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학생이던 시절에
조그마한 백일장에 나가 상품으로 몇권의 책을 받았습니다.
그 가운데 '저승사자'라는 제목의 책이 끼어 있었는데요,
공포물을 좋아하는지라 제목만 보고 쉬이 판단하여
첫장을 넘겼습니다. 결코 공포물이 아니었습니다.
중국의 설화를 모아놓은 책이었습니다.
많은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하지만 대부분
인간이 아닌 여괴들이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
인간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입니다.
투박한 문체로 시작된 그 이야기들은
그 어떤 성적인 것들보다 은밀했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렸고 꿈에 구름과 비가 너울거렸습니다.
그런 사랑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작가분의 '옥면사협'부터 이 글까지 모두
그런 아련한 두근거림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어렸을 적 꽃이 만개한 옛길에 주저앉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꽃이 너무 붉어서, 숨을 쉬기조차 힘이 들어
가슴을 두드려,팔딱거리는 심장을 멈추기 위해
부여잡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 밤과 같습니다.
꽃이 여인이 되고, 구름이 여인이 되어
저의 잠자리로 파고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것과 같습니다.
시조천룡, 한번 읽어보세요.
그 두근거림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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