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캔커피 님의 Resolution 에 대한 감상이므로,
위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이나 아직 읽지 않으신 분만 읽어주십시오.
안 좋아하시는 분들은 조용히 <뒤로> 버튼을 눌러주시길...
괜히 경고 무시하고 쓸데 없는 리글 달면 바로 보복합니다. (웃음)
처음 캔커피 님의 Resolution을 읽은 그 순간부터,
저는 한 번 쯤 제가 왜 이 글을 이렇게 좋아하게 되었는지,
행간행간을 읽으면서 왜 이렇게 가슴이 충만함을 느끼는지,
제대로 말로 풀어서 이야기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이 그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문과 출신이라 그런지 이공계열에 약합니다.
전투신에 대한 설명이라던가 무기 설명은 대충 지나갑니다.
뿐만 아니라 처음엔 꼼꼼히 읽던 국제관계나 신분제도,
지역설명, 역사설정, 신화부분 같은 것들도
그냥 대충 쓱 보고 넘어가게 되어 버린지 오래입니다.
Resolution을 처음 보았을 때, 정확히 말해서
<L함수>라는 것이 처음 등장했을 때도 저는 제가 그럴 줄 알았습니다.
이번엔 진짜 쥐약인 수학, 물리학인가보구나,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제대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설명 부분은 문단을 거의 나누지 않는 작가님 스타일에도 불구하고
눈을 가늘게 뜨고 설명부분까지도 꼼꼼히 읽는 자신을 발견하고,
저는 이 글이-적어도 제게는- 대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려운 이론을 쉽게 풀어서 설명한다? 그런 차원이 아닙니다.
가장 수준 높은 수학이나 물리학이 어떻게 생활과 연결될 수 있는지,
그 부분에서 작가적 상상력이 최고도로 발휘되는 듯 합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성, 휴머니티입니다.
오늘 연재분을 예로 들자면, 연쇄살인마인 구베가 생명이 담긴 요리를 먹고
결국 평온을 찾는 부분에서 저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연쇄살인마는 극단적인 예지만, 사람은 누구나 <결핍>된 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걸 어떤 방식으로 채우는가 하는 것은 각자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그가 행한 살인을 이해하게 됐다는 것이 아니라,
그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된 원인을 이해하게 되었달까요.
천둥새를 찾는 이야기에서도 몇 번이나 가슴이 뭉클해졌는지.
인디언의 생활방식에 대해서 읽으며 자기반성도 했습니다.
작품을 읽으며 아, 이 구절 참 좋다. 하고 저도 모르게 읽기를 멈추고
그 구절을 되새기는 경험을 참 오랫만에 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은 결국 사람일 수밖에 없다. 는 의미에서의 휴머니티입니다.
절대자, 초월자를 찾고 싶으신 분은 다른 글을 보십시오.
선한 사람도 따로 있고 악한 사람도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분은,
연쇄살인마를 위해 요리사까지 데려온 유진을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L함수>를 써서 해킹을 하고 CIA를 움직여 살인을 하는 이야기보다
유령의 부탁을 받고 천둥새를 찾기 위해 사막에서 2달을 버티는 카이의 이야기가
왜 더 중요한지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Resolution에 나오는 복잡한 음모와 국제관계와 이론들도,
사실은 이 인간성을 말하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유진이 L함수의 연산자라는 것을 와일드 교수와 카이가 알게 되고,
일본의 한 호텔에서 전혀 알려지지 않은 종류의 질병이 발생하면서
이야기는 또 다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려 하고 있습니다.
즐겁게 읽고 계신 분들은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해 주시길 바라고,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일독을 권하면서 이만 접습니다.
비가 옵니다. 시원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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