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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무협을 사랑하는 이유

작성자
유산천
작성
03.01.23 04:17
조회
494

예전에 어떤 여자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누나 소개로 만난 사람인데 사람이 괜찮아보였어요.

한번 더 보고 싶은 사람이어서 한 번만 더 한 번만더 하다가 결혼하게 됐죠.--;

결혼 같은 건 평생 안할 줄 알았던 저였어요.

왠지 아기도 싫고 귀찮은 점이 많은 거 같아서

그냥 편하게 술 마시고 월급 받아서 게임하고 책 읽으면 괜찮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인터넷이 많이 보급되고 이런 게시판 저런 게시판 놀러 다녔는데 주로 싸움이 많더군요.

어찌나 치열하게 싸우는지 말한번 잘못건네면 저도

그 어느 한쪽에 포함되기 일쑤고

중재하려다간 회색분자로 찍히더군요.

좌로 서면 좌파요 우로 서면 우파고 뒤로 서면 배후가 되더군요.--;

그래서 일절 게시판에 글 안쓰는게 원칙이었어요.

제버릇 개못준다고 고무림 눈팅 중에 글을 써서 유산천이 이렇게 쫌생이야

라고 공개하게 되었네요. 아 씁쓸--;

(아뒤를 금강으로 바꿔야겠다는 생각도 불쑥, 등록되려나?)

신독님이란 분 참 묘합니다.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해서 어떻게든 말을 하게 만드시는 분같아요.

정도 깊은 분 같고...

결혼할 때와 마찬가지로 한번 만 더 써보고...이렇게 되네요.--;

아무튼 고무림 동도의 글로 충분히 행복했으니 저도 무협을 좋아하는 이유나 한가지 적을게요.

사실 무협이란 말 자체가 어찌보면 생뚱한 소리같이 들리기도 해요.

협이라니?

우미관의 잇뽕이 난 조선 제일의 협객이야..라고 할때의 그협객이란 말인가--?

만약 요즘 싸움에 스스로 협객이라고 선언하고 싸우면 상대가 뭐라고 할까요?

(이 미친 쉑! 하면서 한대 더 때릴까요?)

장르의 명칭부터 어찌보면 순진해보이까지 합니다.

다른 소설들은 대하소설이니 정통역사소설이니 해가며 과장스럽게 장르명칭를

표방하는데 무협은 그저 이십년전이나 지금이나 무. 협 입니다.

장르이름 만큼은 참 소탈하지요.

협의 기원은 사마천의 자객열전부터 와룡생의 협의 개념까지 다양하게 전개됩니다.

사마천의 가계는 사마라는 성씨에서 보듯

말을 관리하는 직업이었으니 문 보다는 무에 가까운 가계랍니다.

그래서 협객에 대한 애정이 유별했던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습니다.

대개 공통적인 것을 보면 대의와 명분을 머리로 삼고 무를 몸뚱이로 삼는 자를

협객이라고 칭했던 거 같습니다.

사실 머리로 옳은 생각을 했더라도 주먹이 없으면 비겁해지고 약해지지 않습니까.

예쁜 여학생이 조폭에게 강간을 당해도 주먹이 있어야 뜯어말리죠.

최소한 협심이라도 있어야 죽을 각오로 덤벼들게 됩니다.

그러니 현대인들에게 협은 생뚱할 정도로 낮설게 느껴집니다.

지금의 우리 일반 문예물 소설들은 힘이 없어요.

여성작가들이 득세를 하고 있어서인지 주로 여자건 남자건

개인적인 내면사가  주류로 자리 잡은 거 같아요.

유부남과 바람 피우다가 이제 정신차리고 혼자 가겠다는 식의 얘기.

남편에게 학대받다가 젊은 남자와 새롭게 연애를 시작하면서

이젠 바람에도 걸리지 않고 혼자 가겠다는 얘기..

이런저런 얘기들속에서 힘있는 남자를 만나본다는게 정말 어렵죠.

예전에 인간시장의 장총찬이 문득 기억나는데 그나마도 문단에서의 평가는 형편없는 것이었죠.

한국 사람들이 대체로 문에 중심을 둔 사고관이라는 것은 사실인 듯합니다.

직업을 선호하는 순위로 봐도 다른 나라에서 볼 수없는 수직적인 방식이에요.

검사 의사 교수----

검사는 대표적인 문관이요 교수는 학자요 의사 역시 최근엔 학자라고 분류가 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토록 힘이 없어서 두둘겨 맞은 주제에 아직도 정신 못차리는 게 한국인 같아요.

문약이라는 말이 실감납니다.

그래서인지 무협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습니다.

다소 과장되고 거칠게 묘사가 되긴 해도 오로지 한 길 파는 인생이 부럽기도 하고..

강한 무공과 강한 정신력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일때가 있죠.

무는 결코 문에 비해 하등한 개념이 아니고 상대를 굴복시킬 수도 있고

나를 지킬 수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남아당자강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누구와 싸워도 두둘겨 맞거나 싸움나는 자리면 맞을까봐

지레 겁을 집어 먹고 사는 주제라면 .....심히 우울한 인생일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그 허다한 먼치킨들의 후예들은 감당이 안되요. 후....--;)

전 삼국지도 무협의 일종으로 봅니다.

관우와 장비 자룡의 용력도 무섭지만 그들이 충과 협을 다해 주군을 보필하는 걸

보면 코끝이 찡합니다.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손해볼 걸 알면서도 신의를 버리지 않고 협을 행하는 주인공이 있는 한

무협은 소멸되지 않는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좌백님의 한동안의 화두가 협이라고 들었습니다.

참으로 옳은 생각이고 의당 그래야할 자세라고 생각해요.

협은 때로 변형이 되서 악인이 거꾸로 협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수 잇고

협이 뭉개졌을 때 개판되는 강호를 보여줘서 깨닫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변주의 중심엔 협이 있기에 가능한 변주요 독창이라고 생각해요.

거기에다가  무협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로망이 있습니다.

사실 천하제일 미인을 요즘 소설에서 어떻게 찾습니까--?

하도 미인에 대한 공박이 자심해서 최근엔 추녀도 나오고 생긴 거에 대해서

무짤라먹듯 하는 작가도 있긴 합니다.

이른바 신자 붙자 붙은 무협물이 그러하죠.

하지만 글 서두에다가 천하제일미 어쩌고 해가며 금칠하는 거 보다

중간중간 자연스럽게 미모를 끌어내는 방식이 있고 티나지 않게 금칠하는

작가도 있습니다. 잘쓰는 작가들이죠.

사실 천하제일 미녀가 무슨 죄가 있습니까. 작가의 표현 기법이 문제지.

여인이 아름답게 묘사될 땐...거의 제정신을 잃습니다. 거의 헉헉대고 있지요.--'

사내의 로망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전 꿈의 성취를 최고로 봅니다.

강해지고자 하는 꿈

입신양명하려는 꿈

미인을 품에 안는 꿈(야하다--')

가문을 일으켜 세우려는 꿈

......

단 이루는 방식은 협으로..오로지 협으로..

이게 전통적인 무협의 기치인지라 정신없이 읽어댔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이렇다보니 무협을 엿먹이는 분들이 과거 작가분들중에 계셨어요.

하지만 그분들도 생활인이고 생계라는 괴물이 있으니 하나의 방편으로 이해하고는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건 국내 무협의 발자취가 아니라 그저 무협을 좋아하는 이유이니..더 말하지는 않을게요.

그래서  무협 작가분들이 좋은 작품 하나를 던지고 나서

시장의 반응이나 뭐 여러가지 마음에 차지 않는 대접이 돌아올지라도..

그 무협을 정말 좋아하는 독자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셨으면 해요.

저는 지금의 상황에서 작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작가가 좋으면 독자는 떠날래야 떠날 수가 없어요.

갔다가도 온다고 생각합니다.

기기묘묘한 이상한 얘기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작가도 있지만

그래봐야 구차한 이름일 뿐입니다.

잘 쓴 무협 호방한 무협...충실한 무협을 깊이 사랑하는 독자도 꽤 된답니다.

별로 경제적으로 도움을 못드린다고 해도..

원래 작가된 자는 그 자체로 일가라고 하지 않습니까?

풍상을 견디고 홀로 도도하지 않으면 작가 못한다고 하네요.

다른 직업과는 다르게 명(名)과 실(實)이 달라 질수도 있는게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무협에 다시 신뢰를 갖게 된것도 아마추어 작가분들이었어요.

제가 특히 사랑하는 작가 목록중에는..

이미 한국 무협의 거목이 된 분도 있고

제일 말석 막내인 제 오사도님처럼 이제 막 번쩍이는 분들도 있습니다.

(오사도님의 경계가 장강처럼 툭 터져서 호방하게 넓어졌으면..하는 바램입니다)

과거고 현재고간에

그분들이 아마추어라고는 하지만 정직하게 새로와지려는 노력을

보이시는 분들이었기에 제겐 이미 프로이고  소중한 작가들입니다.

무와 협을 표방하는 소설과 그 기치를 담고 있는 작가들이 있는 한

무협 소설은 제게 늘 즐거움을 줄거 같아요.

존경하는 작가분들 파이팅입니다.


Comment ' 10

  • 작성자
    Lv.12 천상유혼
    작성일
    03.01.23 05:24
    No. 1

    와우~~정말 굉장한 글입니다...

    마음에 공감이 팍팍 오는 군요~~

    저도 3년내로 자리 잡고 결혼 할 생각인데....

    그때도 님처럼 무협의 느낌으로 세상을 정의롭게 협의있게 살 수 있는 최소한 생각만이라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행복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6 담천우
    작성일
    03.01.23 09:23
    No. 2

    진정으로 멋진 분이고
    진정으로 멋진 말입니다. 정신없이 읽다보니 참....
    갑자기 감동적이군요.
    그 맘 잊지 마시고 행복하게 사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草影 ▩
    작성일
    03.01.23 09:47
    No. 3

    우아아아앗! 이렇게 좋은 글을 왜 이제야 올리셨단 말인가? 이렇게 좋은 글을 왜 난 오늘에야 읽었단 말인가....ㅜㅡ;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진소백▦
    작성일
    03.01.23 09:51
    No. 4

    으음... 혹시 그 사랑하시는 작가 목록에 저를 집어넣어주실 수는 없는지요? (퍽퓩콰당쿵우당탕퍽!!!!!! @$#@$#@!#!%@#$%$ ㅜ.ㅜ )

    유산천님의 말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등로
    작성일
    03.01.23 10:11
    No. 5

    오..오오오..
    일단 남자분으로서의 의견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공감할수는 없지만(공감하라고 쓴것도 아니죠..)

    멋진글이로군요..
    감동..박수..
    무협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의 마음이
    잘 드러났다고 보여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흑저사랑
    작성일
    03.01.23 10:20
    No. 6

    흠 ... 솔직한 글은 읽어도 부담이 없네요... 좋은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7 주신검성
    작성일
    03.01.23 10:56
    No. 7

    공지에 올려요~~ㅡ0ㅡ
    이런글이 몇시간안되서 뒤로 밀려나는것을 어떻게 봐요 ㅠ.ㅠ
    ㅠ.ㅠ~~금강님~~~모두 볼 수 있게 특단의 조치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成魂
    작성일
    03.01.23 11:01
    No. 8

    협이라... 많을 것을 생각하게 해주시네요 ^^ 특단의 조치를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1 다라나
    작성일
    03.01.23 11:23
    No. 9

    허어~ 이런 글이...
    (--) (__)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素藝
    작성일
    03.01.23 16:24
    No. 10

    후움....전 여잔데도 공감이 가는군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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