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한담

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묘사에 대해서..

작성자
Lv.8 SwordTal..
작성
13.12.20 20:00
조회
3,495

요 며칠 연재한담에 묘사에 대한 글이 종종 나오네요.

비평란에 적을까 하다가 거기 규칙이랑 좀 안맞는것 같아서 독자 입장으로 저도 묘사에 대해서 여기에 조금 적어 보겠습니다.


묘사는 글의 살입니다. 밑에 어떤 분이 뼈대라고 하셨는데,

제 생각으로는 소설에서 뼈대는 캐릭터와 그의 행동이 불러 오는 사건이 뼈대이고, 묘사는 그 뼈대를 더 맛나게 먹을 수 있게 독자에게 전달해 주는 살에 가깝죠. 묘사가 없어도 이야기는 진행될 수 있지만, 캐릭터나 사건이 없다면 이야기가 진행될 수 없기에 역시 뼈대보다는 살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뼈다귀만 핥는 것 보다는 뜯고 맛볼수 있는 살이 있는게 더 맛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가끔 묘사가 있는 글들이 오히려 재미없을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상상력을 더 해주는 묘사가 적은 글이 오히려 호평(?)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것을 두가지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1. 과도한 묘사

2. 쓸데없는 묘사.


과도한 묘사란, 묘사의 분량이 너무 과한것을 뜻합니다. 저도 디테일을 중시하는 편입니다만, 가끔 디테일을 너무 중시해서 캐릭터의 모든 것을 샅샅이 묘사하는 글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특정 자극 이상은 오히려 덤덤해 지는 법.  개인적으로 일정수준 이상의 묘사는 그 투입한 량에 비해서

묘사는 특징적인 부분,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존의 것과 새로운 부분 정도면 충분하지, 그 이상의 데이터는 값어치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1. 왕은 천천히 대전으로 걸어 나왔다.


2. 왕은 천천히 대전으로 걸어나왔다. 한걸음 한걸음 그가 걸을때마다 전쟁터에서 단련되었던 그의 강인한 육체가 서서히 꿈틀거렸다. 그것은 왕의 책무라는 이름하에 왕성이라는 우리에 갖혀져 조용히 지내고 있던 흉폭한 사자가 다시금 자신의 야수성을 깨우며 들판으로 나서는 모습과 같았다. 흉폭한 사자는 자신의 목마름을 식혀줄 수많은 적의 피를 머금고 나서야 되돌아 올 것이었다. 피냄새가 났다.


3. 왕은 천천히 대전으로 걸어나왔다.

한걸음 한걸음 그가 걸을때마다 전쟁터에서 단련되었던 그의 강인한 육체가 서서히 꿈틀거렸다. 전마를 휘어잡는 성인 여성의 허리에 비견될만 한 허벅지와 두손으로 들어도 들 수 없을 정도의 대검을 한손으로 휘두르는 거대한 어깨가 그 몸에 맞춰진 검은색 갑옷과 함께 절그럭 거리며 서서히 지기개를 켜고 있었다. 왕의 자리에 앉아있을때 미처 느끼지 못했던 좁은 어깨와 굽어 있던 허리가 점점 펴지며 어느새 전사의 모습이 되어 있는 상황. 그 광경을 보던 이들은 왕의 키가 저렇게 컸었나? 라는 의문을 스스로 가져야만 했다. 큰키와 떡벌어진 어깨. 마치 그들이 알고 있던 왕이 아닌듯 했다.

그것은 왕의 책무라는 이름하에 왕성이라는 우리에 갖혀져 조용히 지내고 있던 흉폭한 검은 사자가 다시금 자신의 야수성을 깨우며 들판으로 나서는 모습과 같았다. 흉폭한 사자는 자신의 목마름을 식혀줄 수많은 적의 피를 머금고 나서야 되돌아 올 것이었다. 왕이 걸어 가는 한걸음 한걸음 마다 존재할리 없는 피냄새가 진하게 피어 났다.


같은 장면을 묘사한겁니다만,

1번은 독자의 상상력을 발휘할만한 충분한 여건은 있되, 어떤 캐릭터 성은 없는 상황. 말그대로 심심함.

2번은 좀 핵심적인 부분만을 추가로 묘사한 상황

3번은 핵심적인 부분을 좀더 자세하게 묘사한 상황인데, 글이 너무 길게 된 경향이 있습니다.


예시문이 잘 된 글이라고는 생각치 않습니다만,

1번은 글이 너무 심심하고, 3번 같은 경우에는 묘사가 너무 많아 기본 뼈대가 잘 안보일 정도죠. 이런 묘사는 사람에 따라서는 물려 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번째로 쓸데없는 묘사에 대한건데.

쓸데없는 묘사란, 독자가 크게 알 필요 없는 부분에 대한 묘사라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방을 묘사하는데, 방의 창문은 몇개고, 천장에는 뭐가 있고, 벽지는 뭐로 되어있고, 침대는 뭐가 놓여져 있으며, 가재도구는 얼마나 비싼 것이고 등등을 묘사하는 것.

사건에 관계가 없다면 간단히 독자가 그냥 아 화려한 방이구나 정도만 이해할 수 있으면 되는데, 그 이해를 돕기 위해서 중요하지 않은 부분에 너무 많은 묘사를 쏟아 붓는것이 바로 쓸데없는 묘사라고 볼 수 있겠죠.


제가 발견한 묘사 때문에 글이 지루해지는건 크게 이 두가지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아 물론 횡설수설 뭔 소리를 하고 있는건지 이해도 못할 묘사같지 않은 묘사는 제외고요. 그건 글 자체를 잘못쓰고 있는거니까 묘사라고 부르기도 아깝죠.


묘사는 특히나 소설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장치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양념을 많이 넣는다고 음식이 더 맛있어 지지 않듯이, 재료에 맞는 양념을 적당하게 넣는게 중요하겠지요.

묘사라는게 작가로써는 굉장히 많은 심력과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하는 것인데, 그것을 좀 적재적소에 제대로 쏟아 부어서 쏟아 부은 만큼의 찬사를 독자들에게 듣기를 원합니다. 열심히 노력했는데 거꾸로 그 노력때문에 외면받는건 좀 슬프잖아요.


Comment ' 5

  • 작성자
    Lv.6 심정우
    작성일
    13.12.20 20:12
    No. 1

    2번째도 조금 긴편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맞는 소리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8 담룡(潭龍)
    작성일
    13.12.20 20:22
    No. 2

    3번째 묘사글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디테일한 묘사가 많이 있는 글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김연우
    작성일
    13.12.20 20:31
    No. 3

    곰은 천천히 음료대로 걸어나갔다. 한걸음 한걸음 그가 걸을때마다 북극해에서 단련된 그의 강인한 육체가 서서히 꿈틀거렸다. 그것은 곰의 서식지라는 이름하에 북극이라는 우리에 갖혀져 조용히 지내고 있던 흉폭한 괴물이 다시금 자신의 야수성을 깨우며 마트로 나서는 모습과 같았다. 흉폭한 곰은 자신의 목마름을 식혀줄 수많은 캔콜라를 머금고 나서야 되돌아 올 것이었다. 당냄새가 났다.


    글 쓰다 막히니 별짓을 다하게 되네요 ㅠㅠ 죄송...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3 글빨.
    작성일
    13.12.20 20:44
    No. 4

    상황따라 다르다는 무적의 답변을 드리고 싶습니다만, 기본적으로는 공감합니다. 절제된 묘사에 저는 한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12.20 20:49
    No. 5

    왕은 천천히 걸어나왔다. 어둠 속에서 빛으로 잠겨든 왕을 볼 수 있었다. 보자마자 모두 입을 다물었다. 궁궐 밖조차도 소리를 멈추었다. 다른 건 잊을 수 있었다. 잊어도 되었다. 하지만 피가 끓어 붉은 얼굴만은 잊을 수 없었다. 대칭되어 새하얀 눈의 흰자도. 왕은 아무 말로 하지 않았다. 주위를 한 번 둘러 보고, 뒤돌아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곳곳에서 안도의 한숨 혹은 다가올 불행에 몸서리치는 탄식이 이어졌다.

    이렇게 하는 거 맞나요 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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