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용설아가 물었다.
"신소협, 지금 무얼 만드시는 거죠?"
신독은 주변의 가죽나무를 잘라 지게 비슷한 모양의 들 것을 넝쿨로 엮고 있었다. 등짐을
질 수 있는 모양이었다.
"산에서 사냥꾼들이 만드는 등짐용 들것입니다. 보기보다 무척 요긴하게 쓰이지요.
사대협께서 한 번 메보시겠습니까?"
신독은 사공운에게 등짐을 메게 하고 넝쿨을 겹겹이 꼬아 만든 끈을 조절했다.
"편하십니까?"
양 팔을 돌려본 사공운은 몸을 한차례 움직여보더니 미소를 띄었다.
"등에 잘 맞는군. 이건 왜 만든 것인가?"
"용소저께서 이 위에 앉아 보세요."
용설아는 다소 머뭇거리다 홍조를 띄고 사공운이 메고 있는 등짐에 앉았다. 무릎을 꿇었을
때 등짐의 다리가 땅에 닿아 무척 실용적이었다.
"사대협, 무게감으로 인해 중심이 흩어지지 않는지 시험해 보세요."
사공운은 용설아를 등에 메고 몸을 움직여 두어 발짝 떼어 보았다. 등에 업고 있을 때보다
훨씬 가붓한 것이 몸의 움직임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었다.
"놀랍군. 움직임에 별 영향을 주지 않네."
"좋습니다. 자개봉을 통과할 때 용소저를 이 위에 앉히고 끈으로 묶어 떨어지지 않도록 해
야 합니다."
이 친구의 세심함은 정말 나이답지 않군. 산을 안다는 것은 이런 것인가. 사공운은 감탄했
다.
"위기가 닥치면 그리 해야 겠지."
"아닙니다. 사대협께서는 자개봉에 진입하는 그 순간부터 용소저를 등짐에 메도록 하십시
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신독의 이 말은 자개봉을 통과할 때, 모든 싸움을 자신이 맡는다는 말
에 다름 아니었기 때문이다.
"구태여 그럴 필요가 있을까?"
"꼭 그렇게 하셔야 합니다. 자개봉을 통과해 호북성으로 가는 관도는 자개봉의 허리를 휘감
아 내려가도록 되어 있지요. 이변마왕의 매복이 그 관도에만 10여 명 매복해 있다면 이제까
지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위를 통과할 겁니다. 자개봉의 정상으로 곧바로 바위를 타고 올라
가 절벽을 타고 내려가는 거지요."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이변마왕의 매복이 자개봉 전체를 완전히 포위했을 때입니다. 이변마왕도 그 자리에 있을
확률을 말하는 겁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매복에 걸리지 않은 것을 이상히 여겨 자개봉에 집
결해 있을 경우지요. 이 때는 관도를 그대로 돌진해서 뚫고 나가야 합니다. 대신, 그들의 공
개적인 추격을 감수해야 겠지요. 그걸 누군가가 저지해 숲속에 몸을 감출 시간을 벌어야 합
니다."
"그걸 자네가 하겠다는 것인가?"
사공운은 신독을 지그시 응시했다.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이렇게 받기만 하는 것은 부
담스럽다. 신독은 씩 웃으며 사공운에게 대답했다.
"저와 사대협 중 지금 최상의 몸상태를 갖고 있는 사람은 접니다. 저들과 혼자 접전을 하더
라도 나중에 두 분을 산에서 뒤쫓을 수 있는 사람도 접니다. 더구나, 용소저의 영환호위무사
는 제가 아니라 사대협이십니다."
"그러나..."
무수히 많은 말이 혀밑을 떠돌았다. 사공운은 쉽게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신독의 말이 모두
옳지만 그에게 일방적으로 짐을 지우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신독은 마지막 말로
못을 박았다.
"지금 사대협에겐 용소저를 안전히 봉성으로 모시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그랬다. 지금은 용설아를 무사히 보호하는 것이 사공운에겐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사공운은
신독의 호의를 받기로 했다. 사무치게 고마웠다.
"잊지...않겠네."
신독은 머리를 툭툭 치며 빙긋 웃었다. 그리곤 다시 땅바닥에 앉아 자개봉의 위치를 설명했
다.
"자개봉의 정상은 평평한 마당처럼 넓습니다. 이 곳을 오르기 위해 관도의 반대편으로 오르
는 것이지요. 내일 아침 마침 안개가 짙게 깔린다면, 들키지 않고 넘을 수 있을 지도 모릅니
다."
"일단, 오늘 밤 정찰을 해야겠군."
"예, 이변마왕이 있는지, 어느 정도의 매복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그럼, 자개봉 근처의 적당한 곳까지 가서 야영을 해야 겠군."
사공운의 등짐에서 내려와 있던 용설아가 문득 입을 열었다.
"저....그런데....배...고프진..........않으세요?"
말과 동시에 용설아의 배에서 꾸륵하는 요란한 일성이 터져나왔다.
부끄러운 용설아는 고개 숙이고 두 사내는 서로를 바라보며 호탕하게 웃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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