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대덕
작품명 : 제국의 매
출판사 : 문피아 연재 중
현재 인기리에 문피아에서 연재 중인 제국의 매입니다. 제가 전쟁,영지발전,권력암투,비정한 주인공 같은 것을 좋아해서 예전에 추천을 받아 읽어보았다가 실망해서 덮은 뒤로 안보던 글인데요, 방학시즌을 맞이하여 여러분에게 작은 이정표가 될 겸 글을 씁니다.
제국의 매. 시작은 참 좋았습니다. 고대 로마제국을 모티브로 하는 설정에는 어설픈 양판소보다 짜임새가 보였고 반역죄로 몰려 몰락한 주인공이 부대를 맡아서 시작하는 것 같아 밑에서부터 전공을 세워가며 올라갈 규모와 스토리가 흥미 있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1화부터 군데 군데 피해가야할 지뢰의 자취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자칭 흑사자黑死者대라는 이름부터 왠지 뭔가 있어보여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서린 네이밍 센스입니다. 사람들이 '죽지 않는 검은 사신'이라고해서 '흑사자'라고 부른다는데 부대 명칭이 '시꺼먼 죽은 놈들'이네요. 차라리 흑사자黑獅子라고 했으면 납득을 했을텐데. 그나마 저를 격뿜하게 만들었던 타 사이트의 작품 아수라혈천신공<鴉壽螺血天神鞏>에 비하면 한자도 그럭저럭 맞는걸 썼으니 애교로 봐줍시다.
그런데 사형수와 무기수로 부대를 꾸리고 끈 떨어진 몰락귀족이 대장인 부대가 대장군 직속 기병대입니다. 로마를 배경으로 한다면 등자가 개발이 안되었겠지만 작가분이 그런 디테일한 부분을 신경 쓰셨을 것 같지는 않으니 등자가 개발된 걸로 치고 말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병은 오랜 훈련시간과 많은 물자가 들어가는 엘리트 병과입니다. 등자가 개발되기 전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 개발된 후라도 말타기 쉬운 것이 아닙니다. 말은 예민하고 관리하기 힘든 동물이고 머리부터 발 끝까지 돈이 들어가는 그 시대 최고의 전략병과이지요. 그런데 그런 떨거지들로 기병대를 꾸렸습니다. 거기다가 소모품으로 사용한다네요. 상큼한 지뢰의 향기가 풍겨옵니다.
이들 부대는 창설된지 5년이 넘은(+주인공 3년 = 8년) 유서 깊은 부대입니다. 세상에 상관을 암살하는 전통을 가진(이걸 압도적인 무위로 물리친 우리의 주인공은 역시 주인공) 부대가 주인공 오기 전까지 5년이나 멀쩡히 있었군요! 그러니 아무리 떨거지라도 특수가공한 부드러운 가죽 중갑에 망토에 무기까지 완벽한 보급을 해주는게 당연한가봅니다. 보급이 안된다는데 무장상태 보면 무슨 황실친위대 쯤 되보입니다. 거기다가 전투에 나가기 전에 안면가리개도 아니고 눈 코 입만 뚫려있는 '죽음의 가면'을 얼굴에 씁니다...ㅡㅡ 재질이 뭔지 궁금하네요. 대체 얼굴에 어떻게 쓰는 걸까요. 시야 가려서 불편하기 그지 없을텐데 수많은 사선을 헤쳐온 주인공의 부대는 폼에 죽고 폼에 삽니다. 하긴 산악이나 늪지에서도 임무를 수행하는 만능 기병대니까요. 늪지에서 뻗었습니다(GG)
작중 데뷔전에서(5화) 멀찌감치에서 전황을 살펴보고 있던 주인공이 '금적선금왕'의 계략에 따라 적 대장이 이제 막 말에 오르고 전투에 참가하려는 찰나에 단기 필마로 뛰쳐나갈때 서로간의 거리가 불과 30M입니다. 참... 멀리에서 전황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단숨에 적 대장의 목과 어깨의 중간에 비수를 꽂아 놓아 피분수를 뿜게 만든 주인공! 소드마스터가 아니어도 상관 없어. 나는 주인공이니까!
여자보다 투명하고 하얀 피부. 붉은 입술. 시원한 콧날. 짙고 매혹적인 입술, 슬픈 빛을 지닌 눈동자까지 지닌 주인공은 전형적인 중성적 미인 케릭터의 혈통을 잇고 있습니다. 요즘은 유행이 조금 지나서 욕을 먹기도 하지만, 클레식이 괜히 클레식인가요. 전장의 낭만주의자 소드맛스타 우리 주인공에게 이 정도 옵션은 붙어야지 여자들이(독자들이) 헬렐레 팔렐레 붙을겁니다. 한니발을 모티브로 했다는데 무덤에서 카르타고인들이 슬퍼할겁니다.
...이제 1장 보면서 세부적인 글을 썼는데 이러다가 제가 먼저 주화입마에 빠지겠습니다. 예전에 집어던졌던 달조를 보고 '아 이게 장르시장의 미덕이구나'라는 감탄을 할 수 있을만큼 자비심을 키웠기에 가이드 리뷰나 해볼까 했지만 역시 무리였습니다. 아무리 달조가 씁쓰름한 책이라지만 잘 쓰기는 잘 쓴 것 같네요. 잘 팔리는데는 그래도 이유가 있나봅니다.
자존 광대하고 '훗 재미있군. 하지만 나의 존재를 모르다니... 너의 패배다' 이런 지나친 극적 대사는 오글거리게 하고, 전투 국면임에도 전능한 주인공의 존재와 전반적인 분위기는 긴박함을 느끼지 못하게 만듭니다. 디테일의 부재는 몰입감을 심각하게 훼손하며 작가분이 사전조사를 하였는지 의심케 만듭니다.
기대가 큰만큼 실망도 크다고, 어쩌면 이 정도의 허물은 널려있는 여타 양판소에 비하면 작은 허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류의 글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문피아에 작은 희망을 걸고 있는 사람으로서 좀 더 부담스럽지 않은 문장, 좀 더 몰입감을 주는 전개, 좀 더 신경을써서 짜올린 세계관과 섬세한 디테일을 원합니다. 그래서 부족한 부분이 더 크게 보이나 봅니다.
천둥이 우르릉 쾅쾅 저를 재촉하네요; 얼른 콘셉트 뽑아야겠습니다. 다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아, 여러분 군자는 위험한 곳을 피하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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