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는 예로부터 기린과 봉황을 상서로운 동물로 생각했습니다. 기린은 실재하는 것이고 봉황은 상상의 동물이지만 옛날 사람들이야 봉황이나 기린이나 보지 못한 것 마찬가지이니 실재여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겠지요.
봉황은 차치하고 기린의 우뚝한 자태는 가히 군계일학입니다. 초원을 달리는(아마 숲이 우거진 곳이면 덜 했겠지요) 기린의 모습을 본 누군가가 받은 감명은 대단하였겠지요. 그래서 주위에 비교할 자가 없을 정도로 뛰어난 사람을 기린에 비유했을 것입니다.
근데 동물원이라는 것이 생기면서 기린을 실제로 자주 볼 수 있게되고 티브 동물프로에서도 자주 나옵니다. 기린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게 된 것이지요. 그러니 기린에 대한 상상이 깨지고 한낱 동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아하고 고고한 자태만이 아니라 사자에게 잡혀먹지 않기 위해 쫓기는 모습까지 보게 된 것이지요.
특히 기린은 목을 수그릴 수가 없어 물을 마실 땐 앞발을 양쪽으로 쩍 벌리고 마십니다. 어쨌든 보기에는 매우 부자연스럽고 우습습니다.
무협에서 기린아니 옥기린이니 혈기린을 보면 기린이 물 마시면서 양발을 옆으로 짝 벌리는 모습이 연상됩니다. 그러면 소설에 몰입하는데 장애가 생깁니다.
예를 들면 좌백님의 혈기린은 우스운 분위기와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그런데 자꾸 "기린"이라는 동물이 연상되면서 작품의 분위기와 불일치가 생기는 것이지요.
때문에 저라면 기린 대신 용을 쓰겠습니다. "혈룡외전" 이런 식으로..
상상의 동물은 실체를 보여주어 우리의 상상속에 꿈꾸어 왔던 우아한 자태를 깨뜨리지 않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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