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배준영
작품명 :
출판사 : 더 세컨드
상당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글. 아니, 아직도 일으키고 있는 글.
이제사 떠올리자면 상당히 예전(?)의 일이지만, 처음 더 세컨드의 추천글을 보고 갔을 때는 실망했었다.
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첫 인상이다. 나는 무엇보다도 더 세컨드의 투박한 문장에 질렸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용도 그다지 특별한 것은 없었다. 요컨대 매력 포인트가 없다고 해야하나.
당시에 다른 판타지 세상에서 날아온 인물들과 토박이(?) 야수인간 전사의 조우를 상정한 소설을 써볼까 고민중이었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낀 것 같다.
(솔직히 초반에 더 세컨드가 작품성이 있어서 추천한 분이 몇이나 될까. 그저 이계진입한 찌질한 고등학생을 적대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이고깽에 질린 독자들의 욕구를 풀어주었을 뿐이다.)
어쨌건 그래서 상당히 실망하고 일말의 고려도 없이 선작했던 글이다.(여기서 또 부연을 하자면, 나는 선작수가 제로다. 쓸데없이 눈만 높아서...)
하지만 이제 기나긴 연재가 끝나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호, 그럼 볼까?' 하는 마음으로, 말하자면 호기심 90%인 상태로 더 세컨드를 다시 접했고, 드디어 완결까지 다 읽을 수 있었다.
하나의 작품을 다 봤으면 그걸 평가하는게 역시 예의가 아닐까? 내맘대로 예의인가? 어쨌건 이걸 더 세컨드를 쓰신 분이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자양분으로 삼아주셨으면 한다. 독자의 피드백이 가장 좋은 교재라는 것은 고금불변의 법칙.
강점:
연재완료. 이건 상당히 큰 강점이다. 태어나서 로맨스 단편 중편 몇 개 빼면 완결은 내본 적이 없는, 아니 성실함과는 철담을 쌓는 바람에 연재는 체질적으로 불가능한 나 같은 사람과 비교하면, 우와 대단해요~ 랄까.
비주류로 주류를 공략하다. 만약 이게 처음부터 노린 거라면 배준영 작가는 상당한 수완가이다.
믿을 것은 근육과 근성 밖에 없는 멧돼지 스타일의 주인공. 오로지 수련수련수련 밖에 모르는 끔찍할 정도로 금욕적인 스타일의 주인공. 이건 말할 것도 없이 비주류다.
그리고 문피아 독자들이 아무리 여타 사이트에 비해 수준이 높다고들 말해도 결국 대부분은 평범한 판타지나 무협 독자다. 더 세컨드에서 그토록 욕먹은 '이고깽', 혹은 '개념 버린 먼치킨'이 주류인 시장에서 주류 독자는 당연히 이고깽이나 개념 없는 먼치킨의 신봉자들이다.
나는 문피아 독자들의 대다수도 이런 성향의 독자들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참고로 나는 이계진입을 혐오하지는 않는다. 구성만 잘 하면 가장 짜릿한 모험물이 될 수 있는 소재니까. 실제로 나도 글을 구상할 때 이계진입 소재를 아주 좋아한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요리라도 많이 먹으면 질리는 법. 더 세컨드는 주류 독자들이 느끼는 매너리즘을 파고든 글이다. 한 마디로, 제대로 먹혀들었다. 솔직히 너무 잘 먹혀들어서 과대평가가 좀 심각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골수 마이너 분자들의 눈에는 그다지 차지 않는 글일 것이다. 까놓고 말해서 근성으로 모든 것을 끝내는 단순한 열혈남아물이니까. 하지만 여기서 분명히 해야할 것은, 그렇다고 메이저는 저급하고 마이너가 고급은 아니라는 것이다. 메이저는 메이저고 마이너는 마이너다.
약점:
스토리가 너무 빈약하다. 그냥 근성과 수련과 괴력의 향연. 로아도르라는 캐릭터가 끔찍할 정도로 메마른 인상이긴 하지만 이건 너무 심했다. 솔직히 책으로 나왔을 때 나 같으면 안 산다. 내용의 90%가 '근성도르'인데 뭘 더 봐(...).
또 묘사의 담백함이 도를 지나쳐서 맹탕 같고 문장은 거칠다. 세련되고 유려한 글과는 백만 광년 정도는 떨어졌다. 세련되고 유려한게 최고란 말은 아니지만, 명문(名文)까진 아니어도 문장력 차원에서 고득점을 받으려면 매끄러운 맛이 있어야 한다.
물론 글의 스타일 상 무미건조한 문체가 어울릴 수는 있다. 그런데 더 세컨드는 스타일을 따질 수준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문장 자체가 투박하다.
그리고 묘하게 일본어로 번역된 외국서적을 다시 우리말로 번역한, '중역판'과 유사한 느낌을 준다. 이건 나 혼자의 감상일 수 있으니 심각하게 다루진 않겠다. 그게 맘에 든다고 하는 분이 계실 수도 있고.
총평:
습작 수준으로는 나쁘지 않다. 솔직히 작품 자체를 엄정히 평가할 때 매력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스토리를 뒤엎는 만행은 저지르지 않았으니 일관성은 있다. 작가의 척추가 튼튼하다고 해야하나. 잔뼈와 살만 잘 다듬으면 훨씬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ps. 아마도 취향 차이라고 하실 분들께.
취향은 작품을 바라보는 각도라고도 할 수 있겠죠. 작품의 엄정한 평가를 위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필요할 것 같아서 비판적인 시각에서 글을 적었어요.
ps2. 우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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