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나의 몸이.. 변한 것인가-
노엘의 말대로, 이 격양된 감정은 모두 진실의 눈에서 비롯된 것이며, 변한 것은 주위가 아닌 자신이었던 걸까요.
결국 삐뚤어진 거울을 보고 있었던 것은 그 혼자 였던 걸까요.
고개를 돌려 바오스를 바라봅니다. 일 년전의 그날에도 함께 했었던 유일한 동료인 그를 보았습니다. 설명을 요구하려 하지만 이미 그는 싸늘한 얼굴이 되어 바닥에 누워있군요. 죽은 그의 얼굴에선 슬픔과 괴로움에 앞서 묘한 이질감이 느껴지네요.
그의 모습은 분명히 자신이 알던 바오스와는 달랐어요.
일 년전의 기억.
자신의 신념이 명확한 정의라고 알고 있던 청년이 있었습니다.
행하는 검은 정의의 구현이자 관철이었어요. 그는 대의를 모르는 자가 욕을 하는 것 쯤 한 귀로 흘려버렸고, 언제나 곧은 의지 만이 그의 버팀목이었지요.
하지만, 그런 그라도 사람을 죽이는 일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상대가 악한 자라해도, 그것만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지요. 악마숭배자의 척살 명령이 떨어졌을 때도, 그는 직접 그 광경을 목격하지 않는 한, 아직 그들에게 개선의 여지는 있다고 판단하고, 죽이지는 않으리라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악마였습니다. 말 그대로 악마 그 자체.
끔찍하고, 더러운, 정말이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 지독한 장면이 였습니다. 상상조차 하기 싫은 그런 것이었지요.
덕분에 이 남자는 이 악몽을 잊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기억이 나지 않는 모양이라고 생각했었지요. 조금은 흐릿한, 광기에 절어서 기억에 조금 혼동이 생기는 그 광경을 말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자신은 일부러 기억하지 않은게 아니었을까- 라고 자문해 봅니다. 왜 그렇게 마약에 취한 것 같이 전신이 흥분상태였던 건지, 사람들을 죽이는 일이 그토록 상쾌할 수 있었는지, 왜 그는 스스로 물어보지 않았을까요. 왜냐하면, 생각을 하기 전에 이미 일은 끝났기 때문이었지요. 시체들은 이미 그의 발 아래를 구르고 있었습니다.
그의 무의식은 지켜내야 할 가장 우선적인 것을 선별해 내었죠. 그것은 바로 그의 신념이었습니다.
‘어쩌면 나는 일부러 기억하지 않은게 아니었을까-’
흐릿해서 기억이 나지 않았던 부분은, 그 스스로가 의식적으로 떠올리지 않았던 것이었지요. 그리고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 자신이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하고, 가장 믿고 있는 이들에게 뼈저리게 배신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왜? 라고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럴 엄두조차 내지 않았지요.
생각해 내버리면, 마지막에 남았던 괴물이 바로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버린다면, 자신의 정신은 붕괴해버릴 테니까요.
무의식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확고하게 기억의 재생을 막아냈지요. 그것은 절대 일어나지 말아야할 일이었습니다.
청년의 신념은 바로 그 자신이었으니까 말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명확히 떠오릅니다.
징그럽게 내뻗은 하얀 뼈들, 바닥을 어지럽히는 붉고 푸른 촉수들, 그리고 터질 것 같이 부풀어오른 고동치는 근육들은 모두 그 자신이었어요.
‘아’
모든 게 확실해 졌습니다.
‘내가 모든 것을...’
외침인지 비명인지 알수 없는 기이한 고함이 터져나왔습니다.
모든 게 확실해 졌습니다. 누가 죄인인지,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어 온것인지 말이지요. 일 년전의 그날도, 똑같은 광경에 괴로워 했습니다. 어째서 이 기억을 그날 밤에 꾸었던 악몽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했었던 걸까요.
하지만 울고 싶어도, 눈물은 흐르지 않았고, 괴로워하고 싶지만 마음은 들떠 있었습니다.
곧 있을 살육의 기쁨을 맛보기 위해, 그의 몸은 살갑게 떨리고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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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딜 크리스탈.
두번째 챕터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3화를 시작합니다.
쌓인 분량은 3만자.
놀러오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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