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로
레인시티 블루스를 모두 삭제하고,
신작 연재에 들어갑니다.
레인시티 블루스는 지난달에 알바트로스 공모전에
운좋게 입선이 되어 출간계약을 마치고,
아마도 이번 여름쯤에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부지런을 떨면 좀 더 빠르겠지만,
불행히도 올해는 밀린 원고빚을 청산하는 해인지라
그리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아쉽지만 레인시티 블루스는 오늘 이후로
잠정적인 이별을 고하고.
신작 <디어사이드 사가>가 새롭게 시작됩니다.
좋은 밤 되시길 바랍니다. ^^
디어사이드 사가....
멀지 않은 과거, 세상은 전화(戰禍)에 휩쓸려 멸망으로 치닫고 있었다.
개전의 기원이 무엇이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오랜 세월 지속되어왔고, 도대체 언제쯤 끝나게 될지도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길고 지루한 전쟁이었다.
사람들은 두려워졌다.
이대로 영영 전쟁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고, 만일 그 끝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세상의 종말이라고 생각했다.
세상의 모든 존재가 생각을 같이 했지 누구 하나 종전(終戰)을 위해 발 벗고 나서지 않았다. 아니, 그것은 어디서부터 매듭을 풀어야할지 모를 정도로 막막했기 때문이다. 명분조차 오래 전에 사라진 전쟁에서 무의미한 희생과 파괴를 반복하고, 그것을 무기력하게 방관할 뿐이었다.
세상은 그렇게 미쳐가고 있었다.
당장 멸망을 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그렇게 언제부터인가 ‘멸망’에 대한 당위가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구세주라는 망상에 사로잡힌 한 매드사이언티스트가 전쟁을 종식시키겠다며 평생을 바쳐 개발한 반물질 폭탄을 작동시켰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그의 시도는 엉뚱한 결과를 낳았다.
반물질 폭탄이 지닌 엄청난 위력은 시공을 비틀었다.
이른바 세컨드 빅뱅이라 불리는 그 폭발 이후, 서로 다른 시간과 차원이 혼재하게 되었다. 마법이 존재하던 아득한 과거와 마법 이상의 힘을 지닌 과학이 주도하는 미래, 과학이나 마법과는 또 다른 정신능력을 사용하는 이계, 그리고 거울과도 같은 평행차원의 존재들. 각각 독립되었던 세계들이 하나의 세상에 공존하는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각각의 세계에서 신으로 불리던 존재들이 시공의 뒤틀림으로 인해 신권을 상실하고, 이성은 없고 오로지 권능만이 남은, 불안정하고 모순적인 존재가 되어 세상을 위협하는 또 다른 ‘적’이 되었다.
유일하게 신권을 상실하지 않은 위대한 어머니 가이아는 세상의 소멸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 부어 비틀린 시공을 복구하고 깊은 잠에 빠졌다. 그러나 서로 다른 세계들이 공존하는 문제까지 해결하지는 못했다.
비록 지난 전쟁은 끝났지만, 여전히 전쟁의 불씨는 남아있어 멸망의 위기는 사라지지 않았다. 기원이 다른 세력들이 하나의 세상을 놓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서 오래지 않아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것은 지도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렸다. 공존을 위한 화합인가, 아니면 독점하기 위한 분쟁인가.
다행히 공멸을 부르는 어리석은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겉으로는 합리적이고 평화로운 공존을 선택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공존이었다. 언제 깨질지 모르는 유리 같은 평화였다. 당장은 그렇다는 것이지,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무엇하나 명확하지 않은 혼란 속에서 시작도, 끝도 존재하지 않는 혼돈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