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상 존칭생략)
무협의 몇가지 아이템(또는 소재)들에 대한 단상
제법 오랫동안 무협을 읽어오던 오늘 무협에 자주 등장하는 몇가지 아이템(또는 소재)들에 대한 생각이 잠간 들었다가 사라졌다. 그런데 이러한 아이템에 의지하지 않고도 모두가 인정하는 훌륭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아이템만 남발하는 글도 제법 많았다는 생각이 들어 무협의 아이템을 한번 나열해보고 생각나는 기원과 그 용도를 살펴보고자 한다.(심심하다 보니 이런 짓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생각 하시라)
첫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무공비급이지만 본 글의 목적과 다소 다르고 이것에 대하여는 이미 고무판의 유명한 단편 “절벽임대인”에서 거론한 바가 있으므로 그냥 넘어간다.
두번째로 들수 있는 것은 몸씨리즈와 별씨리즈의 두 종류지만 같은 용도로 사용되므로 같이 살펴보자.
몸씨리즈 – 삼양~, 육양~, 구양~, 태양~, 삼음~, 육음~, 구음~, 태음~등등의 이름이 앞에 나오고 신맥, 지체, 절맥 등등이 뒤에 나오는 것으로 이후에 등장한 여러 아류가 있지만 위의 것들이 원조로 추정된다.
몸씨리즈의 기원 – 본인이 무협을 좋아하지만 대여점이나 만화가게를 운영하지 않는 순수한 독자이라 소장한 무협은 신무협시절에 나온 것들 수십여편뿐이고 다시 들쳐보기 귀찮아 순전히 본인이 기억하는 한에서만 기원을 추정해본다. 자세히 아는 분은 리플을 달아주시라. 몸씨리즈는 와룡생, 고룡이나 김용등으로 대표되는 중국무협과 비호와 같은 아마(?) 한국의 초기 무협에서도 별로 본적이 없다. 하지만 중국 작가의 글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박스무협이전의 작품인 “낙성추혼”에서 주인공이 구음절맥이었으므로 그 시절까지 기원이 올라가는 것으로 추정되나, 80년대 박스무협에서 전가의 보도로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그리고 최근까지도 무협의 주요 아이템으로 등장한다.
몸씨리즈의 용도는 주인공이나 주요 등장인물이 초반에 어려움을 겪지만(아닌것도 많음) 나중에 초절정 미남미녀이며 고수이고 천재인 것에 당위성을 가지게 하는데 주로 사용된다.
별씨리즈 – 천괴성, 천강성, 자미성, 천살성, 천마성 등등의 뒤에 별성자가 붙은 것을 말하며, 이것도 나중에는 동물이름이 붙는 등의 몇 가지 아류가 있다. 천마지체니 아수라혈마지체니 하는 몸씨리즈의 아류는 천살성, 천마성 등에서 힌트를 얻은 아류로 추정된다.
별씨리즈의 기원 – 요것도 박스무협시절에 주로 사용되었고 최근에도 사용되고 있으나, 그 기원이 어딘지는 기억에 없다.
별씨리즈의 용도 – 이것은 주인공을 먼치킨으로 만드는 당위성에도 이용되지만, 영웅과 악당은 태어날 때부터 결정되어 있다는 용도로 많이 사용된다. 천괴성으로 태어났으므로 세상을 구할 유일한 영웅이므로 숱한 은거고수와 고승대덕들이 천괴성을 구하기 위하여 천하를 헤메고 별씨리즈를 구하기 위하여 목숨을 던지며, 갓 태어난 아기인 나쁜 별의 악마를 처단하기 위하여 온무림이 추살대를 조직하고 아기가 태어난 가문을 박살낸다. 좋은별이 나쁜별을 한방에 작살내는 것으로 보통 소설은 끝을 맺는다. 이후에는 이에 식상한 몇 작가는 반대의 논리를 펴기도 했고 이후에는 소설의 전개도 씨리즈들의 아류만큼 다양해졌지만 그 기본은 두 세종류로 압축된다. 좋은 별이던 나쁜 별이던 몸씨리나 별씨리즈는 로또 당첨권과 같아 글의 초에 별이나 몸에 대하여 조금만 설명하면 이후에는 먼치킨이 되는 당위성을 가지게 된다. 또한 왜 좋은 별이 나쁜 별과 싸워야 되는지를 세세히 설명할 필요가 없다.
간단히 끝날 것으로 생각되었는데 너무 길어지고 시간 걸리니 씨리즈 몇 개만 그냥 나열하고 생각나지 않는 것은 딴분들께 맡기고자 한다.
세번째는 복용하는 영약씨리즈 – 천년, 만년과 같은 햇수가 나오고 뒤에 종류인 삼왕, 인형설삼, 석균, 하수오등의 풀뿌리 이름이 붙거나 공청석유같은 물종류, 각종 천년 또는 만년 묵은 거북이, 고래, 이무기, 물고기, 용가리 이름이 붙는 동물성 내단이 영약종류의 첫째이고 대소환단, 자소단, 무슨 단 등의 조제된 환단이 그 두번째로 많이 등장하는 것이다.
네번째는 영약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으로 만년온옥이니 한옥이니 하는 등의 돌씨리즈와 오행천, 지심한천, 무슨 열천, 무슨무슨 샘 하는 샘물씨리즈로 이것들도 초고수 삼개월 완성 등의 무슨 학원 광고문구와 비슷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다섯번째로는 대법씨리즈가 있다. 천마이혼대법, 강림대법이니 하는 소환 또는 빙의 하는 것들로 시작하여 특별한 장소나 장치, 약물등을 복합적으로 동원하여 단시간에 초고수를 완성하는 대법씨리즈는 이름이 복잡해 그 이름은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고전적으로는 채음보양이니 채양보음이니 하는 스킬부터 시작하여 자주 등장하는 북명신공이니 흡성대법이니 하는 스킬들도 비슷한 아류로 볼수있다.
왜 나는 이런 씨리즈들을 길게 나열하고 있을까?
위의 씨리즈들은 잘 사용하면 음식의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인정하지만, 신무협의 시대로 들어가면서부터는 위의 것들이 전혀 등장하지 않은(또는 최소한 그것들이 글의 모티브가 아닌) 좋은 작품도 많다는 것을 말하고 싶기 때문이다. 최근 고무판의 글들은 다양한 소재와 내용을 가지고 있고 좋은 글들이 많지만, 짧게는 이미 십여년전에 모두 등장한 위의 씨리즈물들에 조금씩 의존하는 듯한 글이 생겨나는 것 같아서 해보는 주절거림이다. 몇몇 고무판의 작가도 해당되는 신무협의 초기 작가들은 위의 씨리즈물들로 대변되는 기존 무협에서 탈피하여 싸우는 이유와 그 과정, 이에 따른 치열한 무인의 삶과 고뇌를 좀 더 표현하고자 노력했기 때문에 독자들의 열광을 받았던 것이라 본인은 생각한다. 그랬기 때문에 아직도 그 글들이 독자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고 본다. 심심할때면 내가 다시 책장에서 꺼내 읽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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