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라자를 시작으로 한 제 장르의 역사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향수였습니다. 이루릴은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엘프여서 경이로웠고, 샌슨은 강해서가 아니라 용이 나오는 헬던트 영지의 경비대장이라 경이로웠습니다.
지금 다시 드래곤 라자를 본다면 예전 같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제가 발견할 수 있는 신비가 남아 있는 한, 장르를 떠나진 못하겠죠.
문피즌 여러분께 추천 드리고자 하는 작품도 그런 신비의 한 조각입니다.
만약 현대에 구미호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그런 구미호가 판타지 세계로 건너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런 발칙한 상상을 용감하게 글로 적은 작가가 있다면 어떠신가요? 이 상상의 판타지가 문자화되었고, 제가 그걸 누릴 수 있는 독자라는 게 진심으로 행복합니다.
새벽 내내 제 입가에 미소를 그려주신 작가님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와 함께 낯세구로 여행을 떠나실 분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를 해 봅니다.
이 글은 애랑이라는 구미호가 주인공입니다. 천 년도 넘게 묵은, 아주 매력적인 여우죠. 사내들의 혼을 빼는 기술이 생존 전략입니다. 눈앞에서는 애간장을 녹이는 교태를 부리나, 밤에는 죽은 시체를 먹기도 하는 으스스한 처자죠. 그러나 역시 21세기는 구미호가 살아가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수사 기술이 발달하고 카메라가 곳곳에 널린 나머지 애랑은 점점 굻게 됩니다. 사냥 기술도 자연히 퇴화해 버렸다는 설정이 재밌습니다.
혹시 구미호가 도술을 부려 이계를 평정한다든가 하는 걸 기대하셨다면 아쉽습니다. 애랑은 세상을 주도하기보다 세상에 섞이고자 합니다. 웬만해서는 무력 이외의 해결을 모색하기 때문에, 구미호의 입장에서 머리 굴리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낯세구의 세계도 흑룡의 해의 문피아처럼 변혁을 맞고 있습니다. 앞으로 작가님이 애랑과 함께 어떤 파문을 그려낼지 기대가 됩니다.
아, 차도남 이네스와의 밀고 당기기도 관전 포인트입니다. 이네스가 게이인지, 포커페이스를 가장한 왕 소심남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네요.
포탈입니다.
http://www.munpia.com/bbs/zboard.php?id=bn_786
좋은 글과 함께 즐거운 명절, 즐거운 주말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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