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사류라
작품명 : 가상현실 천
출판사 : 로크미디어
개인적인 감상평임을 우선 알립니다.
가상현실 천을 끝끝내 읽어낸 뒤의 심정은
'아, 내가 로크미디어라는 이름만 보고 너무 경솔했구나' 였습니다.
말 그대로 쏟아지고 있는 장르소설 중에서 제 나름대로 골라보는 법이 있다면 우선 로크미디어 출판사 것부터 보자 입니다.
광신광세, 검은여우, 스키퍼, 리얼강호, 열왕대전기 등등, 한창 재밌게 보고 있는 글들이 유독 로크에서만 나오고 있기 때문이죠.
가상현실 천이 게임소설이라길래 조금 망설였지만 달빛조각사도 나름 즐겁게 읽고 있었기 때문에 큰 부담없이 읽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아뿔사, 이거 큰 오산이었군요.
우선 간단한 내용 설명부터 하겠습니다.
천이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천의 베타테스트 시절 일마라는 명성을 얻은 열손가락 안에 드는 랭커로서 게임아이템을 팔아 먹고 살며 어머니 약값도 보내드리는 나름 건실한 인생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보다 나은 현실성을 만들겠다며 천이 닫히고, 주인공은 손가락만 빨고 살 수 없어 배 수리하는 일을 시작합니다. 그러다 천이 다시 오픈하고 주인공은 다시 게임으로 먹고 살기 위해 준비를 시작하지만, 서버는 초기화 된 상태에 빌어먹을 회사 간부는 주인공과 1, 2위를 다투던 건이라는 사람을 질투해 그 둘만 이벤트에서 제외시켜 버립니다. -_-;
하여간 어찌어찌 게임 시작해 레벨 9인 상태에서 준보스몹인 구미호 함 잡아보려다가 레벨 200의 보스급 캐릭터인 만살먹은 구미호에게 끌려가 노예생활을 하게 되면서 그 구미호에게 사랑을 느낀다는게 1권 초반의 골자입니다. -_-;
보면서 여러모로 이해가 안되는 소설이었습니다. 우선 주인공이 사는 시대상이 참... 주인공 집에는 가상현실에 접속할 수 있는 캡슐과 인간보다 더 인간같은 인공지능 컴퓨터가 존재하고 있는데 주인공의 직업이었던 배 수리는 온통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일반 가정집에 있을 정도인 인공지능을 왜 배에는 안 달아 놓았을까요... 모터 전선 이야기에서 GG... -_-;
게임으로 돈 벌겠다는 주인공의 포부는 당차나 서른의 나이에 아무 계획없이 회사를 관두고 그냥 게임만 하면 돈이 벌릴 것 마냥 행동하는 것도 썩 와닿지 않았고, 현실시간으로 1년 3개월여정도가 지났는데 주인공의 레벨은 여전히 9, 잘 나가는 랭커친구의 레벨은 추정 50~60.... 본문에서 나오던 글을 보면 300레벨 이상 존재하는 모양인데, 레벨이 높아질수록 업이 늦어지는걸 고려할때 300까지 렙업하려면 8~10년정도가 걸리는 걸까요? -_-;
현실성 강조가 모토인 듯한 천의 시스템 또한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실제같은 고통구현, 인간형 몬스터에게 실제같은 타격감을 주는게 현실성 강조였던가요? -_-; 레벨업 할때마다 포인트 올려주랴, 스테이터스 창은 신경써야 되고, 무공구현할때마다 초식명 외쳐줘야 되고, 퀘스트니 유니크니 하는 단어가 일상화된 무협게임에... 너무도 게임같은 시스템이라 전혀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더군요. 게임할때 적에게 맞으면 실제로 아픈데 누가 그 게임을 할지 의문이네요. -_-;
특히 주인공과 만년 묵었다는 구미호의 감정은 어색함 그 자체였습니다. 이건 뭐, 만나자마자 극단적이니... 아무리 사랑이 유치하기로서니
구미호 왈 ' 내가 살해당하면 어찌할테냐'
주인공 왈 ' 우선 살해한 놈 죽이고, 그 놈 아는 놈들도 죽이고, 스쳐가다 잠깐 마주치기만 한 놈들도 다 후회하게 해줄테다. 그놈이 무림인이라면 무림의 씨를 말려버리겠다.' -_-;;;;;;;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주인공 나이는 서른이고, 주인공이 하고 있는건 게임입니다. 그리고 구미호는 게임내 보스급 NPC입니다.
어머니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난다는 주인공이 게임속 NPC와 사랑놀음에 빠져 돈 벌 생각은 않고 1년이 넘게 허송세월 하는걸 보면서 내가 계속 이걸 읽어야 하나 라는 회의감을 수차례 가졌습니다. 결국 2권까지 독파해내고야 말았습니다만, 3권에 대한 기대감은 정말 쌀 한톨어치도 없을정도로 실망감이 크네요.
이번이 게임소설 두번째 출판중인 작가님이라고 나와있던데 좀 더 무협에 대한 공부를 하고 책을 출판하셨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혀 무협다운 분위기가 아니라 읽는 내내 어색함을 감출 수 없었거든요.
앞으론 신뢰하는 출판사라도 한결 조심해서 책을 선택해야 할 것 같습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Commen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