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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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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13 은검객
작성
10.01.07 00:41
조회
2,113

작가명 : 화교

작품명 : 악가의후예

출판사 : 발해

어제 책방에 가서 책을 몇권 빌렸었다. 앞서 읽었던 소설의 마지막 두권을 빌리면서 허전하길래 탐색겸, 책 세권을 집어들었다. 그중 한권이 악가의 후예 1권이었다. 그리고 오늘 악가의 후예의 남은 5권을 빌렸다. 어제 빌렸던 책들 중 가장 볼만하다 생각한 소설이기 때문이었으리라.

간결한 서장과, 진부하지만 진부한만큼 독자를 끌어들이는 쫒겨난 주인공이야기에 흥미가 동했다. 어차피 두고두고 볼만한 명작을 찾는 것도 아니고, 적당히 시간떄우기용 책을 찾는 것인데, 진부하면 또 어떠하리. 읽기에 거북함이 없는 내용 전개와, 납득할만한 등장인물들의 성격. 적어도 이 책은 나를 실망시키지는 않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몇가지 눈에 밟히는게 있긴 했다. 물론 수작, 혹은 명작이라 불리는 글들 (하다못해 순수문학쪽에서도)조차도 꼬리를 잡자면 얼마든지 잡을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짚고 갈 것은 짚고가야겠지라는 생각에 또 몇자 끄적여본다.

소설 내에 반주인공, 혹은 악의 세력으로 나오는 단체는 천망회라는 단체이다. 이 사파계열 세력이 소설 초중반쯤부터 산동악가를 압박하며, 주인공이 산동악가로 귀환하는 계기가 된다.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다른 문파들의 태도이다. 산동악가가 압박을 받는데 지원을 하지 않는 이유가 "정사대전"을 우려해서 라고 한다. 만약 산동악가가 설정상 지역의 미세한 문파라면 그럴 수 있다 싶어서 넘어갈 수 있지만, 오대세가의 한 축을 담당하는 거대 세가를 대상으로 전국구의 거대 사파가 공격하는 것을 묵인한다는 것은 내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하다 못해, 천망회라는 세력이 산동에 기반을 두고 산동악가와 이권싸움을 하였다는 설정이었다면 또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여자주인공은 또 어떠한가. 살행에 실패한다음, 주인공의 따스한 말 한마디에 쫄래졸래 따라간다는 설정이나, 비슷한 체형의 시체를 찾아 여자주인공으로 분장시켜, 살수단체로 하여금 여자주인공이 살행에 실패해 죽은 것처럼 한다거나 하는 것은 상식에서 벗어났다. 아니 주인공이 한 행동이 상식밖이 아니라, 그걸 납득한듯한 살수단체가 상식에서 벗어났다. 청부대상 옆에 버젓이 살행에 실패한 살수로 보이는 여자가 쫄래쫄래 따라다니는데 살수단체에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신기할 정도. 강해지기 위해 주인공을 떠났다가 돌아온 이후에 급변한 성격도 문제라면 문제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이정도의 가벼운 문제들은 눈 딱 감고 넘어갈 수 있다.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판타지소설인 하얀 로냐프강에서도 퀴트린이 아아젠을 좋아할 당위성따윈 없었으니까. 하지만, 무엇보다 이 글에서 실망한 것은 퇴고를 거치지 않고 끄적이는대로 출판을 했다는 사실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등장인물의 이름이 바뀐 것. 그것도 두페이지가량이 통으로 바뀐것은 독자에게 작가와 편집자의 무책임함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심지어 이런 오류가, 두어페이지씩 몇번 더 등장하니 짜증이 솟구쳐 오른다. 제일 많았던 부분은 여자주인공 이름이 악소화(맞나 모르겠다.)이고, 주인공의 여동생 이름이 악효진인데, 악효진을 지칭하면서 악소화라고 서술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당문의 소가주와 가주의 이름이 뒤바뀌어 표기된 경우도 있었고..

이는 작가의 기본 자질의 부족을 탓하고 싶다. 글을 읽지 않고 어림짐작으로 글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는 독자가 고깝지 않듯, 퇴고를 하지 않고 타인에게 글재주를 판다는 것은 그 글재주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상당한 실례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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