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작성자
黑月舞
작성
09.06.10 20:30
조회
741

도서관에 갔습니다.

원래 목적은 자료조사였습니다만, 다른 길로 새는 게 특기인 저한테는 그러한 목적이야 순식간에 제 뇌리에서 후순위로 밀려났죠.

옛날에 학생 때에는 시험기간이라고 도서관 가겠다면 부모님께서 말렸습니다. 가서 또 책만 읽다가 놀면서 온다고.

아니나 다를까, 가는 길 옆에 한국문학 표지가 붙어있는 서가 사이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는 그곳에서 몇 권의 책들을, 지금은 추억 속의 책들을 발견했습니다. 세로꽂기하면 단박에 눈에 띄는 책 상단의 자음과 모음 출판사의 노란 네모마크들이 여기저기에 보이더군요.

아련한 추억에 잠겨서 제 한국 판타지의 입문서였던 용의 신전을 꺼내들었습니다.(제가 본 첫 판타지 소설은 반지전쟁이었습니다만 그 책은 이상하게 '판타지'라는 느낌이 들지 않더군요. 유명한 외국의 베스트셀러를 본 느낌이랄까.)

그 상태로 전 7권을 4시간이 넘도록 독파했습니다. 첫 1~2권은 서가 사이에 서서 읽었고, 3~5권은 뒤쪽 서가에 책이 꽂혀 있지 않은 빈 자리에 엉덩이를 걸치고서 읽었으며, 나머지는 그때까지도 미처 미련을 놓지 못했던 '잠깐만 읽다가 다시 할일 해야지.'라는 생각을 버리고 책상 있는데로 나와서 의자에 앉아서 읽었습니다.

뻣뻣해진 목과 어깨를 두드리며(하늘 쳐다보기가 힘들더군요.) 컴퓨터 앞에 앉아서 문피아에 접속했습니다. 그리고 아주, 아주 서글퍼졌습니다.

PC통신시절에 올라오던 여러 소설들은 당시에 담론에 매몰되어가던 한국 소설들이 너무나도 무거웠던 제게 신선한 자극을 주었습니다. 남북이니 이념이니 일제니 하는 내용을 떠나서, 사회의 문제나 부조리함을 고발하는 내용을 떠나서, 신비하고 또 어쩌면 아련한 환상 속의 이야기들이나, 주변에도 있음직한 소소한 이야기들은 저를 새로운 세계로 데려다 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러한 소설들이 한국 소설의 지평을 넓혀갈 거라는 평론가들의 말을 들을 때면 제 이야기를 하는 것마냥 설렜습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러한 가벼운 소설의 역할은 대부분이 외국 번역소설들이 하고 있더군요. 인생의 깊은 성찰까지는 담아냈다곤 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잠깐 웃을 수 있고 어느 정도 잠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가볍게 읽어도 살짝은 무겁게 남는 소설들이요.

요청합니다. 제가 아직 찾아내지 못했을 뿐이라는 증거가 될 수 있는 소설을 요청합니다.

1. 세계관은 작가의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세계관 설정에 있어서, 적어도 작가가 공을 들였다는 느낌을 주는 소설을 원합니다. 평범한 D&D룰이나, 톨킨 월드 혹은 미즈노 료 이후 정형화된 일본식 판타지세계라 할지라도 그것을 가져다 써야만 했던 작가가 이해될 수 있는 소설을 원합니다.

2. 소설 속의 인물들이 실제 사람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소설을 부탁드립니다. 세계관에다 '인간들은 뇌가 없습니다'하고 설정한 것도 아닌데 '기본적인 사람의 행동 패턴대로 행동하는 것'을 찾기가 왜 이리 힘든 것일까요. 적어도 소설 내의 인물들이 각자의 생각과 기준을 가지고 상식적으로 행동하는 소설을 부탁드립니다. 세상 인간사에서 사건이란 백인백색의 사람들이 얽혀서 생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3. 그래도 어느 정도 문체가 확립된 작가분이면 더욱 좋겠습니다. 기본적인 문장의 미숙은 그 내용을 떠나서 읽는 이를 괴롭게 합니다.

4. 분량도 많으면 금상첨화

문피아 굇수분들의 도움을 바랍니다.


Comment ' 11

  • 작성자
    Lv.66 서래귀검
    작성일
    09.06.10 20:47
    No. 1

    음....그런거 요즘 찾기 힘든듯....저도 한 13개 정도 선작이 있는데...가만 생각해보면 초창기 판타지 읽었을 때의 감동을 주는 건 하나도 없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7 무개념학습
    작성일
    09.06.10 21:04
    No. 2

    글쎄 요새 그런 글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 보다 어렵다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윤재현
    작성일
    09.06.10 21:20
    No. 3

    dokbull 나투라의 눈물
    라 옌 다 레드 세인트
    연 리 지 낭만법사<<문체가 독특하여 처음에는 거슬리실 수 있습니다.
    피틀리스 Rune<<이건 자추이니 시간이 남아돌다 못 해 넘쳐 흐르실 때 봐 주세요. 黑月舞 님께서 원하시는 조건을 지향하고 있으나 마음에 드실지는 모르겠습니다.
    (--)(_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 NESIAC
    작성일
    09.06.10 21:27
    No. 4

    총 님의 하늘과땅의시대
    Girdap 님의 마법사의 보석 추천합니다.
    둘 다 '개념있는 등장인물'들이 '독특하면서도 괜찮은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김효직
    작성일
    09.06.10 22:24
    No. 5

    헬 하운드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3 바보레인저
    작성일
    09.06.10 22:51
    No. 6

    난 1권 읽을 시간에 7권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4 하얀별빛
    작성일
    09.06.10 23:48
    No. 7

    요삼님의 글...어떠신지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1 정한(情恨)
    작성일
    09.06.11 01:17
    No. 8

    '필드 오브 뷰' 한번 읽어보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유노유노
    작성일
    09.06.11 01:37
    No. 9

    총님의 하늘과땅의시대
    보니비님의 신목의 달(딱 1년째 잠수중이지만... ㅡ.ㅠ)
    요삼님의 초인의 길
    요삼님의 에뜨랑제(출간삭제 상태니 7월경 구매가능)
    영아의별님의 신권혈창(무협)

    말씀드릴 만한 글은 요녀석들이군요.
    글에 들어간 정성과 깊이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빼어난 수작들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직 못보셨다면 한 번 진중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黑月舞
    작성일
    09.06.11 09:58
    No. 10

    서래귀검님, 목님
    그래서 찾아 헤메는 중입니다. ㅠ

    피틀리스님, 여러모로 감사드립니다.
    나투라의 눈물
    보러 가겠습니다. 앞부분 살짝 읽어봤는데 프롤로그에서 너무 설정을 주절주절 늘어놓는다는 생각은 들더군요. 하지만 작가님의 애정어린 세계관이 마음에 듭니다.
    레드 세인트
    저번에 연재된 부분까지는 다 읽었습니다. 조금 전형적인 인물들이 눈에 밟힙니다만, 그래도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낭만법사
    로안어르신 원톱의 포스에 주변 인물들이 너무 눌리는 감이 있더군요.
    Rune
    있는줄도 몰랐던(작가님께 죄송합니다)소설이었습니다. 추천 감사드립니다.

    NESIAC님
    하늘과땅의시대
    압도적인 분량만큼이나 좋아합니다만, 월간지의 압박 ㅠ
    마법사의보석
    Girdap님의 글은 전반적으로 다 좋아합니다. 특히 인물들의 세세한 심리와 상황묘사가 정말로 아름답죠. 또한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를 풀어놓는데 능하십니다. 하지만 약간 '작은 이야기' 이기에 조금 '큰 이야기'도 보고 싶습니다.

    김효직님
    헬하운드
    한번 보러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ay♡ 님
    요삼님의 글 역시 다 읽었습니다. 인문사회적 지식과 자연과학적 지식을 잘 엮어서 창조해낸 방대하고도 치밀한 설정이 대단하신 분이십니다. 하지만 너무나 초인적인 인물들의 전기이다 보니 조금은 소소한 내용도 보고 싶습니다.

    정한님
    반년째 연중이신듯 합니다. 꺼이꺼이 ㅠ

    유노?유노!
    신목의달
    유려하신 문체가 매력적이신 작가분입니다만..... 언제 돌아오실지 모르는 작가분이십니다. ㅠㅠ 비슷한 분위기의 매창소월 역시 좋아합니다.
    신권혈창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만 일반적인 대본소 무협과는 다른 글이길 바라며 찾아가봅니다.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1 만다라케
    작성일
    09.06.11 20:23
    No. 11

    Rag님의 유그드라실 언리미티드(유그언리미티드).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과거 제가 고등학생때만 해도 계속 연재되었던 마법교육기관 유그드라실의 마지막 편이랍니다. 일단 이거 추천.
    그리고....단공인님의 어딘가의 이계인이 사는 방법...(어딘가의이계인)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방식이고 라노벨 형식이라고 싫어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일단은 추천드립니다.
    그 외의 것은 피틀리스 님이랑 같네요...
    ...마지막으로....
    자추 성검연대기 입니다. 저역시 90년대 네크로멘서들의 르망에 빠졋던 식물(?!)인지라 지향하는 바는 일치합니다만, 취향에 맞을른지는 모르겠군요. 헤헷~!
    그럼 안녕히게세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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