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의 천애지각은 김태현의 천망회회(출판사 때문에 제대로 완결을 짓지못한.)에 이은 두 번째 글이다. 그의 글은 첫번째와 두번째가 비슷한 느낌을 가진다.
아직은 완성되지 못한, 그러나 가능성은 보이는.
천애지각.
천망회회도 그렇지만 이 제목은 요즘 세대에는 조금 생소하다.
하늘의 끝이 닿은 곳과 땅의 한 귀퉁이라는 뜻으로, 일재천지애(一在天之涯) 일재지지각(一在地之角)이란 한유의 제십이랑이란 제문에서 비롯하여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음을 의미한다.
과연 이 천애지각에서 김태현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주인공 유운은 협골로 살다 죽어서까지 협사였던 아버지를 모시다 홀로 강호에 나오게 된다.
그리고 그의 행로는 요즘 무협으로는 보기 드물게 잔잔하지만, 또한 줄기차게 협(俠)이란 화두를 끊임없이 궁구한다.
흐름 자체는 두말할 나위없이 정통이다.
풀풀 날리도록 가벼운 글도 아니고 그저 재미있기만을 위해 쓴 글도 아니다. 적당히 무겁고 적당히 재미있기도 한 어떻게 보면 중국 무협을 보는 듯한, 그런 글이 바로 이 천애지각이다.
이제 그 천애지각을 평해보자면,
이 글이 성공할 것이냐? 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아니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이 글은 현재의 흐름을 타지 못하고 있다.
정통은 어렵다.
또한 고졸스럽고 튀기 어렵다.
정통무협이란 이름을 달고 그렇게 쓰기 위해서는 절대 만만치 않은, 많은 것들이 갖추어져야만 가능하다. 정통이란 핸디캡과 장점을 같이 안고서 글을 쓰려면 남보다 더 뛰어나야만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런면에서 보자면 이 천애지각은 아직 모자라다.
우선 1권은 상당히 지루하다.
1권 전체를 통해서 주인공이 하는 일은 집을 떠나 아버지가 말한 단목세가에 가서 있다가 위기상황에서 타의에 의해서 그 집을 떠나는 것 뿐이다.
이런저런 일들이 있지만 획을 그을만큼 특별하지 않다.
2권에서는 비로소 힘을 얻기 시작하지만 그 또한 본인이 생각하는 바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무협과는 달리 단숨에 절세의 고수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 또래에서 강한 고수가 되고 점점 강해지기 시작하는 것이 2권이다.
이렇게 놓고 보자면, 요즘 들어 추천이 아니면 비평이란 면에서 논단에 글을 올린 적이 없다가(이런 류의 글은 많이 썼지만 대부분 작가들의 모임 내에서만 공개했다.) 추천이란 형태가 아님에도 이 글을 올림은 가능한한 논단에 글을 올려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여 논단에 자주 글을 올리기 위함이다.
(비평과감상에 관한 글. 얼음나무숲, 십전제 등이 차례로 그 뒤를 이을 예정이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김태현의 글은 정통무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름 재미있게 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요즘 형태에 길들여 있는 독자라면, 지루할 가능성이 높다.
이 글의 문제점은 천애지각, 협으로의 길이 아직은 너무 아득하다는 점이다.
그 아득한 길을 가자면 절벽으로 가기도 하고 바다로 가기도 하고 심산유곡에 있기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그러한 변화가 너무 평범하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거의 객잔과 길거리, 산길 등에서 우연히 이루어진다.
그러한 것들은 변화의 부족함으로 이어지고, 우연이 중첩됨은 필연 가독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정통무협은 힘이 있다.
그리고 향기(香氣)가 있다.
지금은 어려서 모르는 독자가 있다 할지라도, 그 향기에 취하고 나면 다른 무협과는 아무래도 좀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 그러한 시각을 가지게 되기가 어렵다.
그런 무협이 잘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보지 않았으니 알기 또한 어렵다.
정통무협의 향기가 나는 글을 제대로 쓰려면 두 가지를 충족해야 한다.
그 하나가 중국무협을 체계적으로 많이 봤어야 하며, 또 하나는 각종 독서를 람독이라고 할만큼 많이 했어야 한다는 점이다.
영웅문으로 처음 시작한 세대는 사실상 정통무협을 쓰기가 상당히 어렵다.
만에 하나라도 한국 무협을 먼저 본 경우는 사실상 정통무협을 쓴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 미묘한 부분은 말로만하기에는 너무 많은 지면을 필요로 한다.
그것이 정통무협 비슷한 글은 있어도, 실제로 보기가 어려운 까닭이다.
그런면에서 이 천애지각 또한 정통무협을 따라가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제대로 힘을 구사하거나 뜻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굳이 말하자면, 형形은 얻었으되, 아직 해骸는 얻지 못했다. 라는 말로 표현을 할 수 있다.
문피아에서도 가끔, 이 **작가는 요즘 보기드문 정통무협을 쓴다. 라고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과연 어떤가 하고 가서 글을 보았지만 여전히 형은 얻었을지 몰라도 해는 얻지 못한 상태였다.
그 말을 쉽게 풀이하면 흉내는 내고 있지만, 그 맛은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긴 잔소리였다.
하지만 굳이 간략하게 내부에서 처리하지 않고 밖으로 이 글을 끌고 나온 것은 김태현이란 신인의 글이 과연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지 한 번쯤 관심을 두어도 좋을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그 기준은 지금 시장의 기준과는 다르다.
아직은 굳이 정통의 향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만.
이라는 단서가 붙는 까닭이지만...
그러나 그가 자신의 글을 제대로 요리할 수 있게 된다면 그의 글은 다른 글과 다른 글이 될 것은 분명해보인다.
그것이 그의 단점이자 장점이다.
봄을 바라보며 연화정사에서...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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