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가장 무협에 심취했을 때는 중학교시절이었습니다.
학교에서 파하고 만화방에 들러 빌린 책을 주곤 또 한 질을 빌립니다.
집에서 모두 읽고는 다음날 아침 학교 갈 때 반납하고 또 한 질 빌려서 학교 가곤 했지요. @_@
그 후 어느정도 읽게되자 다들 아시는 바의 상황이 도래(대명, 차명, 공장제 무협등)로 인해
한동안 무협을 접었더랬습니다.
그러다 다시 무협을 보게 된 것이 김용의 무협이 나오기 시작하면서였습니다만, 다 읽고 나니
더 이상 읽을게 없었지요.
대학시절, 한 때 고월, 마검패검등 가로판 무협이 나와 기대를 가졌더랬는데 오래가질 못했지요.
그러다 다시 뫼에서 좋아했던 야설록님의 글이 하나둘씩 재간되어 나오더군요.
(신간을 기대했는데... 처음 나온 숙객을 보니 읽었던 것이더군요. 조금 실망...ㅡ;ㅡ)
그러다 세월지나 용대운님의 태극문과 좌백님의 대도오를 필두로 하여 '신무협'이 다시
부흥했습니다.
하지만 작가분들의 지나친 과작으로 인해 서서히 자멸해 갔지요. ㅡ;ㅡ
(쏟아져 나오는 옛 구무협의 재간때문이기도 하나, 자멸해 간 의미가 더 커다고 봅니다.)
이젠 더 이상 회생의 가능성이 없는가? 라고 생각할 즈음, 환타지의 열기를 타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새로운 통신무협, 또 다른 의미의 '신무협'이 부흥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에 이르러 내가 가장 무협을 재미있게 읽었을 때는 언제인가?
돌이켜 생각해 보니 무협을 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중학교 시절이었습니다.
그 때의 향수를 잊지 못하고 구하여 읽어보니 지금은... 재미가 없었습니다. ㅡ;ㅡ
하지만 그 당시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텔레비전에서 마징가 Z 방영을 기다리며 꼭 5시 무렵에는 집으로 돌아가곤 했던 국민학교
시절 처럼...
처음 강호를 알게 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무인들의 세상을 알았을 때 참으로 흥미진진
하기 이를데 없었지요. 신기하고도 하고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펴게 해 주었습니다.
세월흘러 세상 인심의 비정함을 알게 되는 사회인이 되고 보니 다시금 강호가 그리워
졌습니다.
이제는 글을 읽는 독자에서 쓰는 쪽으로 입장이 바뀌긴 했지만, 그 향수는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예쁜 여학생과 눈빛만 마주쳐도 고개를 푹 숙여야만 했던,
그 시절 순수했던 감성도 너무나 그리워 집니다.
항상 머리속에 떠 오르는 광경이 있습니다.
운무가 짙게 깔린 절벽 위에서, 긴 칼 옆에 차고 표표히 바람에 옷자락을 휘날리며
세상을 내려다 봅니다.
때로는 새벽의 여명이 비치기도 하고, 때로는 붉은 노을빛이 부드럽게 감싸기도 합니다.
아주 가끔은 앙천광소를 터트리기도 하지요.
제 가슴속에 있는 강호는 바로 이러한 광경에 녹아 들어있습니다.
왜 이런 광경이 떠 오르는지는 저도 알지 못합니다.
다만 아련한 감성으로 그리워 할 뿐이지요.
이제 옛 시절, 가장 재미있게 무협을 읽었을 때로 돌아가지 못하니
노스텔지어의 손수건으로 남겨둘 무언가가 필요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음... 이래저래 쓰다보니 넋두리쪽으로 글이 흘렀군요.
뭐 이런들 저런들 어떻습니까. 강호정담이니 이런 글도 괜찮겠지요. ㅡ;ㅡ
결론은 없습니다.
저마다의 생각은 틀릴 것이고, 무협과 강호에 느끼는 바도 다를 것이니...
다만 저의 강호가 소중한 만큼, 다른 이의 강호도 똑같이 소중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설사 갓 나온 강호의 초년생의 것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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