차 보여주지를 않는 것을. 힘없는 노인은 그저 속으로 한탄 한번 뱉을 자격밖에 가지지 못한 남자였다.

그러나 그런 노인이 써먹기 위해 전해내려온 진락가(眞樂家)의 전통이라는 것이 있었다. 역대로 수많은 아이들이 진락공을 탐탁케 여기지 않았고, 그런 아이들을 꼬시기 위해 준비된 방법들도 무수히 많이 존재했다. 노인은 비로소 아껴온 마지막 이야기를 꺼낼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소년은 노인과 당당히 마주해 앉아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당찬 그 눈동자를 바라보던 노인의 기분이 문득 유쾌해졌다.

"휘준아, 검이 좋으냐?"

"예..?"

노인의 의도대로 손자는 당황한 듯 보였다. 우물쭈물하는 손자를 지그시 바라보며 노인이 미소를 지었다.

"진락공은 별 볼일 없는거 같지?"

"아, 아닙니다 할아버님!"

"껄껄, 당황할 것 없다. 나도 네 나이때는 진락공을 그리 대단하게 보지 않았었다."

소년, 문휘준은 속내를 들킨 것에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진락 문가의 소공자가 가전의 비학을 우스이 여기다니, 이는 상상하기조차 경망스러운 일 아닌가. 소년의 고개가 점점 땅을 파고 들어갔다.

"껄껄껄..... 휘준아, 너는 왜 무공을 익히느냐?"

"시키니까요."

"......어험."

"........"

소년이 실언을 깨닫고 고개를 더욱 파묻었다.

"휘준아, 당금의 천하제일인이 누구인지 아느냐?"

"황제입니다."

"그, 그렇지. 그렇다면 천하제일의 무인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천하제일검 원빈 대협입니다."

"그래.. 천하제일검은 바로 천하제일인이다... 언제나 그러했지.. 간혹 권이나 장으로 천하를 발아래 둔 고수가 있다 하여도 곧 새로운 검객 앞에 제일의 칭호를 넘겨주어야만 했다."

"......."

"그러나 무림 역사상 딱 한번,"

".......!"

"천하제일가수가 천하제일인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서, 설마....?"

"그래, 검무림(劍武林) 역사상 오직 10년간의 영광이었고, 이제는 입 가려야 하는 비사가 되어버린 이야기를 내게 해주려고 한다."

허공을 아련히 올려다보던 노인의 눈동자가 손자를 직시했다.

"이제는 강호인들이 개구매안(開求魅眼)이라고 부르는.. 그러나 당대에는 아퇴수투(牙腿手鬪)라 불렸던 우리 진락 문가의 시조님에 대한 이야기이다..."

꼐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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