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쓰다 보니 날이 갈 수록 시스템이 느려지고 버벅거리더군요. 못 본체하고 계속 쓰다가 지지난 주 주말 쯤 포맷이나 한 번 할까하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게 악몽의 시작일 줄은 그 땐 미처 몰랐죠.
포맷을 하고 윈도우를 깔 때까지는 좋습니다. 그 후부터 윈도우 로고 아래 파란색 바가 오락가락하는 화면에서 멈춰 선 채 세월아 네월아 하기를 수십 번. 남의 윈도우도 빌려서 깔아 보고 내부를 왕창 뜯어서 새로 조립해 보기도 서너 번.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아. 하드가 문제인가.
같은 기종을 쓰고 있는 지인에게 부탁해서 하드를 떼어다가 붙여봤습니다. 같은 증상이 나타나더라구요. 하드가 맛 간거구나. 돈 좀 작살나겠지만 보드 나간 거보다는 하드 나가는 게 낫지.
웬걸요. 저는 살다 살다 태국에 난 홍수가 제 지갑 두께에 영향을 미치는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한달 전에 비해 10만원 가까이 오른 하드 값을 보며 이를 벅벅 갈았지만
도리있습니까. 목마른 놈이 샘 파야죠.
며칠 굶을 각오를 하고 하드를 하나 질렀습니다. 그리고 새로 단 하드를 포맷하면서, 이젠 정말로 끝날 줄 알았더랍니다. 그래서 정말 이게 마지막이라고, 기합을 있는 대로 넣고 어제는 밤 꼴딱 새워 시스템을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니 생각이고~!라고 일갈이라도 하듯이 똑같은 증상이 또 일어나더군요. 정말 하늘이 노랗더랍니다. 이쯤되면 문제는 메인 보드가 나갔다는 것 밖에 안 남더군요.
하드값 나간 위에 보드값 추가로 나가면, 거짓말 좀 보태 새 컴 한 대 사겠다고 툴툴거리며 a/s를 맡겼습니다. 그리고 오늘 새 보드가 달린 컴이 집에 왔습니다. 역시나 그게 문제였던지 현재까진 별 문제가 없네요. 느닷없이 키보드를 인식 못해서 좁아 터진 예비 키보드로 글을 쓰고 있긴 합니다만.
아무튼 그러해서, 타임리스 타임과 풍운비양은 그렇잖아도 불규칙한 연재가 더욱 늘어지게 되었습니다. 기다려주신 분들께 삼가 사과드립니다. 곧 복귀하도록 하겠습니다.
+) 문피아 동도 여러분들도 비슷한 증상이 생기시면 일단 컴퓨터 뜯고 메인 보드를 살펴 보세요. 군데 군데 끼워진 기둥 모양의 콘덴서 중에 부풀거나 터진 녀석이 있으면 그게 보드 사망이라고 합니다.
Comment ' 6