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동네 대여점엘 들렀다.
근 두 달 만이나 되는가 보다.
혹시나 하고 신간들이 꼽혀 있는 서가를 보았다.
대한민국 남단의 골짜기 동네이니, 신간 서가는 늘 빈약하다.
'어?'
한순간 눈이 번쩍 뜨인다.
'Oh! my baby!'
있었다.
'기특한 내 새끼! 이런 촌구석까지 배포가 되었다니....!!!'
[철인] 1권이었다.
'그럼 2권은 누가 빌려 갔다는 얘기?'
어깨가 우쭐해 졌다.
그 때, 별로 고상하지 못한 웃음소리가 들려 왔다.
"낄낄낄!"
주인장이 책을 보며 혼자 낄낄거리고 있었다.
"뭔 책입니까?"
"신간인데 웃기네예. 재미도 있고예."
"제목이 뭡니까?"
"철인입니다."
순간적으로 기분이 팍 처져 버린다.
'제길! 그럼 2권이 나간 게 아니라, 기껏 주인장이 보고 있었다는 얘긴 가?'
그래도 웃기고 재미있다고 하니까, 조금은 낫다 싶었다.
그런데 내가 계속 계산대 앞에서 얼쩡거리고 있자, 주인장이 오해를 한 모양이었다.
"이 책은 안 됩니더. 지금은 못 빌려 드려예."
애초부터 빌릴 이유야 전혀 없는 것이었지만, 그 말을 듣고 보니까 괜히 한번 찔러 보고 싶다.
"왜요?"
"책이 나오자마자 어떤 아저씨가 냉큼 빌리 가더만, 출장 갔었다 카문서 내리 일주일을 푹 사쿠고 오늘에사 가지고 왔다 아입니까?"
주인장의 말하는 방향이 그 쪽이 아닌 줄을 뻔히 알면서도 내 관심사를 슬쩍 끼워 물었다.
"그래, 재미는 있다 카던가요?"
"예! 재미는 꽤 있다 카데예!"
겨우 마음을 좀 놓으며, 다시 주인장의 얘기 속으로 돌아갔다.
"근데 와 안 된다 카는 교?"
"반품시킬지 놔둘지 오늘 낼 중으로는 결정을 해야 된다 아입니까?"
가슴이 철렁한다.
"아니, 재미있다면서 반품은 왜 시켜요?"
"어데 우리같은 아저씨들만 재미있어가꼬 수지가 맞겠십니까? 진짜는 학생들 반응을 들어봐야 하는 기라예. 조금 있다가 우리 집 단골 학생들이 오면 선을 보일라 안캅니까? 그라고 내일쯤 반응을 한번 들어 보고 결정을 내릴라꼬예."
그런 것인가?
스스로 물어놓고 생각해 보니, 역시 그런 것 같았다.
괜히 멀뚱한 기분이 되어 대여점을 나왔다.
토요일쯤에 대여점에 한번 더 들려 봐야겠다.
"학생들은 재미있다고 그러던 가요?"라고 물어봐야 할까?
아니면,
"그 책 살았습니까? 죽었습니까?" 라고 물어봐야 하는 것일까?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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