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러스 애덤스의"은하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읽었습니다.(이하 "은하계히치하이커"라고 하겠습니다.)
예전에 뉴웨이브물에 관련해서 어느정도 지식을 쌓아야 하는지 질문란에 질문을 올린 적이 있는데, 그때 제가 한 질문속에서는
"지나친 전문지식은 필요없고, 어떻게 그럴 싸하게 소설을 쓸만큼의 지식을 얻을 수는 없을 까요?"
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소설가는 "이야기꾼"입니다.이야기꾼의 설화나 전설에서는 과학적인 논리를 따지지 않습니다. 그곳안에서는 다른 논리가 작용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그럴듯함"이 충족됩니다.
저도 소설을 쓸 때는, 공부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판타지소설을 쓸 때도, 전투장면을 쓸 때는 공부를 하려고 합니다. 판타지라이브러리 시리즈물 일부나, 판타지관련지식 책도 구입해서 보기도 합니다.
그러나 공부를 아무리해도 부족하고, 글을 쓸 때도 그걸 느낍니다.
아쉽게 생각하지만, 저로서는 모든 것을 충족한 상태를 만든다는게 거의 불가능합니다.
소설속에서는 여러가지 논리가 존재합니다. 그 세계는 현실세계와 닮았지만, 현실세계는 아닙니다. 만약 현실세계에 지나치게 맞춘다면, 독자들은 그 소설에서 흥미를 잃어버리고 맙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현실세계에서 벗어나면 마찬가지의 결과를 낳습니다.
"소설의 논리"는 일반세계의 논리와는 분명 다릅니다. 전문지식만 갖추면, 충족되지 않을 때도 있고, 반대로 전문지식이 없으면 충족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가 "지나친 전문지식은 필요없다"고 했던 것은 좀 지나친 면이 있지만 아예 전문지식이 필요없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전문지식을 쌓은 전문가가 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뜻이었습니다.
아시모프처럼 학자이자 SF작가인 사람도 있지만, 모두가 그렇게 되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렇다고해서 날림으로 막 쓸 수는 없습니다.
아시모프의 작품 "로봇"이 주는 "그럴듯함"과 애덤스의 "은하계히치하이커"의 "그럴듯함"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아시모프의 작품은 정격 SF이고, 애덤스의 작품은 SF를 빙자한 풍자소설이기 때문일까요?
일단 소설을 쓰고 있는 저로서는 참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한 문제입니다. 저는 제 한계를 분명히 알고 있고, 아시모프처럼 쓰기가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전 과학자도 될 수 없고, 역사학자도 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저는 그쪽 분야의 전문가는 될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저 자신과 독자들을 속이지 않고 소설의 "그럴듯함"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할까요?
덧글.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이 본능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가끔 이야기가 먼저 지식보다 앞서나갈 때가 많습니다. 일단 쓰고나서 맞춰나가는 것이 참 힘이 듭니다. 그렇다고 얼개만 짜고 지식을 구하는 것 역시 쉽지가 않습니다. 나중에 지식을 모아서 쓰려고 하면, 먼저 짜두었던 얼개에 글이 써지지 않는 경험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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