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인면수
작품명 : 의선사겁
출판사 : 영상노트
최근 스캔 및 텍본에 대한 문제가 화제고 그에 관심을 가지던 중 인면수 작가의 활동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관심은 그의 글인 의선사겁으로 이어져 일독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는데 읽고 난 후 소감은 기대에 못미쳤을 뿐 아니라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의선사겁의 시작은 한 의가의 가주인 주인공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이후 주인공은 저승에서 지옥 18층에 떨어지는 형벌을 받게 되며 수많은 시간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지장을 만나 환생을 택하면서 배경인 무협세계에 태어나게 된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기대감은 상당히 컸었다. 지옥 18층에서의 구도를 통해 깨달은 선각자인 주인공이 무협세계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기존의 이고깽 양판물과는 차별된 색다른 이야기일 것으로 기대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수에 비례해서 늘어나는 실망감에 결국 막권을 읽지 못하고 중도하차를 선택하게 되었다.
의선사겁에서 가장 크게 실망감을 안겨준 것으로 주인공의 태도를 들 수 있다. 앞에서 이야기 했다시피 주인공은 저승에서의 기나긴 구도를 통해 깨달음을 얻은 선각자다.
그러나 작품속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양판물에서의 불가해하고 어리석은 고딩들과 별차이가 없음이 드러나며 애초 환생을 택한 이유인 인명구제와 의술에 대한 심오한 고찰은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중간중간 드러나는 주인공의 위선적인 행동이나 마음가짐 역시 글을 읽는데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원인 중 하나이다.
우선적으로 어의가 죄인의 생명을 함부로 여기는 것을 용납하지 못하고 경멸하면서 그보다 더한 인체실험 등을 행한 마의에 대해서는 거리낌없이 친밀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나 그토록 인명을 중시하는 인물이 사람을 상처입히고 학살하는데 거리낌없는 무림인들을 치료하여 발생하게 되는 잠정피해자들에 대한 고민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인공의 위선적인 면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작중 여인들과의 관계에서 마교주의 3제자인 홍은주의 관심에 대해서는 전생에서의 나이를 들어 손녀같아 보일 뿐이라고 하는데 이미 그전에 홍은주보다 훨씬 어린 성녀와 연인관계를 맺은 것은 무엇이란 말이가? 더구나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가 인명의 구제에 관해 고심하는 모습은 없이 자신의 말에 따르면 증손녀 뻘인 성녀의 죽음에 방황하는 모습이라니 제대로된 구도무협을 기대했던 내가 잘못인 걸까?
또한 작중인물들의 행동이나 감정변화, 사건들을 살펴보면 개연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심리묘사에 있어서는 지나치게 단편적인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몰입감을 떨어트리는데 일조를 하는 부분이다.
가령 겨우 5세인 주인공의 놀라운 머리와 의술에 대해선 천재라는 한마디로 간단히 넘어가는 것이나 사기적인 주인공의 의술을 감안할 때 자연스럽게 발생할 암투를 너무나도 가볍고 개그스럽게 표현한 것, 그리고 무협에서 가장 큰 주제중 하나인 정사마간의 갈등 역시 거의 존재하지 않음은 물론 시종일관 가볍게 처리를 해 무게감있던 서장의 분위기와는 동떨어진 글이 되는 원인이라 할 수 있겠다.
그밖에도 하나하나의 에피소드 들이 가볍고 어설프게 마무리되는 점이나 흐름에 맞지 않고 증흑적인 사건전개가 쉼없이 이어지는 점 역시 큰 점수를 줄 수 없는 부분이며 북해빙궁 인물들의 뜬금없는 연변사투리 사용이나 양성구유에 대한 임금님귀 당나귀귀 패러디 등의 어설프고 자극적인 개그코드 남발 역시 작가 스스로 작품의 질을 떨어트리는 악수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초반의 가장 큰 에피소드 중 하나인 성녀의 얘기에서 구음혈맥을 백혈병이라 한 것은 의학지식에 관해 신경써서 조사한 작가의 노력 역시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소설속의 배경과 설정에 있어서 작가의 말이 절대적이며 그 단어 역시 구음절맥, 구음지체에서 구음혈맥으로 차별화를 두었긴 하지만 구음으로 대표되는 무협내의 설정은 너무나도 유명하고 표준화된 것이며 그 특징 역시 백혈병과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여 이후의 얘기에서도 계속적으로 의문을 갖게 하는 무리한 설정이라는 것이다.
아무튼 의선사겁이란 작품은 의학적인 전문지식 채용 등으로 기존의 퓨전무협과 차별화하려는 노력은 보이지만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은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Comment '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