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Personacon 윈드윙
작성
15.08.16 00:58
조회
1,061
 
2000~2001 시즌까지의 삼보(현 원주 동부)는 '준 명가(名家)'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원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준우승을 시작으로 매 시즌 단골로 플레이오프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기 때문으로 우승을 노릴 만큼 강한 전력은 아니었지만 호락호락 하지 않은 모습을 선보이며 당시 최강팀들도 껄끄러워하던 팀컬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2000~2001시즌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시즌 초부터 6연패에 빠지는 등 총 10개팀 중 9위의 성적을 기록하며 팀 창단 이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상적인 공격농구는 어느새 실종되어버렸고 그로인해 특유의 역전승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외려 역전 패를 가장 잘 당하는 팀으로 변모해버려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런 상황에서 맞은 강팀 현대(현 전주 KCC)전은 더욱 더 암담했다. 현대는 '컴퓨터 가드' 이상민을 주축으로 '소리 없이 강한 남자' 추승균과 '썬더볼' 양희승의 토종트리오가 좋은 조합을 보이고 있었다. 거기에 프로농구 최고의 외국인선수로 꼽히던 '탱크' 조니 맥도웰(44·194cm)이 건재했다. 반면 삼보는 토종 에이스 허재의 출장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웠다. 엎친데 덮친 상황에서의 어려운 대진이었다.
 
Attached Image
@부산 KT

2000~2001 삼성 애니콜 프로 농구 정규리그
2000년 12월 28일 <삼보 vs 현대>

1쿼터: 지긋지긋한 6연패 사슬을 끊어 보겠다는 삼보 선수들의 의지가 돋보였다. 삼보는 욕심을 버린 채 팀플레이에 주력했다. '총알탄 사나이' 신기성의 공격조율 아래 '하얀 탱크' 존 와센버그(41·192cm)의 연이은 골밑공격 그리고 양경민의 빈손 공격 등이 톱니바퀴 같은 조화를 선보이며 현대의 포스트를 공략해나갔다.

특히 와센버그는 드라이브 인에 이은 턴어라운드 슛과 힘이 넘치는 스핀 무브, 수비수를 달고 펼치는 골 밑에서의 더블 클러치, 레이업 슛 등 탄력 넘치는 플레이를 통해 삼보 공격을 전면에서 이끌고 있었다. 거기에 경기 종료 직전 터진 신기성의 버저비터 3점 슛은 삼보의 초반 기세에 불꽃을 점화시켜줬다.

거기에 비해 현대는 조니 맥도웰이 컨디션 난조를 보인 채 무득점에 그치고 이상민도 벤치로 물러가 쉬는 등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30대 15로 삼보의 압도적 우세였다. 그럼에도 삼보 팬들은 안심할 수 없었다. 당시 삼보의 경기는 항상 초반에 앞서다 나중에 역전 패 당하는 패턴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2쿼터: 이상민과 양희승으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외곽 슛이 폭발하며 현대가 공격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여기에 특급 식스맨 최명도가 외곽 슛에 가세를 하면서 공수 모두에서 현대의 조직력이 급격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반면 삼보는 외국인 센터 모리스 조던(37·204cm)이 자신보다 한참 단신인 맥도웰을 당해내지 못하고 쩔쩔 맸으며 설상가상으로 파울갯수만 쌓여가고 있었다.

이는 백업센터 정경호(45·202㎝)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던과 정경호는 모두 신장은 200㎝를 넘으면서도 단신의 맥도웰 앞에 그저 무력하기만 했다. 조던은 체력적인 문제나 몸 싸움적인 면에서 무늬만 외국인선수였고 정경호는 슈팅이나 수비 등 기본기 자체가 너무 떨어졌고 더불어 적극성까지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쩌면 완전히 현대 쪽으로 분위기가 넘어가는 상황이었으나 그나마 이상민의 연이은 실책으로 삼보가 근근이 맞설 수 있었다. 식스맨 '터보가드' 김승기가 이따금씩 공격에 숨통을 풀어주는 플레이를 펼친 것도 삼보 입장에서는 가뭄속 단비였다. 52대 50으로 현대가 역전한 채 2쿼터가 끝이 났다.

3쿼터: 삼보는 에이스 허재를 투입하면서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그러나 허재는 아직 몸이 완전치 않은 듯 제대로 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투입하자마자 바스켓 카운터를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삼보 쪽에 좋게 만들어주기는 했으나 추승균과 맥도웰의 적극적인 공격을 앞세운 현대의 빠른 속공을 삼보 수비가 제대로 당해 내지 못했다. 거기에 삼보의 용병들은 거듭된 파울만 양산하며 허둥지둥하는 모습이었다.

완전히 현대의 페이스로 넘어가려는 순간이었으나 그나마 이상민이 헐리우드 액션과 무리한 플레이로 자멸하며 근근이 삼보가 버틸 수 있었다. 이상민은 어시스트 욕심이 너무 많아서 인지 자신이 공격해서 해결해도 되는 상황에서도 무리해서 어시스트를 시도했다. 그러나 추승균, 플린트, 맥도웰로 이어지는 현대의 막강 포워드 진은 이런 이상민의 작은 실수 정도는 감춰줄 만큼 좋은 경기력으로 공수를 풀어나갔다.

4쿼터: 계속된 이상민의 실책이 이어지는 가운데 삼보 양경민의 3점 슛이 터졌다. 연이은 맥도웰의 파울트러블로 분위기가 삼보로 넘어가는 듯한 순간 청천벽력 같은 일이 터져 나왔다. 삼보 조던이 5반칙 퇴장 당해버린 것. 골밑자원이 절대 부족한 삼보 입장에서는 최악의 사태였다. 이후는 맥도웰을 앞세운 현대의 손쉬운 공격이 이어졌다.

가뜩이나 골 밑 수비가 강하지 못한 삼보 입장에서 주전센터 조던이 빠지자 맥도웰이 골밑을 완전히 장악했다. 삼보는 신기성의 빠른 페넌트레이션이나 외곽 슛 아니면 와센버그의 아이솔레이션 공격 말고는 다른 공격루트가 보이지 않았다. 와센버그는 강한 파워와 골 결정력을 가지고 있으나 미들 슛을 비롯한 슈팅 능력이 부족하다. 이를 간파한 플린트에게 후반으로 갈수록 막히는 모습이었다. 적절한 상황에서 맥도웰까지 도움수비를 들어왔던지라 와센버그로서는 버티기가 힘들었다.

허재는 노련함으로 코트를 뛰어다니기는 했어도 공백이 길었던 탓인지 현저히 감이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막판 허재가 이상민의 속공을 막기 위해 파울로 끊는 장면이 나왔다. 이상민 은 '헐리우드 액션'의 대가답게 조금의 접촉에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오버 성 동작을 많이 취한다. 이를 잘 알고있는 허재가 파울과 동시에 이상민이 큰 동작을 연출하며 넘어지지 않도록 잡아줬다. 이에 이상민은 평소처럼 오버액션을 펼치려다 주춤하며 움직임을 멈췄다.

그순간 두 선수의 표정이 묘하게 카메라에 잡혔다. 의외의 상황에 이상민은 난감한 표정이었다. 막판 맥도웰이 공격자 파울을 범한 채 5반칙 퇴장을 당하며 삼보는 마지막 추격의 기회를 잡았으나 외곽포 불발이 이어지며 매끄럽지 못한 현대 선수들의 자유 투 미스를 전혀 이용하지 못했다.

삼보는 수비는 나쁘지 않게 펼쳐졌으나 외곽포 불발과 단순한 공격루트로 인해 오펜스가 풀리지 않았다. 결국 조직력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인 현대를 당해내지 못했다. 현대의 93대 87 신승이었다. 연이은 실책을 남발하며 어시스트 욕심을 내며 하마터면 소속팀 현대를 자멸하게 만들뻔 했던 이상민은 10득점 7어시스트를 기록했으며 슈터 양희승은 14득점으로 뒤를 받쳤다. 전천후 활약을 펼친 맥도웰(24점 14리바운드 7어시스트)은 통산 첫 800 자유투에 2개차로 바싹 다가섰다.

다섯 번째 시즌을 맞은 위기의 삼보

삼보는 프로 원년부터 일부 테크니션을 주축으로 힘겹게 경기를 꾸려나간 팀이다.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선수 층이 두텁지 못하다고 할 수 있다.

프로원년 삼보는 '재야의 강자'로 불리던 정인교라는 명 슈터 외에 장윤섭, 이인규, 강병수 등 비교적 이름값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던지라 최약체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용병 2명이 동시에 좋은 활약을 펼쳐주며 준우승이라는 깜짝 성적을 냈다. 다혈질에 개인플레이가 심했지만 공격력 하나만큼은 일품이었던 득점왕 칼레이 해리스와 성실한 전천후 빅맨 제이슨 윌리포드가 내 외곽을 휘저으며 어느 팀도 두렵지 않은 화력을 뿜어냈다.

두 번째 시즌 삼보는 칼 레이 해리스 대신에 노장용병 윌리엄 헤이즈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는 체력적인 문제를 노출하며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그러나 물이 오를 대로 오른 제이슨 윌리포드와 절정의 슛 감각을 뽐내던 정인교의 '원투펀치'가 건재하고 주희정이라는 새로운 신예 포인트가드까지 치고나오며 플레이오프까지는 안착했다.

세 번째 시즌에서는 팀 멤버가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토종 간판스타였던 정인교를 주고 최고의 빅네임 허재를 영입한 것으로 그로인해 삼보는 강원도 원주의 인기 팀에서 일약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팀으로 발돋움 할 수 있었다. 거기에 강병수와 주희정을 내놓고 양경민과 김승기를 받은 트레이드를 통해 팀컬러에 큰 변화를 줬다.

여기에 주희정 못지않은 기량을 갖춘 신인 신기성이 가세하면서 확실한 베스트 멤버의 위용을 갖추게 됐다. 힘이 좋은 센터 데릭 존슨은 기본기는 다소 약했지만 골 밑에서는 존재감을 보여줬다. 토니 해리스 역시 팀 내 주포로서 평균 이상의 기량을 과시했다. 그러나 두 외국인 선수는 서로 경쟁하듯 다혈질 성격을 드러내며 삼보 벤치의 속을 무던히도 태웠다.

네 번째 시즌에서는 허재-신기성-양경민으로 이어지는 토종 트리오를 주축으로 묵직하고 개인기가 좋은 센터 레지 타운젠드 그리고 성실한 플레이에 미들 슛이 일품인 제런 콥이 호흡을 맞추어 그다지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키가 작은 타운젠드의 약한 수비력과 폭발력이 떨어지는 제런 콥은 한계를 드러냈다. 타팀과 비교해서 용병경쟁력은 떨어지는 편이었다.

다섯 번째 해를 맞은 2000~2001시즌은 취약한 식스 맨 층을 감안했을 때 원년 못지않은 강력한 용병구성이 필요했다. 시즌을 맞기도 전에 디온 브라운을 존 와센버그로 교체하면서 시작된 불안감은 센터 모리스 조던이 부상을 당하면서 현실감 있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삼보는 핵심 토종선수들이 외곽과 스피드를 갖추었기 때문에 골 밑에서 밀리지 않는 힘있는 외국인선수가 필요했다. 허재의 많은 나이에 따른 체력부담, 양경민의 들쭉날쭉한 슛감을 감안했을 때 기복 없는 득점 능력도 필수였다.

그런 면에서 강한 힘과 돌파력을 두루 갖춘 와센버그의 영입은 나쁘지 않았다. 와센버그는 시즌이 거듭될수록 게임을 읽는 시야까지 넓어져 어느 정도의 리딩능력까지 보여주곤 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팀 화력이 떨어지는 관계로 수시로 아이솔레이션을 펼쳐야하고 외곽 슛 능력이 없는 관계로 가끔은 무리한 골 밑 돌파를 시도하는 등 시간이 흐를수록 위태로운 모습 역시 잦았다.

문제는 센터였다. 강력한 센터가 함께하면 와센버그의 플레이는 한층 더 살아날 것이 분명했으나 단신의 맥도웰에게도 밀리는 허약한 장신 센터 조던은 동료들을 한숨짓게 했다. 조던은 파워도 떨어질 뿐더러 팀 플레이도 이해 능력도 떨어져 가뜩이나 어려운 삼보의 항해를 더욱 휘청이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성실하고 온순한 캐릭터는 장점이었지만 위기의 순간에서 무엇인가 반전이라도 노려볼 생각이라면 더 늦기 전에 교체가 시급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교체용병으로 자주 한국무대에서 뛰던 데릴 프루 정도가 후보로 꼽혔다. 골 밑에서 센터가 어느 정도 안정감을 찾아주어야 양경민 등 외곽 슈터 들까지도 살아나는 결과를 양산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뜻밖의 승리도 간혹 있었지만 삼보의 다섯 번째 시즌은 매우 험난했던 것이 사실이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25067 광복 70주년인데 친일인명사전 사셨나요? +14 Lv.62 구멍난위장 15.08.16 1,331
225066 문피아에서 아쉬운 점 +17 Lv.59 No.하늘 15.08.16 1,389
» 7연패 삼보, 조금씩 조여오던 암흑기의 압박 Personacon 윈드윙 15.08.16 1,061
225064 흠 문피아 수상하네요ㅋㅋ +2 Lv.11 Qwerty12.. 15.08.16 1,506
225063 앱이 바뀌면 뭐하나요. +2 Lv.91 슬로피 15.08.15 982
225062 배테랑 보신분들 후기 어떤가요? +13 Lv.25 시우(始友) 15.08.15 1,368
225061 남자의 로망은? +6 Lv.39 청청루 15.08.15 1,072
225060 영동고속도로 쓰레기에 대해서 +15 Lv.1 [탈퇴계정] 15.08.15 1,228
225059 [야구] MBC해설 듣다가 KBS해설 들으니 경기가 재미없어... +6 Lv.26 바람과불 15.08.15 1,016
225058 만성피로인가? +1 Lv.52 사마택 15.08.15 934
225057 공략왕의 생존비법 +3 Lv.97 [탈퇴계정] 15.08.15 1,806
225056 괴물배터리에 다는 댓글에 대해서. +26 Lv.68 바리사 15.08.15 1,362
225055 혹시 임플란트 해보신분 계신가요?~~~~~ +9 Lv.44 風객 15.08.15 1,214
225054 선호작 목록 글자 잘 보이세요? +2 Lv.99 89한번만더 15.08.15 1,209
225053 '표도르, 벨라스케즈…' UFC 헤비급 정작 미오치치 간과 Personacon 윈드윙 15.08.15 1,124
225052 땡깡부리다-조선인 비하 표현 +42 Lv.61 소요권법 15.08.15 1,606
225051 자. 이제 달려 보겠습니다. +2 Lv.67 사랑해달곰 15.08.15 1,129
225050 패왕똥볼 나올떄가 됬는데.. +14 Lv.97 [탈퇴계정] 15.08.15 1,224
225049 독도 수비대 비춰주면서 야식비 깍은 이야긴 않하네요. Lv.24 약관준수 15.08.15 1,242
225048 지풍을 잘 쏘는 무인 별호로 무엇이 좋을까요? +20 Lv.24 약관준수 15.08.15 1,474
225047 복면가왕 고추아가씨?? +2 Personacon 낙월신검 15.08.15 1,237
225046 요즘 문피아를 보면서 느끼는점... +18 Lv.54 중통 15.08.15 1,395
225045 컴퓨터를 공장출고 느낌으로 초기화 중입니다. +15 Lv.61 정주(丁柱) 15.08.15 1,120
225044 UFC 로우지vs메이웨더…장외 달구는 남녀앙숙 +4 Personacon 윈드윙 15.08.15 1,137
225043 연재할 때 사진 파일이 안 올라 갑니다. +1 Lv.35 남산토박이 15.08.15 789
225042 무료이지만, 볼만한 소설-선작해둔거 오픈... +23 Lv.83 생사불여 15.08.15 1,593
225041 으 페이스북 때문에 스트레스 받네요. +2 Lv.68 바리사 15.08.14 1,016
225040 연양갱 맛나네요.... +12 Personacon 적안왕 15.08.14 1,114
225039 :( 정보를 수집중입니다. +25 Lv.61 정주(丁柱) 15.08.14 1,195
225038 입실론 델타 논법은 뭔가 페이크 보스 느낌이네요 +1 Lv.96 강림주의 15.08.14 709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