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일단은 방금 전에 쓴 소설...이라고 해야할지 쓰레기라고 해야할지... 어쨌든 'NHK에 어서 오세요'라는 만화를 모티브로 떠올린 겁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가상현실게임소설의 리얼리티라고 해두죠.
그리고 경고하건데 19금적인 부분이 있으므로, 주의바랍니다.
그는 히어로다. 히어로는 영웅이다.
레벨 981. 전세계 레벨 랭킹 1위.
XX 월드의 베타 테스트 때부터 시작하여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5년 동안, 그 누구보다도 XX 월드의 경력을 자랑하는 무패의 남자. 뛰어난 용모와 멋진 페어 플레이를 통해, 그는 그 누구보다도 XX 월드의 인기스타.
지존이다.
"하압! 소드 포트레스!"
촤아아아악!
"콰라라라라!"
쿠쿠쿠쿠쿵!
그의 일검에 마룡이 자리에 누웠다.
"우아아앗! 히어로 만세!"
마룡 이벤트로 몰려있던 유저들이 모두 만세합장을 한다. 그들 사이에 히어로는 난처한 듯 웃는다.
"히어로, 괜찮아요?"
그의 여자친구인 성녀 아리아가 걱정스럽게 묻는다. 히어로는 그 시원스러운 미소를 보이며 웃었다.
"뭘, 이 정도 가지고."
"그래도... 힐!"
쏴아아아!
시원한 빛줄기가 히어로를 감싼다. 히어로는 그 기운을 몸으로 맡기며 눈을 감는다. 이윽고 눈을 뜬 히어로.
"고마워."
하면서 쪽, 아리아의 볼에 키스한다. 아리아의 얼굴이 금새 발그레 붉어진다.
"저기... 히어로."
"응?"
히어로는 방금 잡은 마룡을 해체하고 있는 자기 휘하의 길드원들을 바라보며 아리아의 물음에 답했다.
"저기, 한 번 현실에서 만났으면 좋겠어."
"뭐, 뭣?"
갑자기 당혹해하는 히어로. 그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리아.
"안돼?"
"아... 아아..."
히어로의 눈이 다른 쪽으로 향한다.
"미, 미안하지만 요즘 바쁜 일이 있어서 말이야. 시간이 없을 것 같아."
"그, 그래?"
아리아는 섭섭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윽고 활짝 웃으며,
"응, 히어로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뭐."
"미안해, 아리아."
히어로가 명목없다는 듯이 고개를 조아린다. 덕분에 아리아는 보지 못했다. 고개 숙인 히어로의 눈빛이 기이하게 반짝이고 있다는 것을.
***
[로그아웃을 합니다.]
부우우웅
현실로 돌아온 히어로, 아니 만석봉은 헤드셋을 벗었다.
"씨발..."
순간, 아미의 얼굴살이 출렁인다. 하지만 눈썹 사이는 소원하기만 해서, 좁혀지지 않는다. 오히려 살에 파묻혀 그 형체조차 확인이 불가능하다.
"씨발, X같은 년..."
만석봉의 입에서 욕설이 흘러나온다. 대개 XX월드에서 사귄 아리아라는 유저에 대한 욕설이다.
"혀, 현실에서 만나자고? 썩을 년. 내가 그토록 잘 해줬는데... XX."
멈추지 않고 흘러나오는 욕설. 하지만 곧 만석봉의 입에서 욕설이 멈추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이 멈춘다.
"허억, 허억, 허억. 빌어먹을. 말 몇 번 했더니 지치는군. 허억, 허억."
평상시에 잘 움직이지 않았던 입을 놀렸더니, 입이며 볼이며 턱이며 경련이 일어날 지경이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단내를 넘어서 썩은내가 나는 지친 숨소리.
꾸르르륵
"씨발, 허억, 씨발, 허억..."
계속해서 튀어나오는 욕설. 어느 순간, 만석봉의 비중한 몸이 쪼그라든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몸을 굽힌다. 그와 동시에 그의 손이 사타구니 사이로 파고든다.
"허억, 허억, 씨발... 허억, 씨발... 허억허억..."
어쩐지 애처로운 숨소리가 일정한 박자를 맞춰, 만석봉의 어두컴컴한 방에 울려퍼졌다.
"허억허억, 나...나는 랭킹 1위란 말이다. 씨X 새끼들아..."
기묘한 물소리가 박자를 맞춘다.
"허억허억, 씨발... 나는, 최, 최고의 게이머란 말이다..."
그의 육중한 몸이 들썩거린다.
"허억허억, 젠장... 누구나 나를 존경한다고! 레벨이 981이란 말이다! 모든 아이템은 유니크 아이템이고, 모든 스킬들을 마스터했어! 난 최강이야! 최강이라고!"
더러운 티셔츠 아래로 튀어나온 뱃살이 거센 파도처럼 출렁거린다.
"헉헉헉헉헉..."
숨소리의 간격이 짧아진다. 이윽고, 만석봉의 몸이 부르르 떨린다.
절정이다.
"하악...하악...하악..."
몸을 한 차례 크게 떤 만석봉.
"씨발... 배고프다."
그러면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고 한다.
"크큭, 랭킹 1위라도 먹을 것은 먹어야겠지. 흐... 흐흐..."
축 늘어진 볼살이 죽은 돼지가 경련떨듯 요동친다. 거의 반쯤 파묻치다시피한 눈동자가 흐릿한 빛깔을 낸다.
몸을 일으킨다. 하지만 잘 안 일어난다. 축 늘어진 살들이 밀려올라 몸의 움직임을 방해한다. 무엇보다도 주변에 널부러져 있는 쓰레기, 쓰레기, 쓰레기들.
컵라면, 컵라면, 컵라면, 컵라면, 책, 책, 책, 책, 책...
방 안에 있는 것이라고는 컴퓨터와 게임접속기, 널부러져 있는 만화책과 컵라면의 금자탑 뿐. 돼지우리도 이것보단 낫겠다.
"허억, 씨발... 청소...해야겠군."
한 달 전에 한 말이었지만 그것은 결코 지쳐지지 않는 약속과도 같았다. 만석봉은 몸을 일으킨다. 그러다가 정면에 거울을 본다.
"...저게 나라고?"
봉두난발의 엉망진창인 머리카락 사이로 새치가 허옇게 덮어있다. 시꺼먼 얼굴, 이마는 살이 지층처럼 쌓여있고, 그 아래로 눈이며 눈썹이며 살에 파묻혀 보이지도 않는다. 코와 입 역시도 살에 파묻혀있기 마찬가지. 마치 혹부리영감처럼 축 늘어진 볼살이 무게감을 더한다. 축 늘어난 턱 아래로는 시커먼 수염이 마치 시체처럼 늘어져 있다.
그 아래로, 원래는 하얀 티셔츠였으나 지금은 검은 색으로 둔갑해있는 옷이 마구 늘어나있다. 늘어난 티셔츠로도 감당하지 못한 뱃살로 애초부터 배꼽티였던 것처럼 보인다. 1년 가까이 목욕을 하지 못한 몸은 검은 때로 엉망. 전신의 살이 감당을 못할 정도로 늘어나, 마치 익사한 후 몇칠 동안 물에 불어버린 시체같다.
"으...아...으아아아...!"
만석봉은 자신의 축 늘어진 볼을 양손으로 붙잡고 비명을 내지른다. 하지만 잘 움직이지 못한 목은 제 기능조차 하지 못하여, 소리조차 제대로 나지 않는다.
"끄...끄으으으..."
순간 심장에 통증이 올라온다.
아프다...
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아프다!
쓰러진다.
살 때문에 충격은 덜했으나, 정신이 아득해진다.
"아...으으..."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눈앞에 게임접속기가 보인다.
XX월드.
25세의 한창 나이. 대학을 나왔으나 직장을 구하지 못한 그에게 우연히 얻은 베타 테스터로서의 기회. 그것을 통해 XX월드를 시작한지 5년!
5년...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수많은 위기도 있었다. 길드가 붕괴될 뻔도 했고, 결투에서 질 뻔도 했다. 수많은 어려운 퀘스트들이 내려졌다. 그러나 그는 이겼다! 그 모든 인내와 고통들을 다 이겨내고, 그는 영웅이 되었다.
XX월드의 진정한 영웅!
세계 랭킹 1위!
무패의 용사!
XX월드의 모든 이들이 존경하는 바로 그 남자!
"그...그게 바로 나... 히, 히어...로다!"
만석봉, 아니 히어로는 게임접속기를 향해 기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히어로다.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결코 지지 않았던 남자다. 그런 내가, 이따위 것에 당할 것 같나?! 현실이라는 괴물에게 질 것 같냔 말이다!
기었다. 아프다. 힘들다. 피곤하다. 쉬고 싶다...!
하지만 그는 기었다. 그는 영웅이니까! 만인의 존경하는 절대강자! 랭킹 1위! 최강의 지존!
"나, 난! 지존이란 말이다!"
마침내 히어로는 게임접속기의 헤드셋을 잡았다. 히어로의 얼굴에 승리의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이긴 것이다.
그가 바로 지존인 것이다!
***
[오늘의 뉴스입니다. 오늘 아침 10시경, 서울 XX동에서 박모씨(30세)가 시체로 발견되었습니다. 사인은 급성심장마비로 사후 20일만에 발견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경찰측에서는 과도한 가상현실게임의 접속에 따른 운동부족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이렇게 가상현실게임에 의해 사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지라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이에 따라 XXX본부에서는 가상현실게임의 서비스 중지 등을...]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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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게임소설을 비꼰 것으로 보겠지만 그 반대입니다.
참고로 말해 저도 현재 게임소설을 연재하고 있는 입장이기에... 솔직히 많이 듣게 되거든요.
개연성 좀 넣으라고. 리얼리티가 없다고.
솔직히 3권 가량을 그 '개연성'인지 '개썩을성'인지 뭔지 하는 것을 위해 썼으나, 여전히 부족하더군요. 개연성이.
그래서 짧게나마 좀 써봤습니다. 개연성 있게, 리얼리티 있게.
뭐, 히든피스나 히든클래스니 뭐 그런 것도 없습니다.
하루의 하루 전부를 게임에 바쳐 지존이 된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그야말로 폐인. 리얼리티 있죠? 개연성 있죠?
지존이 될 정도로 게임을 하면서도 하루에 한 번씩 운동을 한다. 그래서 지존이 되겠습니까? 당연히 운동 No. 목욕 No.
게임폐인인데 외모가 유지되겠습니까? 당연히 No이죠.
여자 만나고 친구 만나고... 그런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No죠.
뭐, 이게 바로 현실이라는 거죠. 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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