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무협들이 연재되고, 또 출판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는 수준미달의 것들도 많습니다만, 글 자체는 준수한데도 불구하고 어처구니 없는 오류를 보여주는 글들이 있습니다. 바로 역사문제에 있어서 말입니다.
글의 전개를 위한 가공의 역사 설정을 뭐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문제는 있습니다. 바로 지명에서요. 저는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예를 한 가지 들겠습니다.
한국무협의 상당수의 작품들은 명나라 시대를 배경으로 합니다. 그런데 이 시대에 신강이라는 지명이 나오는 무협들이 있습니다.
이것이 무슨 문제냐고요? 모르신다면 공부하세요! ~는 농담이고, 이번에 좀 알아보시면 되겠습니다.
신강은 새로울 신(新), 지경 강(疆)을 쓴 단어로, 새로운 강역이라는 의미입니다. 흔히 아메리카 대륙을 신대륙이라 부르는 것과 유사하게, 점령을 통해 나라의 영토로 편입하여 새로이 붙여진 이름이란 말이죠. 그럼 새로 점령하여 붙여진 이름인 이 신강이라는 지명은 언제 붙여졌을까요?
청나라 건륭제의 시절입니다. 유명한 십전무공 중 유일한 제대로된 치적이라 할 수 있죠.
근데 이 신강이라는 지명이 명나라 때 나온다? 풋, 우스운 얘기입니다. 제아무리 잘 쓴 글이라도, 이 하나의 오류로 몰입이 깨져버리죠.
사실 이런 류의 오류는 제법 많습니다. 원나라 시대에는 지금의 쑤저우(蘇州, 소주)가 평강이라 불렸고, 삼국지로 유명한 장안은 명나라 시절부터는 서안이라 불렸습니다.
다만, 이런 류의 지명은 큰 문제는 안 되는 것이, 옛 시절의 지명도 함께 불리기도 한다는 것이죠. 신강의 경우, 그 전까지 존재하지 않던 지명이어서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만...
어쨌든, 이러한 제반 지식들이 바로 인문 역사지식입니다만... 유감스럽게도 상당수의 작가 분들이 이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하다못해 지명을 검색 한 번만 제대로 해도 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조차도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죠.
뭐랄까요. 쉽게 쓰이고, 쉽게 읽히고, 쉽게 잊혀지는 글이라 그런 걸까요? 조금은 씁쓸하군요.
추가.
몇몇 분들이 오해하고 계신 듯 해서 추가합니다.
위의 예인 신강의 경우, 명나라라고 명기하여 시대적 배경을 등장시켜 놓고서도 그러한 지명을 사용하였기에 오류인 것입니다.
여기에서 한국적 무협이라거나 로컬라이제이션에 따른 언어유희 등은 고려의 대상이 아닙니다. 역사적 사실, 배경을 등장시켜놓고서도 오류를 범하기에 문제인 것이지, 아예 국가 자체가 등장하지 않거나, 시대배경을 생략한 경우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런 경우, 무림이나 강호라는 이름의 평행차원, 또는 환상향일 따름이지요. 그 곳에선 인문지식이 개입할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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