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명절 즐겁게 보내시고 계신가요?
이런 좋은 날 이런 글밖에 남겨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마 제가 연재재게를 알리는 홍보글 외에는 한담을 비롯한 문피아의 게시판에 올리는 처음이자 마지막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아직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니면 그때는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당연히 찬사의 댓글이 우르르 달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제글이 그런 수준의 글도 아니고 인터넷의 댓글이라는게 그럴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으니까요. 다만 혹시 이제는 몇몇 분이 지속적으로 요청하셨던 것을 어떤 계기로 인해서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된 것은 아닌가 어떤 숙명과 같은 마음으로 지난 월요일 댓글 제한을 열었습니다.
댓글을 열자마자 요 며칠 정말 말도 안되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무슨 마가 끼인 것처럼 연달아 일어나니까 너무 예민해 지네요.
그분들에게 짜증이 나는 게 아니라 이런 일로 혹시나 제가 스스로 열정이 위축되지나 않을지 싶은 걱정이 더 앞섰습니다. 그리고 기다리시는 분들에게 좋은 글로 보답을 못할까봐 그게 더 두렵고 부족한 제글을 그래도 좋아해주시는 분들을 부끄럽게 하는 것 같아 괴롭습니다.
일련의 일들로 많은 분들이 저를 응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고 방어(^^;;)해 주시는 모습에 감동받은 면도 적지 않지만 더 이상 제 글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그런 소모적인 일에 신경쓰시는 것도 마음아프고 그렇다고 정말 말도 안되는 비난댓글들에 일일이 쪽지로 내용과 설정을 설명해 드리는 것도 귀찮고(쓰시는 분들이야 신나게 싸지르면 그만이지만 쪽지로 답변하는 사람은 정성을 다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 분들이 진심으로 타당성을 검토하실지도 의문이고... 무언가 제 글이 그분들의 스트레스를 해소를 위해서 일방적으로 겁탈당하는 느낌까지 드네요.
인터넷만 그런 것인지 사회 전반이 그런 것인지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오가 팽배해있는 것을 느낍니다. 이제는 얼굴도 모르는 이들에 대한 인격비하 수준의 글을 공적인 공간에 모두 보라고 떡하니 올리는 일들이 다반사가 되었습니다.
세분중 두분이 사과했습니다(한분은 오늘 쓰셔서). 그제서야 사과할 일들을 왜 하시는지 왜 제가 얼굴도 모르는 분들에게 사과를 받아야 하는지 애시당초 마음에 안드시면 안읽으시면 될 일인데 꼭 자극적인 문구를 줄줄이 이어가면서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의 열정을 꺾고 자신과 다르게 그 글을 통해서 즐거움을 얻는 이들의 자존심을 훼손하고 미래에 즐거움을 얻게 될 지 모르는 예비 독자분들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노력(세분 다 내용을 아주 자세히 적어주셨습니다, 심지어 내용 후반의 스포일러까지)을 그렇게 열정적으로(마치 사명감을 가진 듯) 하시는지 저도 나름 상식적으로 예의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인데 도대체 왜 이러는지 정말 이해가 안됩니다.
제 글이 나의 투쟁이나 소돔의 120일, 내게 거짓말을 해봐 같이 한없이 매력적이면서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글인가요? 그런 글조차 나름 그 가치를 인정받기 마련인데 왜 인터넷에 홍보도 안하고 조용히 글쓰기에 집중하는 제게는 이렇게 이를 갈고 달려 들지요?(그냥 제 업보인가요?) 그것도 주제나 내용전반에 관한 것도 아니고 대답할 가치도 없으면서도 막상 대답하려면 참 길고 긴 에너지를 쏟아야 되는 그런 비난을 댓글로 떡하니 쓰면 참 어쩌시라는 건지...
저는 부족하지만 평범한 이들, 바른 의식을 가진 젊은이들의 희망을 쓰고 싶었습니다. 제 주제의식이 문제가 있나요? 항상 다양한 경우의 수를 두면서 퇴고에 퇴고를 거듭하기 때문에 모든 문장하나하나 토씨 하나까지도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써나가고 있습니다.
대단한 필력은 아니지만 그래도 초고를 쓰면서(반드시 초고를 완성하고 연재에 들어가는게 제 자신이 스스로 정한 독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즐겁게 썼고 글의 내용문의와 설정오류, 오탈자등에 대해 쪽지를 주시면 반드시 타당성을 검토해서 반영하고 답장을 쓰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게 쪽지를 받으신 분들은 대부분 장문의 정성스런 쪽지를 받으셨습니다. 그게 또 제글을 읽어 주시는 독자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서 당연히 그렇게 했습니다.
글이란 무엇일까요?
대하장편소설과 인터넷의 한줄 댓글은 그 경중에서 과연 차이가 있을까요?
말은 녹음하지 않는 이상 사라지지만 글은 쓰는 순간 역사에 남습니다. 그 글로 인격이 판단되고 삶의 여정과 환경까지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 댓글이라고 해도 다른 곳으로 캡쳐되거나 전제되는 순간 영원히 빼도박도 못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익명성을 전제로 해도 결국 그 아이디와 별명 자체가 그 사람의 새로운 정체성이 됩니다. 전 그래서 글이 무섭습니다. 혹시 제 글에 저의 못난 인격이 드러날까봐 항상 조심스럽고 조심스러우느니 아예 안쓰자는 주의입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저는 글 감옥에 있겠습니다.
제 필명이 인케이브입니다. 동굴안에서 나갈 생각이 없습니다. 이번에 한번 나가볼까 하는 생각도 안한 거 아니고 그래서 필명도 바꿀까 생각도 했지만 역시 제게는 그저 틀어박혀서 누구와도 소통할 필요없이 저 자신의 완성을 위해서 고통스럽고 괴로운 길을 가는 것이 숙명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남겨진 글은 한번 새겨진 이상 역사를 통해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겠지요.
인터넷 소설이니 당연하게 댓글을 허용해야 한다는 명제는 제 자신에게는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글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 쓰는 것도 어차피 무료고(돈받고 쓰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건지) 글에 목숨을 걸지만 그래도 먹고 사는 문제가 달린 전업작가도 아니고(한때는 그런 생각을 안한 것도 아니지만) 전업작가가 된다고 해도 어차피 댓글로 될 것도 아닐테고(소설이 좋으면 알아서 잘 되겠죠.부족한 작품이면 수많은 그렇고 그런 글들과 함께 어차피 묻힐 테고요.) 그래도 꿈이 있고 글쓰기 자체가 주는 행복이 있기에, 그리고 부족하나마 좋게 읽어주시는 분이 반드시 계실 거라고 생각하며 그저 열심히 쓰렵니다.
문피아는 글을 쓰고 읽는 공간입니다. 비난을 하든 뭘 하든 상관 안하겠는데 혹시라도 제 글에 무슨 짓을 하시려거든 두가지는 기억해 주십시오.
첫째는 내용누설은 절대 하지 마십시오. 스포일러는 단어 뜻 자체가 망치는 사람이란 뜻입니다. 창작품에 대한 그럴 권한은 세상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그렇게 보셨을 지 모르지만 앞으로 보실 분들중에는 아무리 말도 안되는 내용도 병맛을 즐기듯 즐기실 분도 계십니다.
둘째는 상대가 나쁜 사람이 아님을 기억해 주십시오. 아내와 딸이 있는 한 집안의 가장입니다. 글을 사랑하고 평생 어디에도 당신들이 그렇게 독하게 써재끼는 악플한번 달아본 적 없는 사람입니다. 영화와 음악, 글을 사랑하며 좀 더 나은 세상과 미래를 위해서 항상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입니다.
여러 사정이 있어서 이렇게 글에 열중하지만 사회적으로 부족함 없이 삶을 유지해 왔습니다. 제 글 역시 제 삶의 나머지를 의미있게 채우고 싶은 마음으로 쓰는 글입니다.
앞으로 연재 재게를 알리는 홍보글 외에는 일절 제 글을 올리는 것과 서재에 저만의 글을 올리는 것외에는 어디에도 글을 올리지 않을 것입니다. 비평글도 추천글도 답댓글하지 않겠습니다(추천글 올려주시는 분들께는 인간된 도리로 감사하다고 댓글을 올리는게 예의지만 따로 쪽지로 대신하겠습니다).
제글이 어떤 식으로 어디에 언급되어도 이제 신경쓰지 않겠습니다(그럼 지금까지 왜 신경쓴 건지... 그건 아마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에 대한 죄송한 마음과 앞으로 좋게 읽으실 지 모르는 예비 독자분에 대한 노파심때문일 것입니다). 서재방명록에 악플을 올리면 그 자리에서 삭제하겠습니다.
참 많은 분들이 문피아를 떠난 것을 압니다. 저도 그 생각 안한 건 아니지만 또 여기처럼 저의 처음글에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해 주신 곳도 없어서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결국 애정을 갖고 꾸준히 쓰려면 댓글은 차단하고 조회수와 추천, 선작수 외에는 제 글의 수준을 가늠하지 않고 서재까지 오셔서 응원해 주시거나 쪽지로 격려해 주시는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것 외에는 어디도 관심갖지도 거들떠 보지도 않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쯤 되니 다 부질없네요.
글을 통해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저주에 가까운 글을 읽고 이런 구차한 글을 너저분하게 늘어대면서 명절을 보내야 하다니...
이게 다 뭐하는 짓이지요?
ps. 금강님께 죄송합니다. 역시 아직은 역부족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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